12년 만에 러시아 문 닫힌 '슈펙트' 일양약품, 중국서 돌파구

한상인 기자 2026. 9. 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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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이 12년 가까이 추진해 온 국산신약 '슈펙트'의 러시아 진출을 결국 접었다.

러시아에서는 현지 품목허가를 위한 추가 임상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실제 제품 공급까지 한 차례도 이어지지 못했다.

9일 일양약품은 러시아 제약사 R-Pharm과 체결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원료 및 완제품 공급·기술수출 계약이 종료됐다고 공시했다.

현지 허가 과정에서 러시아 내 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시험이 요구됐지만 계약상 이를 담당하는 R-Pharm이 추가 임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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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harm과 2014년 계약 후 품목허가 불발…실제 제품 공급 '0'
중국은 임상 3상 거쳐 NDA 추진, 올해 품목허가 목표
국산 신약 18호 '슈펙트캡슐'

일양약품이 12년 가까이 추진해 온 국산신약 '슈펙트'의 러시아 진출을 결국 접었다.

러시아에서는 현지 품목허가를 위한 추가 임상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실제 제품 공급까지 한 차례도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임상 3상을 거쳐 품목허가를 추진하고 있어 슈펙트의 해외 사업 무게중심도 중국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9일 일양약품은 러시아 제약사 R-Pharm과 체결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원료 및 완제품 공급·기술수출 계약이 종료됐다고 공시했다.

계약은 지난 2014년 12월 체결됐다. 당시 계약금 300만달러와 마일스톤 1000만달러를 합해 총 1300만달러 규모였다. 계약 체결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약 145억원으로 당시 일양약품 매출액의 9.8%에 해당했다.

그러나 실제 사업 성과는 계약 당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일양약품이 실제 수취한 금액은 계약금 300만달러 가운데 100만달러에 그쳤다. 나머지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R-Pharm의 현지 규제 승인과 사업화 절차 진행을 조건으로 지급될 예정이었지만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실제 제품 공급에 따른 이행 실적도 없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러시아 품목허가였다.

현지 허가 과정에서 러시아 내 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시험이 요구됐지만 계약상 이를 담당하는 R-Pharm이 추가 임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품목허가를 취득하지 못했고 제품 공급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 중단 움직임은 이미 2년 전부터 감지됐다.

R-Pharm 담당자는 2024년 6월 이메일을 통해 일양약품에 슈펙트 프로젝트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만 공식적인 통지는 아니었고 양사 담당자 간 협의가 이어졌다.

당초 계약은 2025년 9월 7일까지였지만 계약 종료 6개월 전 공식적인 비연장 통지가 이뤄지지 않아 1년 자동 연장됐다. 이후 일양약품이 올해 3월 5일 공식적으로 비연장 의사를 전달했고 별도의 이의가 제기되지 않으면서 지난 7일 계약이 최종 종료됐다.

이번 계약 종료가 일양약품의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상황이다. 공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제 제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본 계약 해지로 인해 당사에 발생하는 재무적 손실은 없다"는 게 일양약품의 입장이다.

다만 일양약품이 자체 개발한 대표 신약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작지 않다.

슈펙트는 2012년 국산 18호 신약으로 허가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다. 일양약품은 이후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중남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다.

특히 러시아는 2014년 R-Pharm과 기술수출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추진했지만 12년 가까이 품목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대신 관심은 중국으로 향한다.

일양약품은 중국 현지법인인 양주일양제약을 통해 슈펙트의 중국 진출을 추진해 왔다.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한 데 이어 현재 NDA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회사가 제시한 올해 목표 역시 중국 품목허가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서 장기간의 도전을 끝낸 슈펙트가 중국에서는 실제 허가와 상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해외 사업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일양약품의 또 다른 대표 국산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놀텍'(일라프라졸)은 슈펙트와 별개로 R-Pharm과 러시아·아르메니아·벨라루스 사업 계약이 체결돼 유지되고 있다.

이번 슈펙트 계약 종료와 별도로 놀텍까지 러시아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아니다. 일양약품 측은 놀텍의 R-Pharm 계약은 현재 계약기간 중이며 이번 슈펙트 계약 종료와는 별개라는 점을 확인했다. 다만 놀텍 계약은 2027년 12월 28일까지지만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남은 계약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놀텍 러시아 사업의 구체적인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회사 측은 관련 사항은 진행 상황에 따라 추후 공시 등을 통해 밝힐 사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