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비용·기간 대폭 단축…바이오시밀러 '임상 생략'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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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장을 오랫동안 지탱해 온 대규모 비교임상 시험 필수 요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비교임상 유효성시험(CES)이 축소되는 대신 고도화된 품질 분석과 약동학(PK) 데이터 중심으로 글로벌 규제 패러다임이 전면 개편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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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분석·약동학(PK) 중심 평가 전환, 고비용·장기간 개발 부담 대폭 축소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장을 오랫동안 지탱해 온 대규모 비교임상 시험 필수 요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비교임상 유효성시험(CES)이 축소되는 대신 고도화된 품질 분석과 약동학(PK) 데이터 중심으로 글로벌 규제 패러다임이 전면 개편되는 추세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KoBI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비교분석평가 → 비교약동학시험(PK) → 비교임상 유효성시험(CES)'으로 이어지던 일률적인 3단계 개발 공식이 제품별 특성에 맞춘 과학적 평가 체계로 신속히 전환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동인은 정밀 분석기술의 고도화다. 약물의 구조와 기능, 품질 속성의 차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굳이 수백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규모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더라도 세포 및 분자 수준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유사성을 입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규제기관들의 실증적 데이터 역시 대규모 임상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가 바이오시밀러 승인 심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조약과의 품질 차이를 정당화한 핵심 근거의 85%가 비교 품질 연구(64%)와 약동학 연구(21%)에서 유래했다. 반면 대규모 비교임상(CES)이 기여한 비중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핀란드 의약품청(FIMEA) 연구에서도 품질 및 약동학 단계에서 남아 있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임상 유효성 및 안전성 자료가 결정적 판단 근거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대규모 임상시험이 오리지널과의 미세한 차이를 검출하는 민감도가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3대 규제기관은 일제히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클론 세포주에서 제조되고 고도로 정제되어 분석적 특성화가 충분히 이루어진 품목에 대해 CES를 생략할 수 있는 간소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약국 단계 대체 조제에 요구되던 교체투여시험(Switching study)의 법적 승인 기준을 폐지하고, 승인된 바이오시밀러를 대체 가능 제품으로 간주하는 입법안까지 제안한 상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26년 3월 '맞춤형 임상 접근법(Tailored Clinical Approach)' Reflection Paper를 공식 채택하며 실제 허가심사 단계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 이미 2026년에만 맞춤형 CES 접근법을 적용한 허가 신청이 심사 단계에 진입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 변화가 본격화됐다.
일본 후생노동성(MHLW) 및 PMDA 역시 과거 필수적으로 요구하던 일본인 피험자 대상 임상자료 제출 의무를 대폭 완화했다. 인종적 요인이 약동학이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해외 임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품질과 PK로 동등성이 보증될 경우 유효성 비교 임상을 생략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했다.
이번 규제 현대화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생태계의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임상 비용 부담 탓에 개발이 특정 고매출 품목에만 쏠리는 현상이 심각했다. 실제로 2025년부터 2034년까지 미국에서 독점권이 상실될 예정인 118개 바이오의약품 중 바이오시밀러가 개발 중인 제품은 약 10%에 불과하다. 규제 완화로 개발 기간과 비용이 절감되면 그간 소외되었던 약물들의 시밀러 개발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개별 국가 차원의 규제 개편을 넘어 국제약학기구(ICH)의 'ICH M18' 가이드라인을 통한 국제적 규제 조화 논의도 가속화되는 중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관례적인 임상시험 수행보다 고도화된 품질·PK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제기관과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사전 자문(Scientific Advice)' 능력이 시장 승패를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