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국 중·고교 10곳 중 8곳 ‘스마트폰 없는 교실’... “학교가 스마트폰 수거 보관” 학칙 정해

서울 성북구에 있는 A중학교는 지난 1학기부터 모든 교실에서 스마트폰이 사라졌다. ‘학생이 스마트폰을 휴대하되 수업과 조·종례 시간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던 학칙이 올해 3월부터 ‘학생은 등교하면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학교에 제출하고, 하교 시 돌려받는다’로 변경된 영향이다. 공기계와 태블릿PC는 학교에 아예 가져오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학생들이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을 주제로 진행한 토론에서 학습권 보호와 디지털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가 스마트폰을 수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으로 나왔고, 이에 교실에서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가 퇴출된 것이다.
올해 2학기부턴 A중학교처럼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퇴출시킨 중·고등학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전국 중·고교 10곳 중 8곳이 학생 등교 시 스마트폰을 수거해가는 내용으로 학칙을 개정하거나 새로 만들어, ‘스마트폰 없는 청정 교실’이 됐기 때문이다.
9일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1만1868곳 가운데 지난 7월 31일까지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 관련 사항을 학칙에 반영한 학교는 9879곳(83%)이었다. 중·고교 4699곳이 지난 7월 말까지 학칙을 변경했고, 이 중 3671곳(78%)이 학생이 등교하면 학교가 휴대전화를 수거해 보관하도록 했다. 휴대전화를 개인 소지하게 한 중·고교는 1028곳(22%)에 불과했다.
국회는 올해 3월부터 학생들의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법으로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막은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월 교육부는 수업 이외의 시간에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 및 소지 제한을 어떻게 할 것인지 8월 말까지 학교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중·고교가 스마트폰을 학생 등교와 동시에 수거해, 현행 법에서 명시한 수업 중 사용 금지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초등학교는 전국 10곳 중 9곳이 스마트폰을 학생 개인이 소지하게 했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 학칙을 반영한 초등학교 5180곳 가운데 등교 시 휴대전화를 수거해 보관하는 경우는 520곳(10%)뿐이었다. 나머지 4660곳(90%)은 학생 개인이 들고 있도록 했다. 개인 소지를 하더라도 수업 중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 등에도 쓸 수 없게 한 초등학교가 3387곳으로 많았다.
교내 스마트폰 소지 방식을 두고 중·고교와 초등학교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고교생 학부모들은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면 몰래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예 공부에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학교가 가져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고,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아이가 어리다보니 급할 때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들고 있기를 원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중·고교생들의 경우 생활 지도가 쉽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거라고 설명한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생들은 교사가 ‘핸드폰 전원 꺼서 가방에 넣고 꺼내지 마세요’ 하면 대다수가 안 꺼내는데, 중고교생들은 그렇게 하면 자주 어기고 수업 중 몰카를 찍는 등의 범죄도 많다보니 아예 수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경우엔 관내 중·고교 75곳 대다수가 등교 시 학생 스마트폰을 수거해간다.
정성국 의원은 “학생 스마트기기 수거와 사용 제한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습권 보호에 필요한 교육적 판단”이라며 “교육부는 학교들이 학칙으로 정한 내용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현장 점검 등의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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