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받던 톱 MC에서 범죄 피의자까지…이혁재 자멸 연대기[스경연예연구소]

[스포츠경향 강주일 기자] 한때 지상파 메인 예능을 장악하며 정상급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 이혁재의 굴곡진 연예계 퇴출사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룸살롱 폭행과 임금 체불, 사기 피소에 이어 음주운전 사고까지 일으키며 끝없는 사법 리스크의 늪에 빠져 자멸에 이른 과정은 연예계의 대표적인 몰락 사례로 꼽힌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이혁재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혁재는 전날 오후 10시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차량을 몰다 신호 대기 중이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적발 당시 이혁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 이상 0.08% 미만의 면허정지 수치였으며, 동승자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부상이 확인될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1999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혁재는 호탕한 입담과 특유의 마초적 캐릭터로 단숨에 두각을 나타냈다. 예능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최고 시청률 50%를 넘나들던 당대 최고의 국민 드라마 SBS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의 오른팔인 종로 오야붕 ‘김무옥’ 역을 맡아 우직한 의리파 건달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KBS2 ‘스펀지’, ‘스타 골든벨’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MC로 맹활약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2004년에는 KBS 연예대상 대상을 거머쥐며 커리어 정점에 올랐다.

그러나 정점에서 내려오는 속도는 순식간이었다. 결정적인 몰락의 도화선은 2010년 1월 발생한 인천 룸살롱 폭행 사건이었다. 한 유흥주점에서 종업원 및 영업실장을 상대로 폭행을 휘두른 사실이 드러나며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여론은 급격히 냉각됐고, 그는 진행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불명예 하차하며 사실상 방송가에서 퇴출 수순을 밟았다.
이후 재기를 노렸으나 사업 실패와 함께 경제적·법적 파문이 꼬리를 물었다. 설립했던 공연 기획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며 2014년 직원들의 월급과 퇴직금을 체불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세금 체납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 과정에서 송도 자택 아파트가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등 심각한 생활고에 직면했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 수억 원대 채무를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데 이어, 2021년에도 지인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또다시 사기 혐의로 피소되며 대중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연예계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이혁재는 정계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3월 실시된 국민의힘 광역의원 비례 청년 공개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려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그는 “팀워크를 얼마나 잘하는지, 프레임 전환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는지, 위기 대응 능력과 순발력은 어느 정도 좋은지 평가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본인의 위기 대응은 만취 운전 추돌 사고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도덕성 훼손과 이후 10여 년간 이어진 채무·임금 체불 사태, 그리고 음주운전 사고까지 더해지며 ‘인기 방송인 이혁재’는 완전히 지워지고 ‘상습 피의자’라는 오명만 남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개그맨이 스스로 빚어낸 오판과 실책으로 인해 복귀의 문을 영영 닫아버린 비극적인 퇴출사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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