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옥죄는 美에 中도 ‘원유 비상’… 러시아산 쟁탈전 불붙었다

민영빈 기자 2026. 9. 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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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이란 압박 여파가 중국 정유업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해상 수송을 봉쇄한 데 이어 최근엔 중국에서 발생한 원유 판매대금의 우회 결제망까지 제재하면서 값싼 이란산 원유 공급이 막힌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해상 수송로인 '물길'에 이어 판매대금이 오가는 '돈길'까지 차단하면서 값싼 이란산 원유 조달이 어려워진 중국 정유업계가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선 결과다.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 장기화하면 중국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확보 경쟁과 티팟의 조달 비용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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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산 원유 해상 수송·우회 결제망 잇달아 차단
中 최대 국영 정유사 시노펙도 러시아산 원유 매입 확대
中 소규모 정유업체 ‘티팟’, 브라질·캐나다·이라크산으로 구매처 확대
11월 러시아산 원유에 배럴당 최대 10달러 프리미엄 붙기도

미국의 대(對)이란 압박 여파가 중국 정유업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해상 수송을 봉쇄한 데 이어 최근엔 중국에서 발생한 원유 판매대금의 우회 결제망까지 제재하면서 값싼 이란산 원유 공급이 막힌 것이다.

이에 중국 최대 국영 정유사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Sinopec)이 대체제인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이면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동안 이란산 원유를 주로 사들였던 중국 소규모 민간 정유사인 ‘티팟(teapot)’도 러시아산 원유 확보에 나섰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뛰자 브라질·캐나다·이라크산 등으로 구매처를 넓히고 있다.

중국 최대 국영 정유사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Sinopec)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AFP통신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과 원유 거래업계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시노펙의 대규모 매입으로 러시아 극동산 원유인 ESPO(동시베리아·태평양송유관 원유)의 10월 인도분 거래는 통상보다 한 달가량 이른 지난 8월 중순 사실상 마무리됐다. 11월 중국 인도분 ESPO 가격은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최대 10달러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 제시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해상 수송로인 ‘물길’에 이어 판매대금이 오가는 ‘돈길’까지 차단하면서 값싼 이란산 원유 조달이 어려워진 중국 정유업계가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선 결과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4일 튀르키예 투자은행 골든글로벌야트름은행(Golden Global Yatirim Bankasi)과 자산운용·리스 자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이 은행이 이란의 비공식 금융망 ‘라흐바르(rahbar)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에서 발생한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을 튀르키예로 옮기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튀르키예로 넘어간 자금은 현지에서 현금과 금으로 전환됐다. 골든글로벌야트름은행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앞서 이란산 원유가 중국으로 향하는 해상 수송로도 압박했다. 지난 7월 14일 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하면서 이란에서 새로 선적된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중국으로 향하기 어려워졌다. 이란의 원유·콘덴세이트 선적량은 지난 3월 하루 약 200만배럴에서 7월 74만배럴, 8월 22만~25만5000배럴로 감소했다. 5개월 만에 약 87~89% 줄어든 것이다.

◇ 이란산 막히자 대체 공급처 찾아나선 中 정유사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티팟(teapot)이다. 티팟은 국영 정유사보다 규모가 작고 원가에 민감해 서방 제재로 할인 폭이 컸던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 원유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왔다. 특히 미국의 해상 봉쇄 전까지 이란산 원유가 핵심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러시아산 원유 확보도 쉽지 않아졌다. 구매력이 훨씬 큰 시노펙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이면서 티팟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줄고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원유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시노펙은 10월 인도분 ESPO 10~15개 선적분을 매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평균 23만5000~35만3000배럴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다른 러시아산 원유까지 합치면 시노펙의 10월 구매량이 20개 선적분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티팟은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다. 일부 정유사는 브라질·캐나다·이라크산 원유를 구매했다. 최근 중국으로 들어오는 이라크산 바스라 미디엄 원유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약 8달러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 정도 가격에서는 정제 후 제품을 팔아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원유 거래업계의 평가다. 원유 재고가 부족한 업체는 비싼 원유를 사들이기보다 정유공장 가동률을 낮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5일(현지 시각) 이란 남부 반다르 아바스 항구 도시 해안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AFP통신

◇ 비축유로 버티는 中… 상하이 원유 가격도 상승

중국은 국제유가 급등에 대비해 원유 수입을 줄이고 대규모 비축유를 활용해 왔다. 현재 중국의 원유 재고는 약 11억7000만배럴로 추산된다. 비축유 덕분에 중동발(發) 공급 충격에도 당장 대규모 구매에 나서지 않을 수 있었지만, 정유공장의 가동이 늘어나면 이 같은 완충장치도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내 원유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서 거래되는 원유 선물 가격은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다. INE 원유 선물 주력 계약은 지난달 말 배럴당 635.1위안에서 이달 7일 688.5위안까지 올랐다. 달러로 환산한 가격은 최근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를 웃돌면서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프리미엄’ 구간에 들어섰다. 이는 중국 내 원유 가격이 국제 기준유보다 비싸졌다는 의미로, 중국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여건이 빡빡해졌음을 보여주는 가격 신호다.

국제유가도 오름세다. 8일(현지 시각)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7.92달러로 마감해 7월 2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동의 원유 공급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산을 둘러싼 중국 내 경쟁까지 거세지면 아시아 현물 원유 가격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세계 최대 독립 원유거래업체 비톨(Vitol)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지난해와 올해 원유 수입량 격차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며 중국이 겨울철 연료 수요를 충족하고자 연말로 갈수록 원유 수입을 정상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 장기화하면 중국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확보 경쟁과 티팟의 조달 비용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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