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만 살까, 애플만 죽을까 [박신영의 월가 아나토미]

박신영 2026. 9. 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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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에 애플은 가장 영리한 빅테크가 될까요.

반대편에서는 애플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투입하면서도 25억대가 넘는 활성 기기라는 막강한 유통망을 갖고 있어 오히려 AI 시대에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애플의 미래를 판단하려면 먼저 다른 빅테크들이 왜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AI에 투입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애플이 AI 시대의 가장 영리한 빅테크였는지, 가장 늦게 움직인 빅테크였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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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에 애플은 가장 영리한 빅테크가 될까요. 아니면 가장 늦게 움직인 기업으로 남게 될까요.

현재 AI 시장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AI 기업들도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데 나섰습니다.

이 경쟁에서 유독 다른 길을 걸어온 기업이 애플입니다.

애플은 다른 빅테크처럼 AI 데이터센터를 선점하기 위해 수천억달러를 공격적으로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폰과 맥 같은 기기에서 AI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를 강조하고, 자체 인프라와 외부 컴퓨팅 자원을 조합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애플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평가합니다. 반대편에서는 애플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투입하면서도 25억대가 넘는 활성 기기라는 막강한 유통망을 갖고 있어 오히려 AI 시대에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애플의 미래를 판단하려면 먼저 다른 빅테크들이 왜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AI에 투입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뛰어야 하는 빅테크

현재의 AI 투자 경쟁을 설명하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붉은 여왕(Red Queen)’입니다.

웰링턴알터스의 제임스 쏜 수석 시장전략가는 최근 미국 경제와 AI 투자 경쟁을 ‘레드 퀸 이코노미’에 빗댔습니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처럼 기업과 국가가 앞서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계속 달려야 하는 경제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쏜은 특히 AI와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투자의 상당 부분이 선택적인 성장 투자가 아니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방어적 투자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빅테크의 AI 투자는 단순한 성장 투자가 아닙니다.

구글의 경우 생성형 AI가 기존 검색을 대체하면 핵심인 검색·광고 사업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구글 입장에서 AI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사실상 없는 이유입니다.

MS 역시 AI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바꾼다면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과 애저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AI 투자를 계속해야 합니다. 아마존은 AWS와 전자상거래 사업을 방어해야 하고, 메타에는 AI가 이미 광고와 콘텐츠 추천의 핵심 기술이 됐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소비자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으면 메타의 소셜 플랫폼 미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 회사가 속도를 높이면 다른 회사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천문학적인 AI 투자 경쟁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이 러닝머신에서 다른 기업만큼 빠르게 뛰지 않았습니다.

 2. AI에 가장 적게 돈 쓴 빅테크

애플과 다른 빅테크의 차이는 설비투자(CAPEX)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알파벳은 올해 CAPEX를 1950억~205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간값으로 약 2000억달러입니다. 아마존은 약 2200억달러, MS는 약 175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타의 전망치는 1300억~1450억달러입니다.

반면 애플의 연간 CAPEX는 시장 추정 기준 100억달러대 초반 수준입니다.

물론 이를 단순히 애플이 AI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애플은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처럼 모든 AI 인프라를 직접 소유하는 대신 온디바이스 AI와 자체 데이터센터, 외부 클라우드를 조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는 AI 수익화 속도에 따라 빅테크의 운명을 가를 수 있습니다.

AI 서비스에서 매출과 이익이 빠르게 발생한다면 먼저 수천억달러를 투자해 컴퓨팅 자원을 선점한 기업들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AI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막대한 CAPEX를 집행한 기업들은 감가상각비와 자본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애플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묶어뒀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AI에 가장 많은 돈을 썼느냐가 아닙니다. 투자한 돈을 누가 얼마나 빨리 수익으로 바꿀 수 있느냐입니다.

 3. 데이터센터 전쟁과 거리를 둔 애플

다른 빅테크들은 AI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와 서버, 네트워크뿐 아니라 자체 AI 가속기 TPU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AWS라는 거대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엄을 키우고 있습니다.

MS 역시 애저 데이터센터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면서 GPU와 CPU, 스토리지 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메타도 데이터센터와 서버, 네트워크를 직접 확보하고 자체 AI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AI 모델 기업도 가세했습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등을 통해 대규모 AI 인프라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앤스로픽 역시 파트너 기업을 통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AI 경쟁이 더 이상 누가 좋은 모델을 만드느냐에 그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GPU와 전력, 데이터센터 부지, 서버와 네트워크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까지 포함하는 인프라 전쟁이 됐습니다.

애플의 전략은 여기서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4. 애플의 선택은 ‘소유’보다 ‘활용’

애플도 자체 AI 인프라를 갖고 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 가운데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작업을 위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CC)를 구축했습니다.

애플의 구조는 크게 세 단계입니다. 아이폰에서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은 기기에서 처리하고, 더 큰 연산이 필요한 작업은 PCC를 활용합니다. 필요하면 외부 클라우드와 컴퓨팅 인프라도 이용합니다.

애플은 PCC의 활용 범위를 자체 데이터센터 밖으로 넓히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AI 컴퓨팅 인프라를 처음부터 직접 소유하기보다 필요한 자원을 선택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자본 효율적인 전략입니다.

애플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있습니다. 애플의 가장 강력한 AI 자산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이미 전 세계 소비자의 손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5. 25억대 기기가 애플의 AI 유통망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도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습니다. 결국 AI 기업들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 가운데 하나는 유통입니다.

애플은 이 부분에서 막강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25억대가 넘는 활성 기기 기반이 이미 깔려 있습니다.

AI 기업들은 사용자를 새로 확보해야 하지만 애플은 이미 소비자의 주머니와 책상, 손목에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기존 고객에게 AI를 배포할 수 있습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모든 AI 요청을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면 사용할 때마다 추론 비용이 발생합니다. 반면 일정 부분을 아이폰의 신경망처리장치(NPU)에서 처리하면 클라우드 연산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프라이버시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메시지와 이메일, 사진, 일정처럼 개인적인 데이터를 AI가 활용하려면 소비자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애플은 온디바이스 처리와 PCC를 결합해 이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애플이 반드시 세계 최고의 AI 모델을 직접 만들어야만 AI 시대에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고의 AI를 가장 많은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도 하나의 전략입니다.

 6. AI가 아이폰 교체와 서비스 매출 동시에 자극할까

이 전략이 성공하면 AI는 아이폰의 새로운 교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카메라 성능이 조금 좋아지고 배터리가 조금 오래가는 정도라면 소비자는 기존 스마트폰을 1년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AI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의 메모리와 뉴럴 엔진 성능을 요구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AI가 소비자에게 필수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을 경우 ‘새 아이폰이 조금 더 좋아서’가 아니라 ‘AI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수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AI는 서비스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클라우드입니다. AI 기능이 늘어나면 사진과 이미지, 음성, 문서 등 사용자가 생성하고 보관하는 데이터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 애플 기기 사이에서 개인 데이터를 동기화해야 할 필요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AI 개인비서가 사용자의 일정과 사진, 문서, 메시지 등의 맥락을 여러 기기에서 활용하게 된다면 아이클라우드는 단순한 파일 저장소에서 개인 데이터 허브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이폰 판매가 일회성 하드웨어 매출이라면 아이클라우드 같은 서비스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입니다. AI가 아이폰 교체와 서비스 구독 확대를 동시에 이끌어낼 경우 애플에는 강력한 수익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7. 막대한 현금은 애플의 ‘선택권’

애플의 막대한 잉여현금흐름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AI 시대의 승자가 반드시 지금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기업일 필요는 없습니다.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은 기술의 방향을 지켜보다 필요할 때 투자 전략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애플은 필요하다면 자체 AI 인프라를 확대하거나 AI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AI 기기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불확실성이 큰 AI 시대에 현금은 단순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재원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권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다리는 데도 비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8. AI가 애플의 가장 강력한 해자를 무너뜨린다면

지금까지 애플의 힘은 운영체제와 앱 생태계를 장악하는 데서 나왔습니다.

사용자는 아이폰 화면을 열고 원하는 앱을 선택합니다. 메시지는 메시지 앱, 음악은 음악 앱, 차량 호출은 우버를 이용하는 식입니다. 그 중심에는 항상 iOS가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이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용자가 AI에 “다음 주 뉴욕 출장 준비해줘.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고 일정까지 정리해줘”라고 지시하면 항공사 앱과 호텔 앱, 캘린더 앱을 각각 열 필요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서비스를 뒤에서 호출해 일을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직접적인 접점이 iOS와 앱에서 AI 에이전트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애플이 이 에이전트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앱 자체의 중요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앱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가 아이폰을 선택하고,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개발자가 다시 iOS용 앱을 만드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여러 앱을 대신해 일을 처리한다면 앱은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는 목적지가 아니라 AI 뒤에서 작동하는 서비스 공급자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폰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이자 개발자를 붙잡고 서비스 매출을 창출해온 애플의 앱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9. “AI가 비슷한데 왜 아이폰을 사야 하지?”

두 번째 위험은 AI가 스마트폰을 평준화할 가능성입니다.

아이폰에서도 AI에게 질문하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비슷한 AI를 통해 비슷한 결과를 얻는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AI 경험이 비슷한데 왜 굳이 아이폰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물론 애플에는 하드웨어 품질과 브랜드, 보안, 생태계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AI가 스마트폰 사용 경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면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누가 통제하느냐가 과거의 운영체제만큼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애플이 외부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면 이를 어떻게 애플만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경험으로 차별화할지가 새로운 과제가 됩니다.

 10. AI CAPEX 전쟁을 피한 게 아니라 늦춘 것일 수도

애플의 낮은 CAPEX를 무조건 장점으로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온디바이스 AI가 확대돼도 모든 AI 작업을 아이폰에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해질수록 클라우드에서 처리해야 하는 연산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애플이 AI CAPEX 전쟁을 완전히 피했다기보다 비용 발생 시점을 뒤로 미뤘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수십억대 기기에서 복잡한 AI 요청이 동시에 발생하면 애플 역시 데이터센터를 확대하거나 외부 컴퓨팅 자원을 더 많이 빌려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돈이 있다고 필요한 AI 인프라를 즉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GPU뿐 아니라 전력과 변압기, 냉각 시스템, 네트워크, 서버와 부지가 필요합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미 이런 자원을 수년 앞서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AI 수요가 폭발한 뒤 애플이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더라도 필요한 GPU와 전력, 데이터센터 용량을 경쟁사들이 이미 선점했다면 대응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애플의 문제는 현금이 있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그 현금을 실제 컴퓨팅 능력으로 얼마나 빨리 바꿀 수 있느냐입니다.

 
11. 아이폰 다음의 AI 기기는 누가 지배할까

더 장기적인 위험도 있습니다. AI 시대에도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디지털 생활의 중심 기기로 남을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오픈AI는 조니 아이브와 새로운 AI 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메타는 스마트글라스를 확대하고 있고 구글 역시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안경과 XR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퀄컴도 XR과 스마트 안경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애플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다른 스마트폰 업체에 점유율을 빼앗기는 것만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자체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AI의 주요 인터페이스가 안경과 이어폰, 웨어러블 등으로 이동해 사람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꺼내는 횟수 자체가 줄어든다면 ‘아이폰이 디지털 생활의 중심’이라는 애플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12. AI 인재 유출도 위험 신호

AI 인재 경쟁도 애플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애플의 파운데이션 모델 조직을 이끌었던 루오밍 팡은 메타로 이동했습니다. 이후에도 애플에서 AI를 연구했던 주요 인력들이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경쟁 진영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AI 산업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자는 GPU나 데이터센터만큼이나 희소한 자원입니다.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는 일정 부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지만 이를 애플 제품에 최적화하고 장기적인 AI 전략을 설계하는 핵심 역량까지 외부에 의존하기는 어렵습니다.

애플이 AI 인재 전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13. 화웨이의 수직통합, 애플의 안방을 위협한다

애플이 특히 경계해야 할 경쟁자 가운데 하나는 화웨이입니다.

화웨이는 더 이상 단순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보기 어렵습니다. 자체 AI 반도체 어센드와 AI 서버·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위한 아틀라스 제품군, AI 모델 판구, 운영체제 하모니OS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 끝에는 스마트폰과 PC, 웨어러블 등 소비자 기기가 있습니다.

일종의 AI 수직통합 구조입니다.

애플의 전통적인 경쟁력 역시 반도체와 운영체제,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수직통합이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수직통합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운영체제, 기기뿐 아니라 AI 모델과 데이터센터까지 하나의 스택으로 연결하는 경쟁입니다.

화웨이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를 받고 있다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에서 칩부터 AI 모델, 운영체제와 기기까지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애플에는 까다로운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애플에 중요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입니다. 앞으로의 경쟁을 단순한 ‘아이폰 대 화웨이폰’이 아니라 ‘애플 생태계 대 화웨이 AI 생태계’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14. 애플의 운명을 가를 다섯 가지 질문

결국 AI 시대 애플의 운명은 다섯 가지 질문에 달려 있습니다.

첫째, AI가 앱을 대신하는 새로운 관문이 될 것인가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앱과 소비자 사이에 자리 잡으면 애플이 장악해온 앱 생태계의 힘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 AI 시대에도 소비자가 아이폰을 중심 기기로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스마트글라스나 새로운 AI 기기가 등장하더라도 아이폰이 디지털 생활의 허브로 남는다면 25억대가 넘는 활성 기기는 엄청난 자산입니다. 반대로 AI의 주요 접점이 다른 기기로 이동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셋째, 화웨이를 비롯한 경쟁사의 AI·하드웨어 공세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AI 모델과 칩, 운영체제, 기기를 동시에 통합하는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애플의 전통적인 수직통합 경쟁력도 시험받게 됩니다.

넷째, AI 연산 수요가 폭증했을 때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원을 제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전력과 GPU, 데이터센터 용량은 돈만 있다고 즉시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닙니다.

마지막 질문은 반대로 애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변수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알파벳과 아마존, MS, 메타가 천문학적인 CAPEX를 먼저 집행했지만 AI에서 충분한 수익이 빠르게 발생하지 않는다면 감가상각 부담과 자본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때 애플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애플이 AI 투자를 너무 적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훗날에는 “애플은 AI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 아니라 가장 비싼 초기 투자 구간을 피해갔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 시나리오도 가능합니다.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폭발하고 먼저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한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다면 애플의 선택은 치명적인 판단 착오가 될 수 있습니다.

뒤늦게 뛰어들었을 때 GPU도, 전력도, 데이터센터 용량도 부족하다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시간을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애플이 AI 시대의 가장 영리한 빅테크였는지, 가장 늦게 움직인 빅테크였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지금 AI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대신 가장 강력한 소비자 접점과 막대한 현금, 온디바이스 AI라는 자산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애플은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경쟁을 피해가면서 아이폰과 서비스라는 기존 사업을 AI 시대의 수익원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앱을 대체하고,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낮추고, 컴퓨팅 인프라 자체를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만든다면 지금의 낮은 투자 규모는 자본 효율성이 아니라 뒤늦은 출발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애플만 살아남을지, 아니면 애플만 뒤처질지를 가르는 것은 결국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느냐가 아니라 애플이 가진 25억대의 기기와 생태계를 얼마나 빨리 AI 경쟁력과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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