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암살자(들)', 허진호표 웰메이드 정치 스릴러의 정점… 서스펜스 너머 묵직한 울림

모신정 기자 2026. 9. 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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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장의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진 총성은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남긴 채 짙은 안개로 남아 있다.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목도한 전대미문의 비극 故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지난 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대중 앞에 첫선을 보였다.

광복절 기념식 현장에 경호 인력으로 투입된 중부서 형사 철구(유해진)는 사건 당일 비표를 소지 하지 않은 일본어를 사용하는 한 남자(문태광 역/박정민)를 막아서지만 경호지침이 바뀌었다며 그를 행사장으로 들여보내라는 경호계장(엄태웅) 호통에 그를 들여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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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장의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진 총성은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남긴 채 짙은 안개로 남아 있다.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목도한 전대미문의 비극 故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지난 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대중 앞에 첫선을 보였다.

허진호 감독은 '암살자(들)'을 통해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가'라는 단편적인 질문에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는 속전속결로 진행된 정부의 공식 발표의 뒷편 현장에서 울려 퍼진 여섯 발의 총성과 수거된 네 개의 탄환 사이에 끝내 사라져버린 두 발의 행방을 쫓는 미스테리 추적극의 형식을 통해 2026년의 관객들을 그날의 현장으로 깊이 몰입시킨다.   

영화는 그날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세 명의 인물들을 통해 1974년을 뜨겁게 살았던 그 시절의 사람들을 재조명한다. 

광복절 기념식 현장에 경호 인력으로 투입된 중부서 형사 철구(유해진)는 사건 당일 비표를 소지 하지 않은 일본어를 사용하는 한 남자(문태광 역/박정민)를 막아서지만 경호지침이 바뀌었다며 그를 행사장으로 들여보내라는 경호계장(엄태웅) 호통에 그를 들여보내고 만다. 그는 기념식장 내부에서 총격 사건을 목도한후 의문을 품게 되고 이후 경호 업무를 맡았던 중부서의 후배 형사가 남산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 끝에 낙향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동료를 향한 책임감과 형사의 본능에 따라 사건 실체 파악에 나서게 된다.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인 김재환(박해일)은 신문사 내부에 파견돼 기사 하나하나를 일일히 검열하고 통제하는 기관원들과 대립하며 사건 이면에 숨겨진 모순된 정황을 파고들며 베테랑 기자의 집요한 취재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신입 기자 한영일(이민호)를 광복절 기념식 현장 취재로 배치한 그는 한영일에게 영부인 저격 사건의 현장 상황을 보고 받으며 정부 공식 발표의 모순된 정황을 캐치해내고 진범이 누구인지 배후에 누가 있는지 집요하게 취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극동상사 한상일 회장(정우성)의 막냇동생이자 동성일보 신입 기자인 한영일(이민호)는 김재환 부장의 지시로 광복절 기념식 현장 취재에 나섰다가 영부인 저격 사건을 실제로 목격하게 되고 현장의 무고한 피해자 사건도 함께 취재하게 된다. 사건을 가장 최일선에서 취재하며 현장에 남겨진 단서들과 사건을 향한 의문 때문에 일본 출장 취재까지 감행하게 되는 한영일은 김재환과 함께 사건의 진실에 가장 깊숙히 다가서게 된다.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덕혜옹주', '보통의 가족'까지 인물의 내밀한 심리를 밀도 있게 그리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허진호 감독의 세밀한 설계도 속에서 활약한 유해진과 박해일, 이민호는 기존에 선보였던 호평 넘치는 연기에 진일보한 발전을 선보인다. 

어떤 인물을 맡아도 그 인물로 살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유해진은 애국심 가득한 형사 철구가 국가권력의 교묘한 탄압 속에서 좌절하면서도 끝내 진실을 쫓으며 직업적 본능과 양심을 각성해가는 내면의 변화를 경이로울 정도로 유연하게 포착해낸다. 유해진이 깊은 한숨과 주름진 미간을 통해 표현한 소시민의 고뇌는 영화의 신뢰도를 높이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박해일은 사회부 부장 재환 역을 통해 품격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몸소 선보인다. 서슬 퍼런 유신 시절 검열의 서슬 아래에서도 펜을 꺾지 않았던 진정한 언론인의 꼿꼿한 기개를 박해일만의 낮게 가라앉은 서늘한 음성과 상대의 폐부를 찌르는 칼날 같은 눈빛 연기로 완성해냈다.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구둣발에 짓밟히면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꼿꼿한 눈빛과 '자유언론실천 선언문'을 읽으며 내지르는 사자후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소구하는 바가 크다. 

애플 TV 드라마 '파친코'와 영화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연달아 펼쳐오고 있는 이민호의 패기와 열정은 유해진과 박해일의 리드 속에서 한결 빛을 발한다. 사건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목도한 신입 기자의 순수한 열정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패기 등을 통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신문사를 탈취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기관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 등에서 독기 품은 이민호의 눈빛 연기는 극의 템포를 끌어올린다. 

서로 다른 입장과 직업적 윤리에서 출발한 세 사람이 하나의 의혹을 향해 내달리다가 끝내 한 점으로 모이게 되는 구조와 각자의 에너지와 비장의 연기 비법을 꺼내어 활활 불태운 세 배우의 앙상블은 영화 '암살자(들)'을 웰메이드 정치 스릴러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덕혜옹주', '보통의 가족'까지 인물의 내밀한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왔던 허진호 감독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라는 새 장르의 도전에서도 탁월한 성취를 이뤄냈다. 거대한 국가권력이 가둬두고자 했던 한치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어려운 한 걸음, 한 걸음씩을 보태 끝내 역사의 수레바퀴를 정방향으로 돌려내려는 1974년의 사람들을 향한 온기 어린 시선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영화는 시대의 어둠 속에서 진실의 파편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는 인물들의 끈기를 집요하게 응시한다. 인간의 존엄과 직업적 윤리의식을 향한 허진호 감독의 품격 있는 조망은 지금 이 시대에 충분히 유의미한 화두를 던진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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