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5·18 폄훼 포럼' 개최, 법 개정으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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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5·18 폄훼 포럼 개최 등으로 정치인·고위공직자가 연루된 혐오표현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해 혐오표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정치인과 공직자 등이 혐오표현을 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실시하고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5·18기념재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사단법인 오픈넷,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등 13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고위공직자 혐오표현 퇴진 공동행동단'과 박주민·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손솔 진보당 의원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국회의원 등의 혐오표현을 규율하기 위한 법 개정안 제안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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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시민사회단체, 정치인·공직자 혐오표현 방지 입법 제안
지역차별까지 혐오표현 대상에 포함… 인권위 진정 절차도 마련
이진숙 '5·18 포럼' 사례 방지는 과제… "혐오의 장 마련 해석기준 필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5·18 폄훼 포럼 개최 등으로 정치인·고위공직자가 연루된 혐오표현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해 혐오표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정치인과 공직자 등이 혐오표현을 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실시하고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5·18기념재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사단법인 오픈넷,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등 13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고위공직자 혐오표현 퇴진 공동행동단'과 박주민·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손솔 진보당 의원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국회의원 등의 혐오표현을 규율하기 위한 법 개정안 제안에 나섰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법, 국회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등 5개 법 개정안을 통해 정치인·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 대응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46.6%였으며, 정치인이 혐오표현을 사용하면서 이 사안이 사회적 문제로 느껴지지 않게 됐다고 밝힌 응답자는 76.3%에 달했다.

공동행동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을 통해 혐오표현에 대한 공통적인 정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장 큰 특징은 혐오표현 판단 기초가 되는 차별사유에 '출신 지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5월18일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사건과 6월29일 배재고 야구부 혐오응원 사건이 이어진 국면에서 온라인 지역혐오 댓글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지역과 관련 없는 기사와 게시물에도 지역 혐오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최근 5년간 호남 혐오에 기반한 폭언·폭력 사건은 8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동행동단은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혐오표현을 한 경우 피해자나 제3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인권위원회가 혐오표현에 대해 판단을 하고 시정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행동단은 국회의원이 혐오표현을 할 경우 징계를 할 수 있도록 이를 징계사유에 추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공무원의 차별행위와 직위·업무와 관련한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조항, 상관이 차별행위를 명령할 경우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밖에 정당·후보자 등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혐오표현을 하지 않을 의무'를 공정경쟁의무에 추가하는 내용도 제안됐다.

현재 국회의원의 경우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허위발언을 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지만, 국회 본회의·상임위원회·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 발언은 면책특권 대상에 포함된다. 또 혐오발언은 국회의원 징계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5·18 역사왜곡과 허위주장이 나온 포럼을 개최했는데, 이 의원은 학술 토론회를 개최한 것뿐이라며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발제문에서 “관건은 사회적 약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혐오표현으로 인한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 차별의 심화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느냐에 있다”며 “이진숙 의원은 '5·18 재조명'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주최했다. 문제가 된 토론회는 혐오표현을 정당화하고 부추기는 효과를 낳았다. 5·18 특별법 여부를 떠나 토론회를 옹호하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거나 학술적 토론이라고 정당화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개정안의 목표는 정치인·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을 공백 없이 완벽하게 규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혐오표현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대응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국가가 혐오표현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그 기준을 세우는 것, 혐오표현의 본질이 차별에 있음을 사회가 이해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일률적 규제가 아니라 해악성의 정도에 따른 다층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솔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모니터링 팀장은 토론문에서 “국제인권법은 혐오표현의 해악성을 판단할 때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맥락, 발화자의 지위, 의도, 내용과 형식, 파급력, 실제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할 개연성을 함께 본다. 이 기준 때문에 고위공직자의 발언은 일반 시민의 발언과 같게 볼 수 없다”며 “'모든 시민의 혐오표현을 처벌하자'가 아니라, 우선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자는 이번 접근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또 박 팀장은 정치인 등 공인의 혐오발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법 개정이 현실화된다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축적하는 혐오표현 판단기준은 언론에도 중요한 사회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언론 자유를 지키면서도 언론 스스로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지 않도록 편집과 보도의 기준을 더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고 했다.
정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변호사는 토론문에서 국회 윤리특위에 의원 징계를 맡기는 것은 해결책이 되기 어려우며, 이진숙 의원 사례처럼 국회의원이 행사를 주최해 역사왜곡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규제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2월 5·18민주화운동 혐오발언을 했고,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제출됐으나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7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이 같은 경로를 밟았다는 사실은, 고위공직자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을 정당 자율징계나 국회 윤리특위의 정치적 의지에만 맡겨 두어서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이진숙 의원은 발언자로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국회의 시설과 권위를 빌려 포럼을 공동주최해 왜곡발언에 사실상의 국회 차원의 정당성을 부여했다”며 “학문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왜곡·조롱을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로 남용될 위험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이 의원 사례처럼 고위공직자 본인이 직접 발화하지 않고 발언의 장을 마련·주최하는 방식으로 왜곡을 조장한 경우까지 혐오표현으로 포섭할 수 있을지가 실무적으로 다투어질 수 있다”며 “해석 기준이 후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토론문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과 공인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일반인들에게 유포되거나 확대·재생산된다”며 “이는 도덕·윤리적 기준을 무력화하고 혐오와 차별의 언어·행동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간사는 “고위공직자의 경우라도 범위를 아주 명확하고 좁게 설정하고, 정확하게 무엇이 안 되는지에 대해 누가 봐도 명료하게 규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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