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당일 18명 목숨 구한 의인에 美 최고 훈장 추서 [이 사람@World]

김태훈 2026. 9.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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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9·11 참사 희생자 25주기를 앞두고 일명 '빨간 반다나를 쓴 남자'(Man in the Red Bandana)에게 국가 최고 등급의 훈장이 추서됐다. 테러 직후 빨간 머리띠를 얼굴에 둘러 코와 입을 가린 채 부상자들 구조에 나서 총 18명을 살리고 정작 본인은 목숨을 잃은 웰스 크라우더(당시 24세)가 주인공이다.

학창 시절 라크로스 선수로 뛴 크라우더는 얼굴에 흐르는 땀 등을 닦기 위해 늘 반다나를 착용했고, 이것이 훗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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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C 104층 근무한 주식 중개인 웰스 크라우더
비행기 충돌 후 아래층 내려가 부상자 구조 전념
건물 붕괴로 소방관들과 함께 숨져… 향년 24세
생존자들 “빨간 반다나 쓴 남자 덕에 살아” 애도
미국 9·11 참사 희생자 25주기를 앞두고 일명 ‘빨간 반다나를 쓴 남자’(Man in the Red Bandana)에게 국가 최고 등급의 훈장이 추서됐다. 테러 직후 빨간 머리띠를 얼굴에 둘러 코와 입을 가린 채 부상자들 구조에 나서 총 18명을 살리고 정작 본인은 목숨을 잃은 웰스 크라우더(당시 24세)가 주인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크라우더를 “나보다 훨씬 더 유명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고인을 대신해 훈장을 받은 유족을 위로했다.
대학생 때의 웰스 크라우더. 학창 시절 라크로스 선수로 활동한 크라우더는 얼굴에 흐르는 땀 등을 닦기 위해 늘 반다나(머리띠)를 착용했고, 이것이 훗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유족 제공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미 수도 워싱턴의 ‘디 엘립스’ 공원에서 9·11 테러 25주년 추모 행사가 열렸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 9월11일 오사마 빈라덴(2011년 사살)이라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이끄는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민항기들을 납치한 뒤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일명 ‘쌍둥이 빌딩’)와 워싱턴 인근 전쟁부(옛 국방부·일명 ‘펜타곤’) 등과 충돌하게 만든 충격적 사건이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뉴욕 시민과 전쟁부 직원 등 약 3000명이 사망했다.
트럼프는 추모 행사 도중 크라우더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대통령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전달했다. 이는 미국에서 군인 아닌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나로선 불행한 일이지만 그(크라우더)는 나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다”는 말로 고인의 용기와 헌신을 기렸다. 크라우더의 어머니는 “이 메달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이 세상 전부와도 같은 의미”라며 “대대로 소중히 간직할 것”이란 소감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2001년 9·11 테러 당시 WTC 사우스타워에서 18명을 구조하고 숨진 웰스 크라우더(당시 24세)에게 추서된 ‘대통령 자유훈장’을 고인의 어머니 엘리슨 크라우더에게 전달하고 있다. 왼쪽은 고인의 여동생 페이지. AFP연합뉴스
크라우더는 1977년 5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라크로스 선수로 뛴 크라우더는 얼굴에 흐르는 땀 등을 닦기 위해 늘 반다나를 착용했고, 이것이 훗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장차 소방관이 되길 꿈꾼 크라우더는 16세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뉴욕시 의용소방대 대원으로 활동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면서도 장차 소방관으로 전직할 뜻을 간직했다.
2001년 9월11일 오전 9시쯤 크라우더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사우스타워 104층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된 유나이티드 항공 소속 비행기가 사우스타워 77∼85층과 충돌했다. 상황을 파악한 그는 휴대전화로 어머니에게 “엄마, 나 웰스야. 나는 무사하니 걱정 마”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78층으로 내려간 크라우더는 불이 붙은 사무실에서 크게 다친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봤다. 의용소방대원답게 그는 즉각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나섰다.
웰스 크라우더의 짧은 생애를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맨 인 레드 반다나’(2017)의 한 장면. 재연 배우가 2001년 9·11 테러 직후 반다나(머리띠)를 얼굴에 둘러 코와 입을 가린 채 부상자 구조를 위해 계단을 뛰어오르는 크라우더를 연기하고 있다. SNS 캡처
얼마 뒤 뉴욕시 소방관들이 현장에 출동하자 크라우더는 그들과 합류했다. 오전 9시59분 사우스타워가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크라우더가 목숨을 살린 시민은 18명에 달했다. 정작 크라우더 본인은 사우스타워 잔해에 깔려 숨지고 말았다. 고인의 유해는 해를 넘긴 2002년 3월에야 수습돼 가족의 품에 안겼다. 유족은 크라우더가 그날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경찰과 검시관들도 그가 소방관들을 도와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추정했을 뿐이다.

이후 생존자들 사이에서 ‘빨간 반다나를 얼굴에 두른 의인(義人) 덕분에 가까스로 살았다’는 취지의 증언이 쏟아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를 접한 크라우더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2002년 5월 크라우더의 사진을 들고 생존자들과 만났다. 크라우더의 얼굴을 본 생존자들은 “이 사람이 분명하다”고 확인했다. 고인의 유품 중에선 뉴욕시 소방관 채용 시험 지원서가 거의 완성된 상태로 발견됐다. 크라우더의 짧은 생애는 2017년 다큐멘터리 ‘맨 인 레드 반다나’로  재조명됐다.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팰트로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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