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농익는 가을… 전시로 물드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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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과 함께 현대미술축제인 부산·광주비엔날레가 베일을 벗었고, 국내 최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키아프와 프리즈도 성료됐다.
주요 미술관들이 심혈을 기울인 대형 전시가 모두 이때 문을 연다.
그 시초, 개념미술의 선구자 솔 르윗(1928∼2007)을 조망한 전시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서 열린다. 벽화는 '솔 르윗 재단' 관계자 7명과 대학 미술 실기 전공자 23명이 20여 일 동안 전시장 벽에 선과 색을 쌓아 올리며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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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과 함께 현대미술축제인 부산·광주비엔날레가 베일을 벗었고, 국내 최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키아프와 프리즈도 성료됐다.
북적이던 장이 파하고, 이제 진짜 ‘전시의 계절’이다. 비엔날레의 전위적 에너지, 아트페어의 수집 열기는 미술관으로 수렴된다.
주요 미술관들이 심혈을 기울인 대형 전시가 모두 이때 문을 연다. 올가을 놓치면 안 될 블록버스터급 전시 ‘빅5’를 소개한다.
유치원때 그림·한옥 작품 등
30여년 ‘집 짓기’ 예술 집약
#1. 우는 대신 집을 짓다… 서도호의 30년= 온 나라가 개발을 외치며 아파트를 짓던 시기, 한옥을 지어 살았던 한국화 거장 서세옥. 그의 아들인 서도호 작가는 예술 DNA와 ‘집’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 짓는’ 작가가 됐다. 자신이 살았던 집과 기억을 투명한 천으로 옮기며 이동과 경계를 탐구했다. 집에 몰두하기 시작한 건 뉴욕 유학 시절. 한옥인 서울 집이 생각날 때마다 ‘우는 대신 집을 만들자’고 결심하고, 그리움과 외로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전은 그의 30년 예술세계를 집약했다. 유치원 때 그린 그림, 대학 시절 초기작, 세계 곳곳의 집을 옮긴 대표작, 아버지가 된 뒤 만든 최신작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한옥의 표면을 직접 떠낸 ‘러빙/러빙:서울 집’이 인상적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의 벽과 문, 창호, 기둥 등에 종이를 대고 안료를 문질러 집의 흔적을 채집한 작업이다. 최초 공개되는 신작 ‘사랑의 기억’은 코트 안감에 식구들의 옷 주머니를 달고, 추억이 깃든 물건을 담았다. 집이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했다면, 옷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가정과 사회로 확장한 결과다. 내년 2월 9일까지, 8000원.
U2·아델·비욘세 무대 디자이너
끝없는 시선 ‘미러 메이즈’ 주목

#2.U2부터 빅뱅까지… 무대 뒤 철학자 에스 데블린= 슈퍼볼 하프타임 쇼, U2와 비욘세, 아델의 공연, 그리고 얼마 전 컴백한 빅뱅의 콘서트까지. 영국의 무대 디자이너이자 설치 미술가인 에스 데블린의 아시아 첫 회고전 ‘세 번째 시:에스 데블린, 다시 집으로’가 가회동 푸투라서울에서 개막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0분 거리. 서도호의 ‘집’을 나와 데블린의 ‘무대’로 간다. 앞선 집이 기억과 경험의 총체라면, 이 무대는 계속 갱신되는 집이다. 1만여 권의 책이 빼곡한 ‘인피니트 라이브러리’, 거울로 만든 미로 ‘미러 메이즈’가 펼쳐진다. 거울 속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나’의 시선 끝에, ‘타인’을 마주하라는 게 작가의 주문. 서울 전시를 위해 작업한 ‘다시 집으로’엔 다정함이 넘친다. 내년 1월 17일까지, 2만 원.
獨 현대 미술 거장 사후 첫 전시
거꾸로 그린 작품보며 깊은 감상
#3. ‘거꾸로’ 그린 그림, 세상을 뒤집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지난 4월 별세한 독일 현대미술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사후 첫 미술관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세화미술관의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1960년대 초기작부터 아내 엘케 크레치머의 초상, 과거작을 다시 해석한 ‘리믹스’, 골드 페인팅 연작까지 총 46점을 선보인다. 바젤리츠는 1969년부터 대상을 뒤집어 그렸다. ‘거꾸로’의 효과는 컸다. 그냥 지나칠 법한 사물과 사람을 ‘다시’ 보게 하며 깊은 감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60년 작가의 곁을 지킨 아내 엘케의 거대한 초상들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프랑스에서의 엘케 II’는 물감을 바른 캔버스에 다른 캔버스를 겹쳐 찍어냈다. 같은 대상을 끊임없이 다르게 바라본 거장의 조형적 실험을 살펴볼 수 있다. 미술관 밖 건물 입구에 세워진 청동조각 ‘1965’ 앞은 이미 사진 명소다. 12월 27일까지, 1만5000원.
선·색채구성 등 지시문으로 남겨
전시후 지울 대형벽화 13점 백미
#4. 전시 후 지워질 벽화… 개념미술 선구자 솔 르윗= 현대미술은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한다. 그 시초, 개념미술의 선구자 솔 르윗(1928∼2007)을 조망한 전시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서 열린다. ‘솔 르윗: 오픈 스트럭처’는 “작품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고 협업으로 완성된다”는 르윗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구현했다. 월 드로잉(벽화)을 비롯해 구조물, 회화, 사진, 판화 등 총 45점을 소개하는 전시의 백미는 전시가 끝나면 지워질 13점의 대형 월 드로잉이다. 르윗은 선과 형태, 색채의 구성 방식 등을 지시문으로 남겼고, 그것은 지금도 누군가의 실행으로 태어났다 소멸한다. 벽화는 ‘솔 르윗 재단’ 관계자 7명과 대학 미술 실기 전공자 23명이 20여 일 동안 전시장 벽에 선과 색을 쌓아 올리며 완성했다. 내년 2월 28일까지, 1만8000원.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총 35점
작가의 혼돈·탐구의 흐름 드러내
#5. 혼돈, 질문, 발견… 구정아의 우주=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대표한 구정아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OUSSSMOS)’를 선보인다. 1990년대 초기작에서 신작까지 총 35점을 통해 작가가 30년간 이어온 작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직접 고안한 단어인 ‘우스(OUSSS)’와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COSMOS)’를 결합했다. 고정되지 않은 채 사물과 힘·기억·시간이 관계 맺는 세계를 뜻한다. 신작인 폭 8m의 스테인리스 구조물 ‘모비우스’(2026)와 샤프심 57개로 이뤄진 ‘무제’(1998) 사이엔 약 30년의 시차가 있으나, 두 작품 모두 균형과 불안정성,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작가의 탐구가 담겨 있다. 이것이 모두 ‘우스모스’를 이룬다. 작가는 그 안에서 혼돈하고, 질문하며, 발견하라고 말한다. 예술이, 세계가, 그리고 인간이 무엇인지. 12월 27일까지,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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