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아 PBV 공장의 '다품종 생산법'

박홍준 2026. 9. 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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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차체공장은 천장으로 부품이 이동하는데, 이곳은 한번 위를 보시죠."

고다은 기아 차량생기4팀 매니저는 "조립공장은 소프트하고 플렉시블한 부품까지 총 600여개의 부품을 다룬다"며 "아직 작업자가 직접 핸들링하는 작업이 있지만 루프패드나 헤드라이닝처럼 자동화하기 어려웠던 부품까지 최초로 투입과 장착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입과 체결을 모두 자동화한 것은 현대차·기아 공장 가운데 처음이다.

기아 측은 완전 무인화를 전제로 공장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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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뒤 다른 차 들어와도 자동 구분
 -용접 100% 자동화..사람과 로봇 역할 분담
 -기존 화성공장보다 자동화율 9%p 높여..운영 효율 10% 개선

"보통 차체공장은 천장으로 부품이 이동하는데, 이곳은 한번 위를 보시죠."

 8일 찾은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 안내에 따라 고개를 들자 예상과 달리 천장 위가 휑했다.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와 부품 운반설비 상당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부품 물류를 지하와 2층으로 분산시키고 바닥에서는 납작한 무인운반차(AGV)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스스로 멈췄다.

 자동차 생산라인에 서로 다른 차가 연이어 들어섰다. 카고 뒤에 패신저가 오고, 다시 샤시캡이 뒤따라도 라인은 멈추지 않는다. 사람 대신 설비가 차의 사양을 읽고 필요한 부품과 작업을 스스로 구분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PV5는 차체공장 기준으로만 180여개 사양으로 나뉜다. 단순히 색상이나 편의품목이 다른 정도가 아니다. 패신저와 카고, 샤시캡을 비롯해 차체 구조와 길이, 도어 구성까지 달라질 수 있다.

 대량생산의 기본 전제는 표준화다. 같은 차를 같은 방법으로 반복해서 많이 만들수록 생산효율은 높아진다. 반면 PBV는 정반대다. 이용 목적에 따라 차가 끊임없이 달라진다. 기아가 EVO 플랜트에서 풀어야 했던 숙제도 결국 '서로 다른 차를 한 라인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였다.

 다품종 생산을 위해서는 공간만 바꿔서는 부족했다. 부품 종류가 늘어나는 만큼 물류 자체를 자동화해야 했다. 공장 한쪽에는 최고 11.5m 높이의 자동창고가 자리했다. 5개 라인에 걸쳐 250개 팔레트를 보관하며 QR코드로 부품 정보를 읽은 뒤 생산 순서에 맞춰 라인에 공급한다. 최대 2t까지 운반할 수 있다.

 다양한 사양에 대응하는 방식은 차체 조립에서도 드러났다. 기존 차체공장은 주요 부품을 하나의 메인 공정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EVO 플랜트 이스트는 이를 인너벅과 레일벅, 아우터벅, 루프벅 등 네 단계로 나눴다. 앞선 공정에서 차체 뼈대를 만들고 뒤에서 외관을 완성한다. 차체가 달라질 때 하나의 거대한 설비 전체를 바꾸는 대신 각 단계가 변화에 대응하도록 구조를 세분화한 것. 

 라인 끝에서는 두 대의 로봇이 하나의 차체를 앞뒤에서 붙잡아 옮겼다. PV5는 차종마다 길이와 무게중심이 달라 고정된 위치의 공용 운반설비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기아는 두 로봇을 동기화해 차체 길이에 맞춰 위치를 자동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로봇 한 대가 들 수 있는 무게는 600㎏이다.

 용접 방식도 차체 구조에 따라 달라졌다. 일부 PV5는 일반 용접건이 들어가지 못하는 구간이 생긴다. 이를 위해 철도나 지하철 제작에 쓰는 약 2m 크기의 대형 용접건을 가져왔고 그것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에는 4대의 로봇이 레이저를 이용해 한쪽 면에서 접합하는 LSS 공법을 적용했다. 이 같은 차체공장의 용접 자동화율은 100%. 마지막 품질 확인과 수정 작업 등은 여전히 작업자의 몫이다.

 조립공장으로 이동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차체공장보다 작업자의 모습이 훨씬 많이 눈에 띈다. 이곳의 자동화율은 20% 후반대다. 얼핏 보면 차체공장보다 상당히 낮아 보인다. 그러나 이유는 단순하다. 조립공장은 다루는 부품 종류가 훨씬 많고 형태도 제각각이다.

 고다은 기아 차량생기4팀 매니저는 "조립공장은 소프트하고 플렉시블한 부품까지 총 600여개의 부품을 다룬다"며 "아직 작업자가 직접 핸들링하는 작업이 있지만 루프패드나 헤드라이닝처럼 자동화하기 어려웠던 부품까지 최초로 투입과 장착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사람에게 부담이 큰 작업부터 로봇이 가져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것이 65㎏짜리 크래시패드다. 계기판과 공조장치, 에어백 등이 모인 대시보드 구조물을 3D 비전카메라가 촬영하면 로봇이 차체와 부품의 위치를 맞춘 뒤 투입하고 볼트 체결까지 마친다. 투입과 체결을 모두 자동화한 것은 현대차·기아 공장 가운데 처음이다.

 헤드라이닝도 마찬가지다. 부피가 크고 부드러워 로봇이 다루기 까다로운 부품이지만 PV5의 프론트와 리어 헤드라이닝은 자동 투입한다. 로봇이 바코드로 사양을 읽고 부품을 뒤집어 차 안으로 넣은 뒤 클립을 체결한다. 다만 커넥터와 공조덕트 연결이 필요한 센터 부분은 사람이 맡는다.

 고전압 배터리 체결도 자동화했다. 배터리처럼 체결 토크가 큰 부품은 작업 과정에서 소음이 크고 작업자 피로도가 높다. 로봇이 대신 체결하면 작업자는 다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고 동시에 각 볼트의 토크값과 정상 체결 여부를 실시간으로 저장할 수 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자동화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결국 사람 없는 공장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일까. 기아의 답은 달랐다. 기아 측은 완전 무인화를 전제로 공장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설비 역시 정비와 점검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사람의 판단과 손기술이 필요한 작업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에는 비용도 따른다. 기아에 따르면 EVO 플랜트 이스트의 자동화율은 기존 화성공장보다 약 9%포인트(p) 높다. 이를 통해 품질과 운영 측면에서 약 10%의 효율 개선 효과를 확보했다. 반면 자동화설비는 주말이나 비가동 시간에도 로봇 티칭과 보정 작업을 지속해야 하고 사람이 작업할 때보다 더 많은 명령과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생산기술 측면의 복잡성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다품종 생산의 특징이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의외로 작은 엠블럼 공정이었다. 라인으로 차가 들어오면 시스템이 먼저 차의 사양을 확인한다. 카고인지 패신저인지, 샤시캡인지에 따라 기아 엠블럼과 PV5 차명 엠블럼, 캠퍼·프라임·WAV 등 서브 엠블럼의 종류와 장착 위치가 달라진다. 통신망을 통해 어떤 차가 공정에 들어왔는지 데이터가 전달되고 설비는 해당 차에 필요한 엠블럼을 스스로 골라 붙인다. 

 검사 단계에 들어서면 데이터 활용은 더욱 적극적이다. 완성차가 검사부스에 들어서자 상단의 3D 비전카메라가 차 전체를 스캔했다. 이를 토대로 차량의 틀어짐을 계산한 뒤 로봇이 좌우 각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측정한다. 반복정밀도는 ±0.2㎜다.


 이어 18개의 카메라가 24개 부품을 확인한다. 사이드미러와 도어 가니시, 펜더, 도어핸들이 잘못 달리지는 않았는지, 루프 볼트가 빠지지는 않았는지를 검사한다. 마지막에는 로봇이 직접 후드를 열어 헤드램프 광도와 광축까지 자동 조정한다.

 AI 적용도 이미 시작했다. 외관 비전검사에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결함 판별 능력을 높이고 있고 차체공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판넬에 맞춰 최적의 용접조건을 찾는 AI 용접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AX 전략을 생산현장으로 연결하는 초기 단계다.

 PV7과 PV9이 더해지고 컨버전 제품까지 늘어나면 조합은 더 복잡해진다. 자동차 공장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변수다. 그런데 기아는 그 변수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같은 차를 빠르게 반복 생산하는 것이 지난 100년간 자동차 공장의 경쟁력이었다면 PBV 시대의 경쟁력은 조금 달라질 수 있겠다. 

 화성=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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