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차가 바뀌어도 라인은 그대로”…기아 PBV 유연생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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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의 거대한 로봇 팔이 차체 양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잠시 뒤 로봇 두 대가 동시에 차체를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기아는 이를 통해 차체 크기와 사양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부위마다 최적의 용접 조건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색 차체가 라인에 들어오자 로봇 세 대가 차례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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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로봇 둘이 차체 ‘번쩍’…사양 달라도 라인은 그대로
웨스트는 물류·중량물 작업 자동화…PBV 공장 ‘진화 중’

두 대의 거대한 로봇 팔이 차체 양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잠시 뒤 로봇 두 대가 동시에 차체를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한쪽이 먼저 움직이거나 뒤처지는 모습 없이 서로 동작을 맞춘 채 차체를 옮겨 다음 공정으로 이송했다.
“두 대의 로봇이 서로 협조 제어를 통해 이송합니다. 각 로봇은 최대 600㎏까지 운반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찾은 경기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East) 차체 공장. 눈앞에서 움직이는 두 로봇은 이 공장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곳은 한 가지 형태의 차만 반복해 만드는 공장이 아니다. 패신저와 카고, 교통약자를 위한 WAV(휠체어 탑승 차량), 샤시캡 등 형태가 제각각인 PV5가 같은 생산 체계에서 나온다. 세부 사양까지 따지면 차체공장이 대응해야 하는 PV5 사양만 180개가 넘는다. 차체 크기와 시트 배열, 사용 목적까지 달라지다 보니 차량이 바뀌어도 생산라인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유연성’이 핵심이다.
PV5의 차체는 한 번에 조립되지 않는다. 차량 내부 골격과 측면 구조를 만드는 인너벅(Buck)·레일벅, 외관 패널과 루프 구조를 조립하는 아우터벅·루프벅으로 공정을 잘게 나눈다. 차체 조립 공정을 네 단계로 나눈 이른바 ‘4-벅 순차 조립 공법’이다.
기존처럼 한 주요 공정에서 차체를 한꺼번에 만드는 대신 네 단계로 쪼갠 덕분에 차량 사양이 달라져도 각 공정이 필요한 작업을 맞춰 수행할 수 있다. 기아는 이를 통해 차체 크기와 사양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부위마다 최적의 용접 조건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용접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PV5는 리어도어가 없는 경우도 있어 일반적인 용접건으로는 접근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공장에는 철도 차량 등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대형 용접건이 투입됐다.
고개를 들자 높게 보이는 설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최대 높이 11.5m의 자동창고였다. 팔레트를 넣으면 시스템이 생산정보를 읽어 필요한 부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해당 차량이 라인에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부품을 내보낸다. 최대 2톤까지 운송할 수 있다. 사양이 수없이 갈리는 목적기반차량(PBV)에서 어떤 차에 어떤 부품을 넣어야 하는지를 자동으로 맞추는 셈이다.

차체공장을 빠져나와 조립공장으로 이동하자 풍경이 달라졌다.
약 1만4000평 규모의 EVO 플랜트 이스트 조립공장은 연간 최대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내·외장 부품과 구동계, 배터리 등이 차체에 하나씩 붙으며 비로소 자동차의 형태를 갖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검은색 후드였다. 회색 차체가 라인에 들어오자 로봇 세 대가 차례로 움직였다. 첫 번째 로봇이 팔레트에서 후드를 집어 정위치에 맞춰놓자 다른 로봇이 후드를 들어 차체 앞으로 가져갔다. 이어 두 대의 로봇이 상·하부 볼트 4개를 나눠 체결했다.
PV5는 복합섬유 소재의 검은색 후드를 공통으로 사용한다. 차체공장에서 후드를 달아 함께 도장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도장이 끝난 차체가 조립공장으로 들어온 뒤 별도로 후드를 붙인다. 기아는 현대차·기아 최초로 조립공장에서 후드 장착까지 자동화했다.
이어진 공정에서는 로봇이 멀쩡히 달려 있던 문을 떼어내고 있었다. 도어가 있으면 작업자가 차량 내부 부품을 조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탈거했다가 나중에 다시 장착한다고 기아 관계자는 설명했다. 프론트도어와 리어도어 탈거에 동원되는 로봇만 총 6대다. 리어도어는 슬라이딩 방식이라 볼트를 풀지 않고 로봇이 핀을 해제해 분리한다.
사람이 손으로 붙일 것 같은 작은 부품도 로봇의 몫이었다. 로봇은 기아 엠블럼을 집어 이형지를 제거한 뒤 비전 카메라로 위치를 확인해 차체에 정확히 부착했다. 현대차·기아 최초로 자동화한 공정이다.

조립공장을 걷다 보면 왜 자동화가 필요한지도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차량 천장에 붙는 루프패드는 사람이 작업하려면 차 안으로 몸을 밀어 넣고 허리를 숙인 채 고개를 들어야 한다. 이곳에서는 로봇이 패드를 빨아들여 들어 올린 뒤 이형지를 떼고 차체 안으로 들어가 천장에 붙인다. 사람에게 불편하고 부담이 큰 자세를 로봇이 대신한다.
물론 모든 곳에서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자동화된 로봇 라인 바로 옆에서는 작업자들이 직접 차량에 부품을 끼우고 있었다. 또 다른 공정에서는 사람이 설비를 잡고 차량과 함께 움직였다. 기아는 이 공장을 완전 자동화 공정과 작업자가 직접 조립하는 공정, 작업자가 설비를 활용하는 공정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본 이스트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공장도 바로 옆에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대형 PBV인 PV7 등을 생산할 EVO 플랜트 웨스트(West)다.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약 13만㎡ 규모로 건설 중이며, 더 큰 차체와 향후 늘어날 파생모델에 대응하기 위해 차체공장도 2개 동으로 구성한다.
자동화 범위도 넓어진다. 차체 부품 상·하차에는 무인지게차를 활용하고 조립공장에서는 자율이동로봇(AMR)이 필요한 부품을 생산라인으로 나른다. 높은 차체에 루프 안테나와 쿼터글라스를 장착하거나 무거운 플로어콘솔을 넣는 작업도 자동화한다. 완성차 검사 단계에서는 주행 소음을 자동 측정하고 여러 대의 카메라가 높은 차체의 외관을 살피는 터널형 비전검사도 도입할 예정이다.
성시영 기아 생기계획팀 책임매니저는 “EVO 플랜트에는 다차종 유연 생산과 균일한 품질 구현을 위한 최적의 자동화,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라는 세 가지 혁신을 담았다”며 “웨스트에는 이스트에서 축적한 다차종 유연생산 시스템과 최적의 자동화 시스템,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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