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신사임당·5000원권 율곡 이이 그린 이종상 화백 별세

배문규 기자 2026. 9. 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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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상 화백. 연합뉴스

5만원권의 신사임당, 5000원권의 율곡 이이 화폐 영정을 그린 일랑(一浪) 이종상 화백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전고에 재학하며 미술부 활동을 시작한 뒤 ‘루불’ 미술동인을 결성했으며,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대장간을 소재로 한 ‘장(匠)’을 출품해 특선했다. 이후 1963년까지 3년 연속 특선하며 국전 최연소 추천작가가 됐다.

고인은 ‘한국미술의 자생성’을 평생의 화두로 삼았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전통 재료·기법을 연구하고, ‘현대진경’과 ‘원형상’ 연작을 통해 한국화의 현대화를 모색했다. 1975년 미국 텍사스대에서 첫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1997년에는 프랑스예술진흥협회(AFAA) 초청으로 카루젤 뒤 루브르 샤를 5세 홀에서 열린 한국 작가 3인전에 참여해, 성벽을 활용한 높이 6m·길이 71.3m의 설치벽화 ‘원형상 97061-마리산’을 선보였다.

고인은 화폐 영정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우륵·광개토대왕·원효대사·윤관·장보고·김홍도·윤선도 등 여러 역사 인물의 국가표준영정과 역사기록화를 남겼다. 그가 그린 율곡 이이 영정은 1977년 발행된 5000원권부터 사용됐다. 2008년에는 이듬해 발행된 5만원권에 쓰일 신사임당 화폐용 영정을 완성했다.

고인은 서울대 미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2003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고, 이듬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1977년부터 독도를 직접 찾아 그림을 그리며 ‘독도문화심기운동’을 펼쳤다. 서울대 재학 중에는 4·19혁명 시위에 참여해 부상했으며, 2010년 건국포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일 오전 예정이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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