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드론 1만대 군집’까지 상정하는 전장…국방 AI, ‘똑똑한 무기’ 넘어 ‘전장 전체의 AI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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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을 보조 장비에서 전장의 핵심 변수로 끌어올렸다.
정보와 센서를 연결하고, 중앙과 전장의 AI가 역할을 나눠 운영되며, 산업에서 검증한 AI를 빠르게 국방 환경에 맞게 바꾸는 '전장 전체의 AI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마키나락스는 제조·반도체·자동차 등 산업 현장에서 수행한 AI 프로젝트 경험을 국방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방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게 뭘까, 저희도 내부적으로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두 가지 갈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나는 초거대 LLM이 임무를 계획하고 지시하고 전체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지휘를 받아 실제로 액션하는 VLA 모델, 피지컬 AI 쪽 모델입니다. 이 두 종류가 지휘통제부터 군수·정비·훈련·시뮬레이션까지 연결되고 결국 유·무인 복합체계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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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FPV 드론이 바꾼 현대전…김상희 교수 “단일 센서·모델 넘어 전 출처 정보융합 필요”
김민성 마키나락스 본부장 “중앙 AI만으론 한계…에지 판단·중앙 학습 연결하는 AI OS 필요”
박용민 LG AI연구원 리더 “산업 파운데이션 모델 활용…매번 새 모델 만드는 방식 바꿔야”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을 보조 장비에서 전장의 핵심 변수로 끌어올렸다. 값싼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 FPV) 드론이 정찰과 타격에 투입되고, 무인체계는 보급과 부상자 후송까지 맡기 시작했다. 전차와 장갑차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월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4년을 맞아 약 1200㎞에 이르는 전선이 각종 드론으로 뒤덮이면서 전차가 고정식 포병처럼 운용되고 병력 이동과 후송 방식까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역시 드론이 현대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판단,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대드론 능력에 4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2027년 말까지 드론 운용 인력 교육 규모를 5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장 파괴력 있는 무기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만이 아니다. 상대보다 먼저 보고, 여러 센서의 데이터를 합쳐 판단하고, 통신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현장의 무인체계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 전투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ATTENTION 2026’의 국방 AI 트랙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올해 ATTENTION은 ‘AI, 현장에 착륙하다(AI Has Landed)’를 주제로 제조·반도체·에너지·국방 등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장되는 AI를 조명했다. 특히 국방 AI 세션에서는 김상희 KAIST 을지연구소 교수, 김민성 마키나락스 국방사업본부장, 박용민 LG AI연구원 사업개발팀 리더 등이 각각 국방 AI의 기술 발전 방향과 운영체계, 산업 AI의 국방 적용 전략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을 알렸다.

이날 국방 AI 세션 발표자들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출발했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AI 모델 하나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 새로운 전장에 대응할 수 있는가. 이날 발표에서 제시된 방향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정보와 센서를 연결하고, 중앙과 전장의 AI가 역할을 나눠 운영되며, 산업에서 검증한 AI를 빠르게 국방 환경에 맞게 바꾸는 ‘전장 전체의 AI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김상희 KAIST 을지연구소 교수는 현대전의 변화를 ‘정보’와 ‘가격 비대칭’에서 찾았다. 과거처럼 병력과 화력의 규모만으로 상대의 전투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고, 비교적 저렴한 무인체계를 대량으로 투입해 고가의 전략 자산을 위협하는 방식이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전술을 다시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드론의 감시와 공격을 피하기 위해 병력을 소규모로 분산하고 이동 방식마저 달라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대대급 이하 전술부대의 AI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동시에 전시에는 통신망이 약해지거나 끊기고 위성항법시스템(GPS)이 교란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핵심은 개별 드론 한 대를 똑똑하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여러 무인체계가 각자 획득한 정보를 공유하고, 상황이 달라지면 역할과 경로를 다시 나누며, 일부 개체를 잃어도 전체 임무를 이어가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달라져야 하는 것이 전장 정보를 읽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특정 미사일 기지나 군사시설처럼 위치와 역할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표적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동식 발사체와 무인체계가 확산되면서 ‘어디에서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환경이 늘고 있다. 영상 하나만 잘 분석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제는 감시정찰을 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진 겁니다. 어디가 어딘지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지만 가지고는 안 되고 한 개의 모델을 가지고도 안 됩니다. 예전에는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시긴트(SIGINT·통신·전자신호 정보), 이민트(IMINT·위성·항공 영상 정보), 지오인트(GEOINT·위치·지형 등 지리공간 정보)처럼 정보 유형별로 분석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멀티플 인텔리전스가 융합돼야 합니다. 영상정보, 지리공간정보, 신호정보, 계측정보, 공개정보, 인간정보, 사이버 정보까지 다 융합돼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위치도 모르고 행위도 모르는 표적을 그래도 찾아낼 수 있겠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방어 측이 상대의 대규모 군집 공격에 맞서 자체 군집체계를 투입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5000대, 1만대 규모의 무인체계가 공격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때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 군집을 구성한 일부 개체가 교란되거나 격추됐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남은 개체들이 임무를 이어받아 최종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개별 무기의 성능 중심 평가에서 군집 전체의 임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의미다.

김상희 교수가 ‘전장에서 어떤 AI가 필요한가’를 다뤘다면 이어진 발표에 나선 김민성 마키나락스 국방사업본부장은 한 단계 뒤의 문제를 꺼냈다. 늘어나는 AI 모델과 무인체계를 실제로 어떻게 배포하고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할 지에 대한 문제다.
이와 관련 마키나락스는 제조·반도체·자동차 등 산업 현장에서 수행한 AI 프로젝트 경험을 국방으로 확대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국방사업본부 출범 이후 국방과학연구소의 AI 개발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생성형 AI 기반 정보 검색, GP 작전지원, 함정 장비 운용 AI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마키나락스는 국방사업본부 출범 이후 13건의 국방 사업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스마트폰 하나를 가지고 앱 하나만 쓰는 건 아니잖아요. 다양한 앱을 쓰려면 앱마다 자원을 할당해줘야 하고 공통 기능도 제공해줘야 합니다. AI는 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합니다. GPU 서버는 비싸고 그 위에서 여러 AI 서비스를 계속 발전시키면서 운영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AI OS에는 GPU·CPU·메모리 자원 할당부터 모델 검증, 배포, 교체, 버전 관리, 롤백까지 다 들어가야 합니다.”
김 본부장이 말하는 AI OS는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하드웨어 자원을 앱에 나눠주고 업데이트와 공통 기능을 관리하는 것처럼, 여러 AI 서비스가 같은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공유하고 계속 개선되도록 관리하는 체계다. 물론 여기에 더해 AI 특유의 기능도 필요하다. 학습 데이터를 수집·전처리하고 버전을 관리해야 하며, 배포된 모델의 성능 변화도 감시해야 한다. 실제 환경에서 들어오는 데이터가 학습 당시 데이터와 달라지는 데이터 드리프트(Data Drift)가 발생하면 재학습과 재배포가 필요하다.
국방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붙는다. 통신이 항상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전파방해로 통신이 끊기거나 중앙 서버와 연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드론이 매번 지휘소의 AI로 데이터를 보내고 답을 기다린다면 실시간 대응이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에지 AI’를 강조했다.

구조를 다시 알아보면, 드론이나 무인차량처럼 전장에 가까운 에지에서는 센서 데이터를 받아 즉시 추론한다. 추적을 계속할지, 이동 경로를 바꿀지 같은 제한된 임무도 현장에서 처리한다. 이 외에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재학습과 모델 업데이트는 중앙 데이터센터가 담당하는 식이다. 다만 김 본부장은 자율성에는 선을 그었다. 현장에서 추적 유지나 경로 변경 등의 임무는 가능하지만 타격과 같이 민감한 결정은 반드시 지휘소의 승인을 받아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김 본부장이 제시한 궁극적인 구조는 에지와 중앙의 2단계보다 한층 복잡하다. 산악·도시·해상처럼 작전지역이 달라지면 AI가 마주하는 데이터도 달라지는 만큼, 에지 장비와 대규모 중앙 데이터센터 사이에 이동형 데이터센터를 두고 지역별 특화 모델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현장 무인체계에서 쌓인 데이터를 이동형 데이터센터가 받아 해당 작전환경에 맞게 모델을 업데이트하고, 다시 중앙 데이터센터와 연합학습을 통해 베이스 모델을 개선하는 구조다. AI를 무기체계에 한 번 넣고 끝내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전장에서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운영체계로 보는 접근인 셈이다.

박용민 LG AI연구원 사업개발팀 리더의 발표는 앞선 두 발표와 출발점이 달랐다. LG AI연구원이 제조·금융·바이오·화학 등 민간 산업에서 개발하고 적용해온 AI를 국방에 어떻게 가져올 수 있느냐가 주요 내용이었다.
박 리더는 이를 이미 완성된 국방 사업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박 리더는 LG AI연구원이 올해 상반기부터 국방 분야 적용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이날 제시한 상당수 사례 역시 기존 기술을 국방 환경에 옮겨보는 적용 시나리오와 아이디어라는 점을 먼저 밝혔다. 그런 박 리더가 생각하는 국방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의 큰 줄기는 두 가지다.
“국방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게 뭘까, 저희도 내부적으로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두 가지 갈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나는 초거대 LLM이 임무를 계획하고 지시하고 전체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지휘를 받아 실제로 액션하는 VLA 모델, 피지컬 AI 쪽 모델입니다. 이 두 종류가 지휘통제부터 군수·정비·훈련·시뮬레이션까지 연결되고 결국 유·무인 복합체계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방 특화 AI를 만들겠다고 도메인 데이터를 곧바로 넣어 미세조정(Fine-tuning)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 리더는 “특정 도메인의 데이터만 지나치게 학습시키면 일반적인 문제를 푸는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안전 기준에 맞춘 얼라인먼트(Alignment)를 거쳐야 하고, 실제 현장 장비에서 구동하려면 모델 경량화와 최적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느 학습 단계에서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리더의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 박 리더가 꺼낸 기술 중 하나가 정형 데이터 파운데이션 모델(Tabular Foundation Model·TFM)이다. LLM이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면 이 모델은 행과 열로 구성된 다양한 표 데이터를 미리 학습해 여러 예측 문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군에는 장비 상태와 센서값, 정비 기록, 부품 수급, 재고, 기상, 전력 가용성 등 수많은 표 형태의 데이터가 존재한다. 전장 데이터는 값이 비어 있는 경우도 많고 새로운 장비가 추가되면 데이터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박 리더는 “TFM을 활용해 이런 결측 데이터와 변화하는 데이터 구조에 대응하면서 전장 위험이나 장비 정비 필요성, 전체 자산의 가용성 등을 보다 빠르게 예측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분야에서 개발한 AI의 국방 적용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LG AI연구원은 주가 방향성을 예측할 때 과거 가격 데이터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뉴스, 관련 산업 뉴스, IR 데이터 등을 함께 분석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박 리더는 이 같은 프레임워크에 국가별 국방예산과 방산기업 정보, 조달 이력, 뉴스, 제안요청서(RFP) 등을 적용하면 향후 어떤 국가에서 어떤 무기체계의 조달 가능성이 높아지는지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박 리더는 이러한 계획이 아직 구상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조 AI는 보다 직접적인 사례다. LG AI연구원은 제조 현장에서 제품이나 부품의 이상 여부를 판별하는 비전 검사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왔다. 기존 방식에서는 제품과 공정이 바뀔 때마다 다시 데이터를 레이블링하고 새로운 검사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국방으로 옮기면 드론의 인쇄회로기판(PCB)과 모터, 프레임, 블레이드처럼 플랫폼과 부품마다 검사 AI를 각각 만드는 작업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값싼 드론의 위력만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투입되고 상대가 대응하면 전술이 바뀌며, 그 결과가 다시 다음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반영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그렇게 국방 AI 경쟁의 무게중심은 전장을 움직이는 전체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각 발표 내용 역시 다르지 않았다. 종합해 보면 국방 분야의 AI 경쟁 단위는 ‘가장 좋은 AI 모델 하나’에서 AI가 작동하는 전장 전체의 시스템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AI가 전장 깊숙이 들어갈수록 기술 성능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도 커진다. 바로 ‘의존성’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희 교수는 앞선 발표 말미 “AI가 일을 잘한다고 해서 인간이 AI에 의존해 스킬이 떨어지면 안 된다”며 “AI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AI를 잘 활용해서 인간의 능력도 같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영역을 떠나 AI 시대를 마주한 인류 문명의 숙제를 이야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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