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걷는 것부터 다시 배웠죠” 진태화, 아이돌에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지 [DA인터뷰①]

이슬비 기자 2026. 9.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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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의 메인보컬이 뮤지컬 배우가 됐다.

대극장 무대에 데뷔했다고 곧바로 '배우 진태화'가 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배우가 됐다고 아이돌 진태화의 시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진태화에게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의 시간은 그렇게 단절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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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메인보컬에서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길을 걸어온 진태화. 익숙했던 노래와 춤을 넘어 연기까지 하나씩 다시 배우며 어느덧 뮤지컬 무대에서 10년을 채웠다. 사진=팜트리아일랜드

아이돌 그룹의 메인보컬이 뮤지컬 배우가 됐다. 노래도 했고 춤도 췄으니 얼핏 자연스러운 다음 행보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태화에게 두 무대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다.

심지어 걷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아이돌을 하던 친구들이 뮤지컬로 넘어오면 몸에 항상 리듬이 배어 있어요. 걸을 때도 리듬을 타면서 걷거든요. 저는 ‘사람처럼 걷는 법’을 ‘드라큘라’를 하면서 배웠어요.(웃음)”

노래와 춤에 익숙한 몸에서 배우의 몸으로.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낯선 것을 하나씩 채우는 과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대극장 무대에 데뷔했다고 곧바로 ‘배우 진태화’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 시작에는 김준수가 있었다. 아이돌 그룹 배틀 활동 이후 일본에서 활동하다 군 복무를 마친 진태화는 다시 일본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연예인 축구단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김준수가 그에게 “뮤지컬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권했고, 마침 오디션이 진행 중이던 2016년 뮤지컬 ‘드라큘라’에 도전했다. 그리고 합격했다. 그렇게 진태화의 두 번째 무대가 시작됐다.

사실 뮤지컬이 완전히 낯선 선택지는 아니었다. 가수를 준비하던 시절 부모도 노래와 춤, 연기를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을 권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가수를 택했지만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선택지가 김준수의 한마디로 다시 눈앞에 놓인 셈이다.

흥미롭게도 가수 시절 콤플렉스는 새로운 무대에서 가능성이 됐다.

“팀의 메인보컬이었지만 ‘보컬 톤에 특색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데 준수 형은 ‘그렇기 때문에 너는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다’고 해줬어요.”

실제로 작품을 거듭할수록 특정 이미지에 갇히지 않은 목소리는 다양한 역할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됐다. 진태화 역시 작품마다 “내가 할 수 있겠는데” 싶은 역할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고, 꾸준히 한다면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대로 새롭게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진태화는 ‘걷는 법’을 고치던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과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는 이후 배우로서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로도 이어졌다.

“걷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게 그런 것 같아요. 연기나 노래도 제3자가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제 안에서만 변화가 생기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 내 길을 계속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잘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레슨과 코칭을 이어간다. 그리고 당시 진태화의 길을 잡아준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배우 강홍석이다.

대극장 ‘드라큘라’로 시작했지만 진태화는 이후 오히려 소극장 문을 두드렸다. 보다 섬세한 연기를 배우고 싶었던 그에게 강홍석이 소극장 무대를 권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7개월 동안 오디션에서 거듭 떨어졌다.

“처음에는 ‘왜 안 되지?’ 싶었어요. 제가 그래도 메인보컬이었고 노래에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뮤지컬은 노래가 더 중요한 장르라는 인식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연기를 얼마나 못했습니까’ 싶어요.”

처음에는 떨어진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 대신 캐스팅된 배우들의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였다. 무엇이 다른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비교했다.

“보면 결국 제 부족함이더라고요. 7개월 동안 계속 떨어지면서 그걸 보완해 나가려고 했어요. ‘그래. 당신들이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 내가 채워올게.’ 살짝 이런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대극장 데뷔라는 출발점도, 아이돌 메인보컬이라는 경력도 다음 무대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진태화는 그때부터 잘했던 것을 증명하기보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쪽을 택했다.

그 시간은 결국 다음 무대로 돌아왔다. 홀로 회사를 나온 뒤 의지할 곳 없이 오디션을 봤던 ‘위키드’. 합격 문자를 받은 순간 진태화는 눈물을 흘렸다. 배우로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던 시간 끝에 받아든 결과였다.

물론 배우가 됐다고 아이돌 진태화의 시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배틀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팬들 중에는 여전히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있다. 뮤지컬 팬들이 그를 ‘배우님’이라고 부르는 사이, 그들에게 진태화는 여전히 ‘오빠’다. 시간이 흘러 무대도 호칭도 달라졌지만 함께 건너온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에게도 고마운 일이다.

진태화에게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의 시간은 그렇게 단절돼 있지 않다. 처음에는 몸에 밴 리듬을 빼내기 위해 ‘사람처럼 걷는 법’부터 배워야 했지만, 배우로 10년을 보내는 동안 그 시절의 경험은 다시 자신만의 무기가 됐다.

그리고 그 무기를 가장 제대로 꺼내 든 순간이 있었다.

“제가 잘 살 길은 춤입니다.”

진태화가 ‘외쳐, 조선!’의 십주를 만들며 했던 말이다.

아이돌의 몸을 지우는 것부터 시작했던 배우가 다시 자신의 춤을 무기로 선택하기까지. 그 사이에는 ‘진태화가 하는 캐릭터’를 찾아온 시간이 있었다.

그 이야기는 [DA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최하은 콘텐츠 디렉터 hae715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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