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뒤를,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문화人터뷰]

조기용 기자 2026. 9.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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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소설,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문학에 천착해온 이장욱(58) 작가가 등단 후 첫 짧은 소설집을 펴냈다.

이장욱은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소설집 속 엽편들은) 익숙한 일상에서 문득 보이는 '낯섦'과 '균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것들이 가지를 치고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어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시와 소설, 평론 등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고 꾸준히 써온 이장욱에게 쓰는 행위는 결국 삶의 감각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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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짧은소설집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 출간
30년간 써온 엽편 한데 모아…일상의 '낯섦'과 '균열' 포착
"어떤 상황·사건보다는 인물들의 다양한 반응에 관심 가"
"나와 우리, 시대의 감각을 벼려 삶을 파헤치는게 문학"
[서울=뉴시스] 이장욱 작가. (사진=마음산책 제공) 2026.09.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시와 소설,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문학에 천착해온 이장욱(58) 작가가 등단 후 첫 짧은 소설집을 펴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30여 년간 써왔던 엽편(葉篇)을 한데 모은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마음산책)다.

제목처럼 작품 곳곳에는 으스스한 기운이 묻어난다. 호러 장르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작가 특유의 엉뚱한 상상력이 익숙한 일상을 비틀고 작은 균열을 낸다. 그 틈에서 기묘하고 서늘한 기운이 피어오른다.

이장욱은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소설집 속 엽편들은) 익숙한 일상에서 문득 보이는 '낯섦'과 '균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것들이 가지를 치고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어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작품은 거창한 사건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이 작은 변주를 만나 균열을 일으키로, 그 틈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호러'를 의도했는지 묻자 그는 "특별한 기준이나 공통 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한 사람이 한 시대를 거치며 작성한 글이기 때문에 공통된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목 역시 이런 감각에서 비롯됐다.

"조금 묘한, 가끔은 좀 으스스한, 으스스하지도 않은데 뭔가 잔여물이 남아 뒤를,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느낌을 떠올리며 제목을 지었어요."

[서울=뉴시스]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 (사진=마음산책 제공) 2026.09.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소설집의 문을 여는 '채식주의 스캔들'은 채식주의자인 연인과 헤어진 화자의 억눌렸던 육식 욕망이 이별을 계기로 폭발하는 이야기다. 아무리 고기를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점점 커지고, 급기야 냉장고 속 고기에서 생명력을 느끼며 고기와 눈을 마주친다. 식습관과 연애라는 일상적 소재가 기묘한 감각으로 뒤틀린다.

'당신의 등 뒤에서'는 대학시절 친구 4명이 함께 떠난 MT에서 즐겨 했던 게임을 떠올리다가 의문의 존재가 당시 함께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지만, 인물들은 의문을 품으면서도 태연하게 일상을 이어간다.

'괴물과 함께'에서도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 인물들의 태도에 시선이 향한다. 해안가에 거대한 괴물이 출몰하지만 움직임이 매우 느려 도심까지 도달하는데 10년이 걸린다는 설정이다. 괴물은 인류의 공격에도 끄떡없이 언젠가 닥쳐올 위협이지만, 먼 미래의 일인 탓에 사람들은 평소처럼 일상을 살아간다.

기이한 상황에서도 일상을 이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도 맞닿아있다.

"현실에서도 기사나 SNS를 보면 밑에 달린 댓글들이 기괴한 느낌을 주고 쓴웃음 짓게 하잖아요. 낯섦과 쓴웃음과 서늘함을 유발하는 것은 그런 부분이에요. 어떠한 상황에서 인물들이 보이는 다양한 반응에 관심이 갑니다."

[서울=뉴시스] 이장욱 작가. (사진=마음산책 제공) 2026.09.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소설집은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향한다.

연기 현장이나 현실에서 이른바 '엑스트라'로 살아가며 존재감이 희미한 인물을 그린 '엑스트라', 죽음을 앞둔 아내가 남편 대신 첫사랑을 만나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려는 '해후' 등에서도 극적인 사건 자체보다 그 상황에 놓인 인간의 마음과 존재에 시선이 쏠린다.

이장욱이 '작가의 말'에서 "문학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고 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인간 존재가 무엇이고, 삶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답이 없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질문"이라며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무한한 세계에 대해 우리가 반응하고 재구성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 자체가 허구를 포함해 계속해서 반응하고 재구성할 수밖에 없어 계속해서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와 소설, 평론 등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고 꾸준히 써온 이장욱에게 쓰는 행위는 결국 삶의 감각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든 소설이든, 사실 같은 곳을 향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감각, 우리의 감각, 우리 시대의 감각을 벼려서 우리 삶의 세부 논리를 파헤친다는 점이죠."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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