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800만원이 끝이 아니었다"…돌려차기 피해자 '울분' [불신 청구서]

신현보/김희선 2026. 9. 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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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청구서'는 10월 2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달라질 사법 환경의 사회적 비용을 짚어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한경닷컴에 "검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피해자 권익이 침해되는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 전에 법무부의 범죄예방 및 피해자 보호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범죄피해자 지원제도 통합적 구축방안 연구'에서 피해자 지원제도가 범죄 유형과 부처별로 흩어져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피해자 중심의 통합지원과 전체 제도의 총괄·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사개혁위 위원인 정영훈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권이 대부분 경찰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범죄 피해자 보호가 가장 절실한 시점은 초동수사 단계"라며 "수사를 사실상 전담하게 되는 경찰의 피해자 보호 역할도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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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청구서(8)]
가해자엔 두껍고 피해자엔 얇은 지원
피해자는 지원 찾아 발품·치료비도 선부담
가해자 관리 예산과 격차는 갈수록 확대
野주진우 "피해자 보호 예산 대폭 증액해야"
흩어진 지원체계…통합 연계 필요성 커져
사진=연합뉴스

 
'불신 청구서'는 10월 2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달라질 사법 환경의 사회적 비용을 짚어본다. 개정법 시행으로 보완수사권을 지닌 검사를 통해 미진한 수사를 걸러내던 장치가 사라지는 만큼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대가로 어떻게 되돌아오고 있는지 추적한다. [편집자주]

"사건 초반에만 제 돈으로 1800만원 정도를 썼어요. 그 뒤로도 계속 비용이 들어가서 정확히 얼마나 더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 작가(가명)는 범죄 피해 이후 정신과 치료 등 회복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사비로 부담했다고 털어놨다. 뇌 부상을 입을 정도의 피해를 당했지만 사건 초기 경찰로부터 범죄피해자지원센터나 스마일센터 연계를 받지 못했다. 국가의 피해자 지원체계에서 사실상 비켜나 있던 경험은 그가 이후 직접 전면에 나서 범죄피해자의 현실을 알리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됐다고 회상했다.

범죄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 수용·교정·감독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원기관 연계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가 치료비와 생계비 등을 직접 부담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피해자가 지원제도를 찾아다니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건 발생 직후 국가가 먼저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5배였던 예산 격차, 올해 4.2배로

9일 한경닷컴이 2021~2026년 법무부 재정사업 설명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 지원 사업이 포함된 '인권활동'과 범죄자 수용·교정·감독 등을 담당하는 '교정활동·범죄예방활동' 사이의 예산 격차는 최근 5년간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인권활동 예산은 1642억원이었다. 같은 해 교정활동은 4506억원, 범죄예방활동은 1252억원으로 두 프로그램을 합하면 5759억원에 달했다. 인권활동 예산의 약 3.5배였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올해 인권활동 예산이 1757억원으로 2021년보다 7.0% 늘어나는 사이 교정활동은 5527억원으로 22.7%, 범죄예방활동은 1813억원으로 44.7% 증가했다. 교정활동과 범죄예방활동을 합친 예산은 7340억원으로 인권활동의 4.2배까지 불어났다.

인권활동 가운데 법률구조·인권교육 등 피해자 지원과 직접 관련 없는 사업을 빼고 비교해도 격차는 여전히 크다. 범죄피해구조금, 피해자 치료·자립지원, 신변보호, 성폭력 피해자 지원,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등 주요 피해자 보호 예산은 2021년 약 765억원에서 올해 1027억원으로 34%가량 늘었다.

반면 교정교화와 교정시설 수용관리, 갱생보호, 보호관찰·전자감독, 소년원생 수용, 치료감호 등 주요 가해자 관리·재범방지 사업은 같은 기간 약 3450억원에서 4630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피해자 지원의 4.5배 수준이다.

세부 항목에서도 차이가 선명하다. 올해 '교정시설 수용관리 및 공공요금' 예산만 약 3023억원으로 2021년 2293억원에서 약 730억원 늘었다. 전자감독 예산도 같은 기간 222억원에서 373억원으로 약 68% 증가했다.

피해자 지원도 일부 확대됐다. 범죄피해자 치료 및 자립지원은 2021년 약 180억원에서 올해 280억원으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은 324억원에서 404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대표적 제도인 범죄피해구조금은 116억5000만원에서 117억8000만원으로 사실상 제자리였다.

한 명의 가해자로 여러 피해자와 유족이 생길 수 있지만, 피해자 지원 예산은 그 수에 비례해 자동으로 늘지 않는다. 가해자 관리비는 수용과 동시에 국가가 집행하지만 피해자 지원은 센터 운영 등 간접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별도 신청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

◇내년 피해자 직접지원 50억 늘 때 교정·관리 607억 증액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부가 지난 4일 공개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올해보다 70억원(6.9%) 늘어난다. 법무부가 주요 증액사업으로 제시한 범죄피해자 직접지원 확대와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추가 배치에는 49억8000만원이 더 투입된다.

내년도 예산안 관련 법무부 카드뉴스. /출처=법무부


법무부가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내걸고 교정·소년보호·재범관리 분야에 추가로 편성한 주요 사업의 증액 규모는 훨씬 크다. 교정시설 확충·개선과 교도작업장 신축 등에 171억6000만원, 소년보호전문기관 운영과 교정교육 강화에 296억6000만원, 인공지능(AI) 기반 교정시설 수용관리와 재범 고위험군 관리·감독 강화에 129억원, 마약 수용자 치료·재활과 보호관찰 대상자 마약검사 강화에 9억6000만원이 각각 증액된다. 법무부가 공개한 이들 주요 사업의 증액분만 합쳐 606억8000만원으로, 범죄피해자 직접지원·국선전담변호사 관련 증액분의 12배를 웃돈다.

물론 교정시설과 전자감독, 보호관찰 예산은 범죄자 개인을 위한 지원이라기보다 재범 방지와 사회 안전을 위한 관리 비용의 성격이 크다. 따라서 피해자 지원 예산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가해자 관리체계에는 큰 폭의 추가 투자가 이뤄지는 반면, 범죄 직후 피해자가 떠안는 비용에 대한 지원 확대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한경닷컴에 "검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피해자 권익이 침해되는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 전에 법무부의 범죄예방 및 피해자 보호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비·지원책도 발품…대형 사건도 피해자가 뛰었다

김 작가와 같은 사례는 과거부터 반복돼왔다.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사건에서도 피해자와 유족이 지원책을 직접 찾아다니며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9년 진주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5명이 숨지고 다수의 주민이 다쳤지만 유족들은 입원 피해자의 치료비 전액 지원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자 장례를 미뤘다. 이후 법무부가 구조금과 장례·생계비 지원에 나섰다.

2023년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고(故) 김혜빈 씨는 최원종이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 입원 엿새 만에 병원비가 1300만원을 넘어섰다. 당시 유족은 딸을 돌봐야 할 때 직접 지원책을 알아보고 수십 장의 서류를 준비해 기관을 오가야 했던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23년 8월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 작가는 지난 2022년 부산 서면에서 가해자의 무차별 폭행으로 의식을 잃었지만 경찰 초동수사에서는 성폭력 정황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가해자는 당초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항소심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벌여 피해자의 청바지에서 DNA를 추가 확보했고, 공소사실이 강간살인미수로 변경되면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법원도 올해 2월 경찰 초동수사의 문제를 인정해 국가가 김 작가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 작가는 정신과 치료비 등 일부를 지원받았지만 모든 비용을 청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지원금을 신청해 받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린다"며 "차라리 국가가 대출상품이라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제도는 있는데 연결은 안 된다…10년째 같은 지적

학계에서도 비슷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2015년 '강력범죄 사건 이후 피해자들의 욕구와 지원에 관한 연구'에서는 범죄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 가장 크게 호소한 어려움으로 경제적 문제가 꼽혔다.

정부가 피해자 지원 정보를 한데 정리한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범죄피해자 유가족을 위한 회복 매뉴얼'과 신변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를 위한 별도 매뉴얼을 공개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범죄피해자 지원제도 통합적 구축방안 연구'에서 피해자 지원제도가 범죄 유형과 부처별로 흩어져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피해자 중심의 통합지원과 전체 제도의 총괄·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국가는 이미 피해자의 발품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스는 '범죄피해자 권리규정(Victims' Code)'을 통해 경찰에 범죄를 신고한 피해자가 2영업일 이내 지원서비스에 연계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일본도 지방자치단체마다 '종합적 대응창구'를 두고 피해자를 필요한 부서나 경찰·민간 지원단체 등으로 연결한다.

◇경찰 수사개혁위 첫 권고도 '피해자 보호'

경찰 내부에서도 피해자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달 31일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는 활동 시작 후 첫 권고안으로 '범죄피해자의 지위·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경찰 수사체계 개편'을 내놨다.

피해자가 수사 초기부터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경찰청부터 전국 경찰서까지 피해자 보호·지원 전담조직을 구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전국 262개 경찰서 가운데 70곳에는 피해자 전담경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경찰서를 피해자 통합지원의 기본 접점으로 삼아 법률·의료·심리·주거 등 필요한 지원을 관계기관과 연결하도록 권고했다.

수사개혁위 위원인 정영훈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권이 대부분 경찰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범죄 피해자 보호가 가장 절실한 시점은 초동수사 단계"라며 "수사를 사실상 전담하게 되는 경찰의 피해자 보호 역할도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 절차는 아직 온라인화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는 지원을 받으려면 여러 기관을 각각 찾아가 피해 사실을 반복 설명해야 하고, 신청부터 진행상황 조회까지 한 번에 처리할 온라인 창구도 없다. 법무부는 내년 상반기 '범죄피해자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로 등록돼야 지원이 시작된다는 점"이라며 "아직 사건화되지 않았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피해자는 직접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관할까지 복잡해지면서 피해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결국 그 비용이 피해자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보/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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