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고귀한 추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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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결이 달라지고 들녘이 차분히 익어갈 무렵이면, 우리는 흩어졌던 가족의 얼굴을 떠올린다.
갑작스러운 눈사태와 기상이변 속에 전해진 실종 소식은 명절을 앞둔 우리에게 깊은 탄식과 함께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한가위에 우리가 바라는 선물은 화려한 포장지로 감싼 명절 선물세트가 아니다. 그들이 살아서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일이야말로, 이 가을 온 겨레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거룩하고 눈물겨운 '추석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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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결이 달라지고 들녘이 차분히 익어갈 무렵이면, 우리는 흩어졌던 가족의 얼굴을 떠올린다.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모처럼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안부를 묻는 이 정겨운 계절에, 먼 이역만리 네팔에서 들려온 비보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히말라야의 장엄한 설산(雪山)을 품은 네팔은 우리에게 결코 낯선 땅이 아니다. 숱한 산악인들이 대자연의 경외감과 인간 한계에 맞선 불굴의 인내를 전해준 곳이자, 온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오랜 우방국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 험준한 산자락에 묻힌 이들은 모험을 찾아 떠난 산악인만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혹은 더 나은 내일을 일구기 위해 그곳에 발을 디뎠던 우리의 성실한 아빠요, 다정한 이웃이며, 찬란한 꿈을 품은 이 나라의 젊음들이다.
갑작스러운 눈사태와 기상이변 속에 전해진 실종 소식은 명절을 앞둔 우리에게 깊은 탄식과 함께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문명의 이기로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어온 인류를 향해, 지구는 과연 무엇을 경고하고 있는가. 온난화와 기후 붕괴로 신음하는 대자연은 이제 가장 원초적인 침묵과 거대한 분노로 인간의 오만을 꾸짖고 있다. 우리는 편리와 개발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두었던 탐욕을 멈추고, 자연 앞에 겸허히 머리 숙이며 지구와 공존할 길을 찾는 것으로 이 엄중한 외침에 답해야 한다.
그러나 성찰에 앞서 지금 당장 가슴을 치는 것은 사람의 목숨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차가운 어둠과 싸우고 있을 이들을 생각하면, 밥 한술 뜨는 것조차 목이 멘다. 한 가정의 기둥이자 누군가의 전부인 그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온 국민의 염원이 저 아득한 설벽을 뚫고 닿아, 그들이 부디 차가운 눈더미를 털고 꿋꿋이 일어서기를 바란다. 이번 한가위에 우리가 바라는 선물은 화려한 포장지로 감싼 명절 선물세트가 아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걸어 들어오는 그들의 온기 어린 손길, "다녀왔습니다"라는 그 한마디 평범한 음성이다. 그들이 살아서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일이야말로, 이 가을 온 겨레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거룩하고 눈물겨운 '추석 선물'이 될 것이다. 김천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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