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는 나중”…세계 20만 경영진이 배운 설득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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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한스경제 이인호 기자 | 같은 상품, 같은 가격, 같은 조건을 제시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설득의 첫 관문은 논리적인 설명이 아니라 상대의 뇌가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핵심 주장이다.
메시지를 구성하는 설득 요소와 전달력을 높이는 설득 촉매도 함께 제시한다.
제품에서 고객의 문제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설득의 방식도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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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마케팅 이론서 『설득코드』 국내 출간… ‘뉴로맵’으로 풀어낸 인간 의사결정과 설득의 과학

| 전주=한스경제 이인호 기자 | 같은 상품, 같은 가격, 같은 조건을 제시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어떤 메시지는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지만, 어떤 메시지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기억조차 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신간 『설득코드』는 그 답을 인간의 '뇌'에서 찾는다. 사람이 스스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선택의 순간에는 논리적 분석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반응이 먼저 작동한다는 것이다.
예스브레인북스는 ㈜뉴로사이언스러닝의 임프린트로 뉴로마케팅 분야의 대표적인 이론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설득코드』(원제 The Persuasion Code, Wiley, 2018)의 한국어판을 출간했다고 9일 밝혔다.
미디어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모랭과 영업·메시지 전략 전문가 패트릭 렌부아제가 함께 쓴 책이다. 두 저자는 뉴로마케팅 컨설팅 기업 세일즈브레인의 공동 창립자로, 인간의 의사결정과 설득 과정을 뇌과학과 행동과학의 관점에서 연구해 왔다.
책의 출발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은 정말 논리적으로 설득되는가?"
저자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에 가깝다.
사람은 구매나 선택을 앞두고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고 장단점을 분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먼저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 개입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책에서는 이를 '원시뇌(Primal Brain)'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다만 이는 실제 뇌가 '원시뇌'와 '이성뇌'라는 두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는 해부학적 의미가 아니다. 빠른 판단과 생존, 위험 회피 등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적 모델이다.
이런 관점은 대니얼 카너먼이 인간의 사고를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과 느리고 분석적인 '시스템 2'로 설명한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설득코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설득의 첫 관문은 논리적인 설명이 아니라 상대의 뇌가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핵심 주장이다.
▲ 설득을 설계하는 '뉴로맵'
책의 핵심 도구는 '뉴로맵(NeuroMap™)'이다.
저자들이 20년 이상의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했다는 이 프레임워크는 설득을 네 단계로 나눈다.
첫 단계는 Pain이다. 상대가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와 고통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Claim이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경쟁자와 구별되는 핵심 주장을 명확하게 만드는 단계다.
세 번째는 Gain이다. 그 주장을 받아들였을 때 상대가 얻게 되는 구체적인 이익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Deliver다. 만들어진 메시지를 상대가 빠르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여기에 자기 관련성, 대비, 체감, 기억, 시각, 감정 등 여섯 가지 자극 요소를 더한다. 메시지를 구성하는 설득 요소와 전달력을 높이는 설득 촉매도 함께 제시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것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만이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떤 순간에 움직이는지를 먼저 설계하라는 것이다.
▲ "사람은 피자가 아니라 기다림의 고통을 산다"
책은 이론만 설명하지 않는다. 실제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 설득의 원리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미노피자다.
저자들은 소비자가 단순히 피자라는 상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한 음식이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기다림의 불확실성'과 불편을 함께 경험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상품의 품질만 강조하는 대신 고객이 느끼는 '기다림의 고통'을 줄이는 메시지를 제시하면 소비자의 반응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에서 고객의 문제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설득의 방식도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책에는 이 밖에도 인간의 직관적 판단을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과 사례가 등장한다.
3장의 '사탕 방정식'은 단순한 문제를 통해 직관적인 판단과 분석적 사고가 충돌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 사례에서 독자의 상당수가 처음부터 정답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자신의 판단 과정을 얼마나 과신하는지를 짚는다.
8장에서는 얼굴 표정에 나타나는 미세한 감정 변화까지 다룬다. 극히 짧은 순간 나타나는 감정 반응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소비자의 말뿐 아니라 비언어적 반응을 이해하는 접근법을 소개한다.
▲ 세계 기업들이 활용한 설득 프레임워크
설득코드는 특정 상품의 광고 기법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세일즈와 마케팅뿐 아니라 기업의 제안과 발표, 교육과 코칭, 협상, 리더십 등 사람의 선택과 행동이 중요한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책에 따르면 뉴로맵은 지멘스, GE, 엡손, 트랜스유니언 등 글로벌 기업의 현장에서 활용돼 왔으며, 저자들은 이 모델을 전 세계 20만 명 이상의 경영진이 학습했다고 소개한다.
또 약 300건에 가까운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설득과 의사결정의 원리를 설명한다.
추천사도 눈길을 끈다.
『신뢰의 요소』를 쓴 신경경제학자 폴 J. 잭은 비즈니스의 본질에 설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설득의 과학과 실제 적용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놨다.
『뉴로마케팅: 소비자의 뇌를 탐험하다』의 저자 레온 주라비키 역시 뉴로마케팅에서 논의돼 온 원시뇌의 영향력을 하나의 설득 이론으로 통합해 보여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 "설득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다"
한국어판 번역은 미국 카네기러닝의 한국 파트너사인 ㈜뉴로사이언스러닝 최인태 대표가 맡았다.
20여 년 동안 뇌과학과 행동과학의 통찰을 교육 현장에 적용해 온 최 대표는 옮긴이의 글에서 설득을 상대를 굴복시키는 기술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반대다.
"설득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뉴로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를 조종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가깝다.
출판사 측은 책의 출간과 함께 실제 현장에서 뉴로맵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생태연구원 유재권 박사 등 교육·연구 전문가들과 협력해 학부모와 교사, 학생, 세일즈 조직 등을 대상으로 특강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홍보와 상담 성과를 높이기 위한 자문 프로그램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책에서 사용하는 '원시뇌'라는 표현을 실제 해부학적 구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한국어판 역시 이를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적 모델로 명시하고 있다.
뉴로마케팅 역시 전통적인 시장조사나 소비자 조사를 대체하는 만능 해법이 아니라, 기존 방법론을 보완하면서 소비자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접근으로 볼 필요가 있다.
설득코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설득의 새로운 공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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