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임금 전액지급 원칙 적용 영역에 관한 검토

홍지나 2026. 9. 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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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근로기준법 17조·18조, 민법 656조2항 등 현행 실정법하에서는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를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한 보수'를 의미하므로 현실의 근로 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 지위에 기해 발생한다는 이른바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고"라고 하여 임금의 법적 성격을 사용자의 지휘하에 제공하는 근로 자체의 대가로 파악하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대법원은 2022. 12. 1. 선고 2022다219540·219557 판결을 통해 "근로기준법 43조1항에 의하면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하므로,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중 일부를 공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사용자는 같은 항 단서에 따라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해 지급할 수 있지만, 그 예외의 경우를 넓게 인정하면 임금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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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나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 홍지나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1. 임금에 관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근로기준법 17조·18조, 민법 656조2항 등 현행 실정법하에서는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를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한 보수'를 의미하므로 현실의 근로 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 지위에 기해 발생한다는 이른바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고"라고 하여 임금의 법적 성격을 사용자의 지휘하에 제공하는 근로 자체의 대가로 파악하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대법원은 2022. 12. 1. 선고 2022다219540·219557 판결을 통해 "근로기준법 43조1항에 의하면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하므로,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중 일부를 공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사용자는 같은 항 단서에 따라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해 지급할 수 있지만, 그 예외의 경우를 넓게 인정하면 임금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언뜻 보면 위 두 대법원 판결 사이에는 '근로 제공의 대가로서의 임금'(노동대가설)과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 보호의 관점에서 임금'(노동력대가설)이 대립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양 판결은 서로 다른 국면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자는 임금청구권이 애초에 발생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이미 발생한 임금청구권에 기초해 확정된 임금을 사용자가 임의로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임금청구권이 발생한 후에는 근로기준법 43조1항에 따라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적용해 사용자의 임의적인 공제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26. 4. 9. 선고 2025다219113 판결에서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쌍무계약으로서,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은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고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이상 그 대가관계인 임금청구권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원고가 실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관한 심리·판단도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청구권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임금청구권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근로계약의 존속만 아니라 실제 근로 제공 여부에 대한 심리·판단이 필요함을 명확히 해 임금청구권의 발생 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고, 일단 구체적인 임금청구권이 발생한 이후에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에 따라 그 지급 과정에서 사용자의 임의적인 공제가 제한되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다수의 하급심 판결을 살펴봄으로써 법원이 어떠한 방법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 사이의 구체적인 조화를 꾀하고 있는지 검토하겠다.

2. 임금에 관한 하급심 판결

가. 수원지방법원 2026. 6. 22. 선고 2025가단514261 판결

1) 사실관계

제조업을 영위하는 법인에 생산부장으로 근무하던 근로자가 퇴직 후 체불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미 회사의 대표자는 이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로 형사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확정됐다. 피고 회사는 59일간 무단결근한 날의 임금 공제 항변을 했다.

2) 법원 판단의 내용

피고의 공제 항변에 관해 법원은 근로기준법 43조1항의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사용자가 임금을 공제하기 위해서는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가능한데,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는 이러한 단체협약의 존재를 입증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지적해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근일을 포함한 전체 임금의 지급을 선고했다.

나. 안양지원 2025. 2. 20. 선고 2023가단113982 판결

1) 사실관계

근로자들과 회사가 '시급제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근로계약서에 약정 기본근무 외 초과근무 또는 결근시에는 기준에 의해 가감하거나 결근한 일수에 따라 일급으로 환산해 공제 지급할 수 있다는 합의를 했다. 이후 피고는 결근·조퇴한 시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한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다.

2) 법원 판단의 내용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제의 근거가 있는 단체협약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개별 근로계약만을 이유로 한 결근 공제는 근로기준법 43조1항의 임금 전액지급 원칙에 반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 전주지방법원 2025. 10. 15. 선고 2024나11705 판결 등

1) 사실관계

목사인 근로자와 사용자인 이사장들 사이 임금 청구소송으로, 피고인 이사장들은 특정 시점 이후부터 현재까지 근로자가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므로 근로 제공을 중단한 이후에 해당하는 임금 지급의무의 존재를 다투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근로자가 근로 제공의무를 위반해 사업주에게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할 수 있음은 임금의 청구와는 별개라고 밝히며, 근로자가 임금을 청구하기 위한 법률요건으로서 근로계약의 체결 외에 실제 근로의 제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이 사건에서 근로계약서 체결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피고들은 근로계약서상 기간 전체에 관해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1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3)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이상 그 대가관계인 임금청구권은 갖지 못한다. 따라서 원고가 실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관한 심리·판단도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청구권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6. 4. 9. 선고 2025다219113 판결).

3. 대상판결들의 검토와 의의

가. 근로 제공과 임금청구권의 발생

우리 법원은 임금의 법적 성격을 '사용자의 지휘하에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 자체의 대가'로 보므로 근로자가 실제 근로를 제공해야 사용자에 대한 임금청구권이 발생한다(무노동 무임금 원칙). 대법원은 임금청구권의 발생을 단순한 근로관계의 존속과 구별해 회사가 근로 제공이 없었다고 항변하는 경우에는 실제 근로사실에 대한 심리를 하급심에 요구함으로써 임금청구권 발생 단계에서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명확히 했다. 다만 모든 근로 미제공의 경우에 일률적으로 임금청구권이 부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 등에는 별도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나. 구체적인 임금청구권 발생 후 임의 공제의 제한

반면 구체적인 임금청구권이 발생한 후에는 근로기준법 43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약정한 임금의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임금 전액지급의 원칙). 근로자가 무단결근이나 지각을 했더라도 그 성격상 임금청구권 발생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근로자에게 임금청구권이 존재할 때는 사용자는 다른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공제 규정이 있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공제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원칙이 민사법상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별도의 '부당이득 반환청구권' 내지 '손해배상 청구권'의 발생과 행사를 저지하거나 제한하지는 않는다.

다. 파업 중 임금 지급의무와 공제

파업 기간의 임금 지급의무에 관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특별한 규정이 존재한다. 같은 법 44조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해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그 기간 중의 임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용자는 파업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취지로 우리 법원은 노사 간 특정 인원이 파업 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체결한 경우에, 이러한 합의는 효력이 없어 사용자에게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6. 4. 15. 선고 2025나27524 판결).

라. 수원지방법원 2026. 6. 22. 선고 2025가단514261 판결에 대한 검토

수원지법 판결은 59일간 무단결근했다는 사실관계에 관해 임금청구권 발생 단계의 문제가 아닌 '사용자 임의 공제 단계의 문제'로 파악하면서 구체적 결근일자, 결근 사유 등 제반 사실관계를 적시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또한 피고의 기타 항변인 2025년 1월 이후 근로자가 실제 근로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근로계약서의 기재 기간'만을 적시해 배척했는데 대법원 2026. 4. 9. 선고 2025다219113 판결 취지에 비출 때, 실제 근로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 적용 단계상의 차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은 서로 다른 단계에서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임금청구권의 발생 단계에서는 임금의 법적 성격에 따라 실제 근로 제공 여부가 문제 되고(무노동 무임금 원칙), 구체적인 임금청구권이 발생한 후에는 근로기준법 43조에 따라 사용자가 이미 발생한 임금을 임의로 공제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임금 전액지급의 원칙). 그러므로 사실관계가 '결근'으로 동일하더라도 그 법적 효과는 일률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먼저 해당 결근으로 인해 임금청구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임금청구권의 지급 과정에서 사용자가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임금청구권의 발생 단계(1단계)와 임금의 공제 단계(2단계)로 나눠 검토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활용할 때, 임금청구를 위해 실제 근로의 제공을 요구한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결근일 상담 임금액을 사용자가 공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한 대법원 판결의 내용은 서로 모순되지 않으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조화시키면서 양자의 적용영역을 명확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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