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하듯 재판하는’ 판사, ‘기록만 보는’ 검사…“피해자 중심 재판제도 만들어야”[새 형소법 D-30]

최혜린 기자 2026. 9. 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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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정의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다. 한수빈 기자

오는 10월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두고 범죄 피해자들은 “형사 소송의 단계마다 피해자가 직접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수사·기소 분리로 수사와 재판 전략이 단절되고, 법정에서 미진한 수사기록을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재판 지연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선 “공판 단계에서 피해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면서도 2차 가해를 막을 형사사법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존에는 검사가 경찰 수사에서 수집한 증거나 진술이 부족할 때 보완수사를 거쳐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앞으로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어 수사기록에 의존해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해야 한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나, 이런 구조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불투명하다.

검사는 부족한 점이 있으면 기소 이후 재판 단계에서 증인신문 등을 통해 빈틈을 채워나갈 수밖에 없다. 수사 단계에서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증거와 쟁점이 그대로 재판에 넘어올 수 있는 것이다. 법관들 사이에선 “앞으로는 판사들이 수사하듯 재판을 하게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에 공판 단계에서 피해자의 재판 참여권을 전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등 사건에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을 활동해 온 서혜진 변호사는 “기존 형사소송 체계에서 피해자는 증인과 비슷한 지위라 의견 진술과 모니터링 정도로 역할이 제한된다”며 “피해자가 검사에 준하는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도록 하는 식으로 피해자 중심의 형사소송 절차를 설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선 전담 변호사로 일하며 각종 범죄 피해자를 도왔던 신진희 변호사도 “형사사법 제도가 다시 혼란기를 맞으면서, 피해자들은 소송 절차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재판이 시작되거나 주요 일정 변동이 있을 때 피해자에게도 통지하는 식으로 사건의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의 열람 등사 권한을 더욱 폭넓게 보장하고, 검사와 협의를 통한 증인신청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 재판 지연으로 피해자의 진술 오염이나 2차 피해가 우려될 경우엔 정식 공판이 열리기 전 신속하게 증거보전(증인신문)을 청구하도록 안내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 등도 보완책으로 꼽힌다.

이때 공판 검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사의 막바지 단계에서 피해자를 지원하던 기능이 사라진 대신, 법정에서 피해자의 절차 참여를 안내하는 등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 내에서 여성·아동 범죄 전문가로 꼽혔던 권내건 변호사는 지난달 한국피해자학회가 개최한 ‘피해자 중심적 사법개혁의 방향’ 학술대회에서 “피해자 지원의 목표가 피해자의 일상회복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원의 ‘신속성’보다 사건 처분, 재판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수사가 경찰 단계에서 모두 이뤄진다고 하면, 공판 이후 절차를 관할하는 검찰(공소청)에 피해자 지원의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수사 과정이나 제도의 빈틈을 ‘피해자의 참여’로만 메우려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혜진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 기회나 공판 참여만 늘려주면 될 거라는 식의 접근은 사법기관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일”이라며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이들만 대응 여력이 높아지는 ‘사법의 민영화’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진희 변호사도 “재판부에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세심하게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 재판 절차는 무엇인지,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인데 피해자는 어느 정도로 참여해 대응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분명히 확인해 안내하는 제도가 보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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