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 네팔 구호성금 1000만원...용인 와우정사의 ‘빈자일등’

지난 7일 경기 용인 와우정사 주지 해곡 스님이 주한 네팔 대사관을 찾았습니다. 최근 대홍수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네팔 국민을 위로하고 피해 회복을 기원하는 성금 1000만원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네팔 대홍수는 동영상으로 전해지며 전 세계인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맹렬한 속도로 쏟아지는 물길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은 기후 변화가 불러올 재난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예고편처럼 보였습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이가 네팔 돕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산재단이 2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성금도 답지하고 있습니다. 종교계도 모금에 나섰습니다.
개별 사찰 차원에서 성금 1000만원을 기부한 것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입니다. 해곡 스님 역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해곡 스님은 지난 7일 통화에서 “지금 네팔이 겪은 피해에 비하면 많은 금액은 아니다”라면서 “그렇지만 와우정사 입장에서는 마련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성의를 보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처럼 와우정사의 성금 기부가 눈에 띄는 것은 이 사찰이 네팔과 맺어온 인연 때문입니다.
와우정사는 알려진 것처럼 ‘세계 불교 테마파크’ 같은 사찰입니다. 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경기 용인 처인구 산자락에 자리한 와우정사는 정말 ‘볼 것’이 많습니다.

우선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금빛 불두(佛頭)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불두를 지나면 방문객들은 먼저 ‘세계불교박물관’을 만나게 됩니다. 이 박물관에는 정말 희귀한 유물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쌀알로 만든 불상, 모래로 만든 불상, 크리스털로 만든 불상 등이 있습니다. ‘전시한 유물보다 전시하지 못한 유물이 더 많다’고 하지요. 박물관을 지나 계곡을 오르다 보면 태국·인도네시아·스리랑카 등에서 만든 부처님이 있습니다. 좌불도 있고 와불도 있습니다. 사찰을 방문하면 흔히 기와 불사, 즉 기와에 소원을 적고 기부하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보통은 우리 돈으로 ‘한 장에 1만원’ 등이 적혀 있지만 와우정사에는 태국 화폐 단위도 적혀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그만큼 ‘국제적’인 사찰입니다.

그중 2018년 주한 네팔인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조성한 네팔 불상이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리려는 내용입니다. 네팔 불상이 와우정사에 모셔진 이유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고향’은 항상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흔히 부처님의 고향은 인도로 알려져 있지요. 부처님의 일생을 시기별로 구분한 이른바 ‘8대 성지’ 중의 7곳은 인도에 있습니다. 딱 한 곳, 탄생지만 네팔에 있습니다. 바로 ‘룸비니 동산’이지요. 그래서 성지 순례를 하는 분들은 인도·네팔 국경을 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우리 국민, 아니 세계인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인도 사람으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주한 네팔인들이 뭉쳤습니다. 2000년대 중반 주한 네팔인 단체가 서울 조계사 앞에서 설문조사를 했답니다. 주제는 ‘부처님 고향’. 그런데 응답자의 80% 정도가 ‘인도’라고 답했다고 하네요. ‘네팔’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 정도였고요. 네팔인들 입장에선 매우 섭섭한 일이었겠지요. 2018년 당시 제가 인터뷰한 해외 거주 네팔인협회 한국 대표는 “룸비니를 다녀온 분들조차 ‘부처님 고향은 인도’라고 생각하니 참 섭섭했다”며 “외국인들이 독도가 한국 땅인 걸 몰라줄 때 한국인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네팔 불상은 다른 나라 불상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한중일 불상은 둥근 얼굴, 동남아 불상이 갸름한 얼굴이라면, 네팔 불상은 그 중간쯤이라고 합니다. 하관은 갸름하지만 전체적으론 둥근 얼굴이라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렸지만 와우정사는 이미 동남아 관광객들에겐 필수 순례 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연간 40만명쯤 방문하는데 태국인이 30만명쯤 된다고 하지요.
네팔인들로서는 당연히 ‘네팔 부처님’을 모시고 싶었겠지요. 약 4만명의 주한 네팔인 중 400명이 정성을 모았습니다. 이번 대홍수 사태와 관련한 외신에도 많이 보도됐듯이 네팔인들의 대다수는 힌두교도입니다. 네팔에서도 불교도는 소수인 것이지요. 그 네팔 불자들은 불상 제작을 한국이 아닌 네팔의 전문 공방에 맡겼습니다. 제작의 전 과정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유했고요. 그만큼 귀하게 진행한 것입니다. 완성된 불상을 와우정사로 운송하는 과정에는 대한항공도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 와우정사에는 높이 280㎝짜리 청동으로 만든 ‘네팔 부처님’이 모셔졌습니다.

2018년 4월 8일 ‘네팔 부처님 제단 기공식’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4월 초 날씨치고는 쌀쌀했습니다. 그렇지만 50여 명의 네팔인은 아침부터 현수막을 펼치고 과자, 떡, 바나나, 옥수수 마가린 등으로 제상을 차리고 불상을 모시기 위한 준비 작업에 정성이었습니다. 불상이 모셔진 이후로 주한 네팔인 불자들은 꾸준히 와우정사를 찾아 향수를 달랬다고 합니다. 일종의 마음의 고향 같은 역할을 한 것이죠.
이런 내용이 바로 해곡 스님이 네팔 대홍수 사태에 대해 ‘무리를 해서라도’ 성금을 마련하게 된 이유입니다. 해곡 스님은 “와우정사에 네팔 불자들이 많은 정성을 보탠 점도 있고, 우리 두산그룹과 남동발전소 직원 아홉 명의 생사를 모르고 있는 점도 있다”며 “네팔 정부에 실종된 우리 국민의 무사 귀환을 지원해 주도록 부탁했다”고 했습니다.
흔히 ‘민간 외교’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때로는 국가와 국민 사이에 ‘작은 위로’가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말이 있지요. 가난한 사람이 온 정성을 모아 등불 하나를 켰는데, 그 등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지요. 와우정사의 네팔 대홍수 구호 성금 소식을 들으며 ‘빈자일등’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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