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협, 트럼프 센터에 ‘뉴아메리카’까지···트럼프는 왜 이름에 집착할까?[사이월드]

최민지 기자 2026. 9.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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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노동절 연휴인 지난 5~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손가락은 쉴 틈이 없었다. 연휴 첫날인 5일 트루스소셜에 40개가 넘는 게시물을 쏟아낸 데 이어 이튿날과 연휴 마지막 날까지 총 100건가량의 글과 그림을 그야말로 ‘폭풍 게재’했다.

이란·캐나다를 향한 조롱부터 자신이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셀프 칭찬’, 종합격투기(UFC) 영상에 이르기까지 종잡을 수 없는 내용으로 계정이 도배된 가운데 눈에 띄는 게시물이 있었다. 미 남서부 뉴멕시코주 이름을 ‘뉴아메리카’로 바꾸자는 주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아메리카가 “훨씬 품격있고 아름다운 이름”이라며 ‘뉴멕시코’에 가위표를 치고 ‘뉴아메리카’를 적어넣은 지도를 잇달아 올렸다.

지명에 건물, 정책, 전함까지···‘이름 바꾸기’ 골몰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북미 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그의 시도 중 가장 야심 차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례”라고 평가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이름 바꾸기에 골몰해왔다.

지난달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호수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잊을 만하면 던진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에는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알래스카주의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산을 ‘매킨리산’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집착은 지명에 그치지 않았다. 워싱턴을 대표하는 공연장 케네디센터의 이름을 ‘트럼프센터’로 바꾸고 간판까지 새로 달았다가 사법부 제동에 가로막혔으며, 항공모함에서 ‘진주만 영웅’의 이름을 떼고 자신의 이름을 붙이려 하고 있다. 이밖에 ‘트럼프 계좌’, ‘트럼프 골드카드’, ‘트럼프 평화연구소’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는 왜 이름에 집착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뉴멕시코주의 이름을 ‘뉴아메리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루스소셜 갈무리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그림스비에서 한 남성이 ‘온타리오호’ 이름이 적힌 표지판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이름’ 집착 어디서 왔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집착’은 그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월 시작한 이란과의 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물가가 치솟으며 민심도 돌아서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미셸 루한 그리샴 뉴멕시코 주지사도 이 점을 꼬집었다. 그는 엑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이란 전쟁의 처참한 결과에서 국민 시선을 돌리려 애쓰는 동안 휘발유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의료 접근성은 떨어지며 집을 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백악관이 지도에 색칠이나 하며 시간 낭비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오스틴 사라트는 잇단 개명 시도가 “대통령의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것 이상의 문제”라고 본다. 그는 지난해 12월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트럼프는 왜 개명에 매달릴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의 명칭 변경 프로젝트는 권력을 잡은 ‘스트롱맨’의 흔한 행태”라고 짚은 뒤 개명이라는 권력의 과시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과 주권을 통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름에 대한 고집이 오히려 그의 취약한 기반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의 십계명>을 펴낸 제프리 소넨펠드, 스티븐 티안 예일대 교수는 지난 4월 포춘지 기고문에서 “위대함에 대한 집착 반대편에는 필연적으로 취약성이 있다”며 뉴욕 변두리 출신의 무명 사업가였던 트럼프가 과장된 이미지를 구축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왔다고 분석했다. 자기 소유의 건물에 금칠하거나 ‘트럼프’라는 이름을 크게 써 붙인 것 모두 이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 건국 250주년 기념 동전과 지폐, 여권에 트럼프의 얼굴이나 사인을 새겨넣은 것을 두고 “아직 역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물리적 기념물에 매달리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지난 6월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인부들이 법원 명령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철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웃어넘길 일 아냐” 경고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집착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온라인 매체 복스는 지난달 온타리오호 관련 소식을 다룬 뉴스레터를 통해 “‘아메리카호’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무역 분쟁 중인 캐나다에 대한 유치한 보복이지만, 어리석은 퍼포먼스 이상이기도 하다”며 “트럼프의 ‘제국주의자적 욕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며 이웃국가의 주권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트럼프의 행보를 바라보는 미국인의 시선도 곱지 않다. CNN이 지난 7월 말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3%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가 올바르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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