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읽는 음식 이야기] 피자헛 울린 40년 전 문서 한 장

박정배 음식평론가 2026. 9. 9. 0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26년 1월 15일 대법원은 피자헛 소송에서 본사가 치즈와 소스를 점주에게 공급하면서 남긴 마진도 가맹금이므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 미리 합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 비용과 본사의 이익을 점주가 얼마나 부담할지는 계약으로 정해야 한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재료를 사 온 값과 점주에게 파는 값의 차이다.

본사는 점주들이 재료를 계속 주문하고 돈을 냈으니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송으로 읽는 음식 이야기 ⑥ 차액가맹금, 계약서에 없는 돈 받을 수 있나

사건명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의 소

당사자
원고(피상고인)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 / 피고(상고인) 한국피자헛 유한회사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607773 / 2022. 6. 3. 선고 / 원고 일부 승소

2심
서울고등법원 2022나2024467 / 2024. 9. 11. 선고 / 제1심 판결 변경, 인용 범위 확대 (재판장 손철우)

3심
대법원 2024다294033 / 2026. 1. 15. 선고 / 상고 기각·확정 (재판장 노경필, 주심 이흥구)

관련
대법원 2017다248803, 248810 / 2018. 6. 15. 선고 / 'SCM 어드민피' 반환 확정
※ 대법원 판결문 원문(casenote.kr) 직접 대조 확인

2026년 1월 15일 대법원은 피자헛 소송에서 본사가 치즈와 소스를 점주에게 공급하면서 남긴 마진도 가맹금이므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 미리 합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쟁점은 간단했다. 본사가 그 마진을 계약서에 적었느냐는 것이다.

자장면 600원 시대의 8,400원
한국 피자헛은 사업가 성신제가 1983년 미국 펩시코로부터 한국 총판권을 따내고 이듬해 동신식품을 세우면서 출범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외식이 본격화됐고 프라이드 치킨·피자 같은 서양 대중식이 자리 잡았다. 1985년 서울 이태원에 1호점이 열렸다. 미디엄 팬피자 한 판이 8,400원. 그해 서울 자장면 한 그릇이 600원대였으니 열세 그릇 값이었다. 피자는 대중음식이 아니라 미식이었다.

1979년 10월 25일 롯데리아가 서울 소공동에 문을 열며 한국 최초의 프랜차이즈 외식업이 시작됐다. 1985년 2월 22일 피자헛이 이태원에 1호점을 내면서, 피자는 개별 요리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발전했다. 피자헛은 1986년 배달을 시작했고 1996년 국내 최초로 치즈크러스트를 내놨다. 같은 맛을 내려면 치즈·소스·도우를 통일해 전국으로 보내야 한다. 그 비용과 본사의 이익을 점주가 얼마나 부담할지는 계약으로 정해야 한다. 40년 뒤 법정에 선 것이 그 문제였다.

차액가맹금이란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재료를 사 온 값과 점주에게 파는 값의 차이다. 재료 공급은 맛을 통일하는 방법이면서 본사의 수입원이기도 하다. 이 마진이 무조건 불법인 것은 아니다. 다만 점주가 어떤 돈을 얼마나 내는지 알고 계약했느냐가 중요하다.

피자헛 계약서에 적힌 돈은 세 가지였다. 계약할 때 내는 최초 가맹비, 매달 내는 고정 수수료, 광고비. 차액가맹금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에게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관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고편은 8년 전에 있었다
피자헛에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경부터 피자헛은 각 가맹점 청구서에 "SCM Adm"(어드민피)이라는 이름으로 매출액의 0.34~0.8%를 걷어 갔다. 2018년 대법원은 이 돈이 계약서에 근거가 없으니 부당이득이라고 확정했다. 정보공개서에 실어 공개했더라도 별도 합의 없이는 계약 내용이 되지 않는다는 판시였다.

이번 판결문도 그 2018년 판례를 법리적 근거로 인용했다. 당시 점주들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인의가 1심부터 다시 대리인으로 나섰고, 항소심부터는 법무법인 YK가 함께했다.

"그런 문서는 없다"
이 소송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서류 다툼이다.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이 적힌 것은 2019년분부터다. 그 이전 3년치를 계산하려면 본사가 재료를 얼마에 사 왔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자료는 본사에만 있다.

점주들이 문서를 내놓으라고 신청하자 피자헛은 처음엔 '영업비밀이라 제출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법원이 제출을 명하자 이번엔 '그런 문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답이 바뀌었다. 결국 법원은 정보공개서에 적힌 2019년도 차액가맹금 비율에,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의 비율 증가율을 거꾸로 적용해 2016~2018년치를 추산했다. 대법원은 이 계산법도, 문서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은 데 따른 불이익도 문제없다고 봤다. 자료를 감춘 쪽이 계산의 주도권을 잃은 셈이다.

사건의 결말
점주들이 자기가 낸 돈을 알게 된 계기도 정보공개서였다. 2020년 자료에 액수가 처음 구체적으로 적혔고, 그것을 본 뒤 소송이 시작됐다. 그사이 매출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은 2019년 3.78%에서 2022년 5.27%까지 해마다 올랐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올랐다.

본사는 점주들이 재료를 계속 주문하고 돈을 냈으니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래를 끊으면 공급 중단과 계약 해지가 따라오는 구조에서, 계속 주문했다는 사실은 동의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았다. 2024년 법 개정 역시 과거에 합의 없이 받은 돈을 정당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1심은 정보공개서에 비율이 특정된 2019~2020년분에 한해 약 75억 원을 인정했고, 항소심은 반환 범위를 2016~2018년과 2021~2022년까지 넓혀 총 215억 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소 제기부터 확정까지 약 5년이 걸렸다.

판결문에 남은 파장
피자헛은 항소심 패소 석 달 뒤인 2024년 12월 16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 회생에 들어가면 소송은 관리인이 이어받는 것이 원칙이라, 원고들은 대법원에 소송수계신청(소송을 이어받게 해달라)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나 변론 없이 선고만 남은 단계라는 이유로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판결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본사를 돕겠다며 낸 보조참가신청도 법률상 이해관계가 없다며 각하됐다.

실제로 판결 뒤 유사 소송을 낸 브랜드가 20곳을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실태조사에서 가맹본부의 22.9%는 차액가맹금만, 38.6%는 로열티만 받았고, 38.6%는 두 방식을 함께 썼다.

이번 판결이 유통 마진을 모두 불법이라 한 것은 아니다. 물류와 품질관리의 대가를 받으려면 돈의 이름과 계산법을 계약서에 적고 동의를 받으라는 것이다. 식당 주인에게 남는 교훈도 분명하다. 정보공개서만 믿지 말고, 계약서에 재료 마진과 계산 기준이 적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박정배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