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언어, 장벽 안돼… 아이비 열정 보고 걱정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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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연기하는 언어만 달라졌을 뿐이죠.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재능입니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의 프로듀서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배리 와이슬러(87·사진)는 8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배우 아이비(44)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와이슬러는 "아이비를 미처 알지 못했던 미 관객들이 이렇게 뛰어난 배우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게 무척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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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7차례 받은 브로드웨이 거장
“아이비, 韓서 10년 넘게 록시 역할… ‘이 배우는 정말 진심이구나’ 느껴
무대서 승부 가르는 건 결국 재능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의 프로듀서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배리 와이슬러(87·사진)는 8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배우 아이비(44)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와이슬러는 부인 프랜 와이슬러와 함께 1975년 초연된 ‘시카고’를 1996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리바이벌(Revival·이전 공연을 새로 만듦)로 올려 장기 흥행시킨 프로듀서다. 최장수 미 뮤지컬 ‘시카고’ 등으로 미 연극·뮤지컬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만 7차례나 받은 브로드웨이 원로다.
그런 그가 아이비를 캐스팅한 건, 한 배역을 오랫동안 파고들며 보여준 성장과 집념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2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무대에서 록시 하트를 592차례 연기한 아이비의 열정을 높이 샀다.
와이슬러는 “아이비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어로 공연된 ‘시카고’에서 록시 역을 맡아 왔다”며 “한국에서 여러 시즌 공연을 거듭하며 연기가 한층 깊어졌다”고 했다. 이어 “아이비가 영어로 록시를 연기하기 위해 1년 넘게 전념해 준비하겠다는 말을 들은 뒤 ‘이 배우는 진심이며, 반드시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이비처럼 재능과 열정, 절제력을 두루 갖춘 배우는 자신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스스로 잘 압니다. 그가 지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보며 저 역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죠.”
아이비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해 약 1년에 걸쳐 세 차례 영상 오디션을 봤다. 와이슬러는 오디션 과정에 대해 “처음엔 아이비가 영어 발음과 대사 전달을 정확히 해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하지만 점차 영어 대사에 익숙해지면서 한국어 공연을 통해 완성한 자신만의 록시를 영어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마침내 아이비가 다시 연기를 즐기기 시작했어요. 즉흥적으로 반응하며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모습이 보였죠. 바로 그때 언어가 더 이상 그의 연기를 가로막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이비의 캐스팅에 세계적으로 높아진 K컬처의 위상도 영향을 미쳤을까. 와이슬러는 “‘시카고’는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라면서도 “브로드웨이에서 30년째 공연하는 작품인 만큼 새로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건 늘 중요한 과제”라고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이어 “아이비의 대중적 인지도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훨씬 높지만,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일대에도 한인 인구가 많다”고도 했다.
한국에는 실력과 경험을 갖춘 뮤지컬 배우가 많지만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와이슬러는 “브로드웨이 주연을 캐스팅할 때는 배우의 인지도와 티켓 판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업적 현실이 있다”며 “대부분의 작품이 영어로 공연되는 만큼 필요한 수준의 언어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능은 어디서든 통합니다. 어쩌면 가장 큰 장벽은 비자 발급 절차일지도 모르죠.”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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