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밥상 두 식사'도 OK, 한식 경쟁력은 '참여'에 있다[최지아의 미식코리아]

2026. 9. 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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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어온 한식. 20여 년간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맛을 알려온 최지아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대표가 한식과 K관광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한국 사람들은 왜 반찬을 공유하나요?"이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날 관광객들이 한식에서 발견하는 가장 특별한 경험이며, 한식을 가장 한국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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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특유의 반찬 공유로 각기 다른 식사 가능
먹는 사람이 쌈 싸고 비비는 경험으로 한식 완성
편집자주
미식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어온 한식. 20여 년간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맛을 알려온 최지아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대표가 한식과 K관광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국의 고기 구이와 단체 회식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제공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한국 사람들은 왜 반찬을 공유하나요?"이다. 처음 한국 식당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종종 당황한다. 주문한 음식은 하나인데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김치와 나물, 장아찌 등 여러 반찬이 깔린다. 게다가 그 반찬은 개인 접시가 아니라 모두의 가운데 놓인다. 많은 외국인은 이를 한국 특유의 공유 문화라고 이해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한식의 특징은 단순히 음식을 나누어 먹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하나의 상을 함께 사용하면서도 각자가 전혀 다른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몇 년 전 오스트리아에서 온 기자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재미있는 일을 겪었다. 채식주의자인 그녀와 하필 고깃집에서 약속을 잡았지만 의외로 식사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밥과 국, 쌈채소와 여러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쌈을 어떻게 먹는지 묻더니 "쌈에 넣으면 안 되는 반찬도 있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없다고 답했다. 잠시 후 그녀는 된장국에 들어 있던 아욱을 건져 상추 위에 올리더니 쌈을 싸 먹기 시작했다.

순간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냐고 물었지만 사실 그런 규칙은 없다. 다만 한국인이라면 국 건더기로 쌈을 싸 먹는 경우가 흔하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녀는 내가 웃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부드러운 아욱과 아삭한 상추의 식감이 정말 잘 어울린다"며 내게도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녀는 아욱쌈을 먹었고 나는 고기쌈을 먹었다. 그날 나는 한식의 흥미로운 특징을 다시 확인했다. 같은 상차림 앞에서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식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쌈 채소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한식에서는 취향의 차이가 갈등이 되지 않는다. 맵게 먹는 사람도, 담백하게 먹는 사람도,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채소를 선호하는 사람도 한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꽤 독특한 식문화다. 많은 나라의 음식은 완성된 상태로 손님 앞에 놓인다. 음식을 만든 사람이 의도한 맛을 그대로 경험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식은 마지막 단계를 먹는 사람에게 남겨둔다. 비비고, 싸 먹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손님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식사를 완성하는 사람이 된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행지의 풍경도, 음식의 모양과 맛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여전히 비행기를 타고 낯선 나라를 찾을까. 나는 그 답이 정보보다 경험에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인 소년이 처음 비빔밥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직접 비빈 비빔밥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푸드커뮤니케이션 제공

그런 점에서 한식은 매우 흥미로운 문화다. 외국인들은 종종 비빔밥을 보며 묻는다. "왜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들고서 굳이 다 섞어 먹나요?" 쿠킹클래스를 진행하다 보면 비빔밥의 핵심은 만드는 과정보다 비벼 먹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자주 느낀다. 많은 외국인이 재료를 하나씩 집어 먹거나 샐러드처럼 살짝만 섞어 먹는다. 정갈하게 담긴 재료들을 한꺼번에 섞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듯하다. 나는 종종 직접 비비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러면 사람들은 "비빔밥은 잘 비비는 것까지가 조리법이네요"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 비빔밥의 핵심은 재료보다 비비는 행위에 있다. 밥과 나물, 고추장이 하나의 맛으로 완성되는 마지막 단계는 셰프가 아니라 먹는 사람이 담당한다. 비빔밥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삼합은 무엇을 함께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쌈 역시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만든다. 우리는 흔히 이를 하나의 메뉴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완성된 음식이라기보다 하나의 원리에 가깝다.

재료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을 비빔밥이라 부르고 삼합이라 부른다. 한식의 정체성이 특정 재료보다 그것을 즐기는 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유연성이 한식의 가장 현대적인 특징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관광객들은 현지인과 똑같은 경험을 소비하기보다 그 문화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고 싶어 한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관광객들은 전주에서 비빔밥 한 그릇만 먹고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 나물을 넣고 어떻게 비벼 먹는지, 그 한 그릇에 담긴 지역 사람들의 방식을 경험하러 간다. 목포의 삼합 역시 단순히 맛을 보기 위해 찾는 것이 아니다. 왜 그 재료들이 한 상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음식에 담긴 지역의 삶과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 자체보다 그 음식을 둘러싼 행동과 이야기다. 그래서 한식의 경쟁력은 레시피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을 식사의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로 만든다는 데 있다.

상차림은 함께 나누지만 경험은 각자 완성한다. 모두가 같은 밥상에 앉지만 누구도 완전히 같은 식사를 하지는 않는다. 같은 밥상, 다른 식사. 어쩌면 그것이 오늘날 관광객들이 한식에서 발견하는 가장 특별한 경험이며, 한식을 가장 한국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힘인지도 모른다.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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