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프 공조, 파병 논의 아니다”…이 대통령·마크롱 ‘호르무즈 논의’ 확대 해석 경계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전제로 논의한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는 국익과 국민의 공감대에 기반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파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두 정상 간의 논의 주제를 파병이라고 규정하면 안 된다”며 “프랑스와 영국이 제안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통항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머물러 있다. 파병을 논의했다고 보면 앞서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긴밀한 공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 “다국적 임무는 평화적인 것으로서 관련 동의가 구해지는 대로 (한국과) 협력하겠다”며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에 대해 무엇보다도 평화롭게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에 참여하고 기여한다는 입장으로 프랑스·미국·영국과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두 정상이) 의견을 교환한 정도이지 새로운 진전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것 두고 “검토 과정의 일부로 해석하면 된다”며 파병을 전제로 한 파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파병이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 방향이) 정해진 바가 없는 만큼 일정을 소개하기도 어렵다”고 답했다. 파병 관련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으며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우리의 국익과 국민의 공감대에 기반해 기여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익과 국민 여론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셈이다.
청와대가 파병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에 따른 정치·외교적 파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파병 문제를 놓고 여당 일각에서도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파병 시 이란이 한국에 외교·경제적 보복에 나설 수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엑스에 직접 한글로 작성한 입장문을 통해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중동을 지나는 한국 상선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한국에 실제 파병 의사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란에서 언론 보도를 보고 실무선에서 우리에게 (파병 관련 입장을) 물어왔다”며 이에 ‘검토하고 있으며 정해진 것은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지지와 협력 의지를 보여줬다”며 “동북아와 유럽의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양국은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이 이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서슴없이 지원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양국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대한 공동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은 프랑스의 변함없는 지지를 언제나 신뢰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9070746001/amp
파리 |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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