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전 대비는 각군 사령부·연구소 몫인데, 스무살 육·해·공군 생도들 모아 ‘합숙’해서 될 일인가?

정충신 선임기자 2026. 9. 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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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먼저 해괴한 싸움을 걸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장 양상이 바뀌었으니,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뭉개 대전 자운대에 모아놓아야 미래전 대비 융합 인재가 나온다는 이상한 논리를 '창조'했다.

하지만 '미래전 화살이' 왜 뜬금없이 사관학교 통폐합으로 날아가, 사관학교를 쑥대밭을 만들어 놓았는가? 미래전 대비라는 거창한 명분과 사관학교 물리적 통합이라는 극단적 수단 사이에 대체 어떠한 실질적 인과관계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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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핑계로 사관학교 허물려는 3조 원짜리 코미디
미래전 대비 사관학교 물리적 통합에 의한 3조원대 국군사관학교 설립 및 사관학교 이전 비용 등 예산의 비효율적인 운영과 탁상행정을 비판하는 설명도. 왜 3조 원 혈세를 처박아 생도들 몸뚱이를 한 기숙사에 쑤셔 넣어야 하는지, 케이블 깔면 될 일에 3조 원짜리 벽돌을 왜 쌓는지를 풍자하고 있다. 오상봉 예비역 대령 AI 그림

국방부가 먼저 해괴한 싸움을 걸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장 양상이 바뀌었으니,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뭉개 대전 자운대에 모아놓아야 미래전 대비 융합 인재가 나온다는 이상한 논리를 ‘창조’했다.

미래전 대비? 당연히 쌍수 들어 찬성한다. 바뀌는 전장에 손 놓고 있을 군대가 어디 있겠는가. AI(인공지능)·드론·우주·사이버 대응과 미래전 대비는 국방부와 합참, 각 군이 24시간 상시 수행해야 할 군의 기본 임무이자 마땅한 상수(常數)다.

하지만 ‘미래전 화살이’ 왜 뜬금없이 사관학교 통폐합으로 날아가, 사관학교를 쑥대밭을 만들어 놓았는가? 미래전 대비라는 거창한 명분과 사관학교 물리적 통합이라는 극단적 수단 사이에 대체 어떠한 실질적 인과관계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현행 3군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동교육, 교환교육, 학점교류, 단계적 합동훈련을 강화하는 유연하고 되돌릴 수 있는 방식으로는 왜 불가능한지, 통합찬성론 측이 그 명확한 이유와 객관적 근거부터 먼저 제시하고 수긍이 가도록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마땅하다. 입증 책임조차 방기한 채 내막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사관학교 예비역들이 모교 밥그릇 지키려고 억지 부린다”는 오해까지 사게 만드니 참으로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찬성론자들은 다영역작전(MDO)이 초연결 네트워크로 타군 화력을 지원받는 체계라고 아는 척을 한다. 맞는 말이다. 데이터와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게 미래전인데, 왜 3조 원 혈세를 처박아 생도들 몸뚱이를 한 기숙사에 쑤셔 넣어야 하나? 케이블 깔면 될 일에 3조 원짜리 벽돌을 왜 쌓는가?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前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 오상봉 예비역 대령 제공

전훈 분석과 미래전 대비는 스무 살 생도들이 밥 같이 먹는다고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리 군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전문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합참이 미래전략서(JMS)를 짜고, 각 군 교육사령부 교리발전부와 전투실험실이 워게임을 돌려 드론 교범을 고치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위사업청이 레이저 무기를 긴급 전력화한다.

이렇게 나온 교리와 신무기를 작전사령부가 실전 훈련으로 검증하고, 병과학교가 초급장교들에게 밤낮없이 숙달시킨다. 수십 년 군사학을 연마한 영관급 장교들과 박사들이 연구소와 야전에서 이미 숨 쉬듯 매일 해치우는 일상 업무다.

사관학교의 본질은 따로 있다.

생도는 합동작전 기획하는 사령관이 아니다. 사관학교는 부하 목숨을 짊어질 소부대 지휘관으로서 흙먼지 마시며 땅과 바다와 하늘의 야전성을 뼛속에 새기는 곳이다. 육사는 산악 참호에서, 해사는 진해 파도 위에서, 공사는 청주 활주로에서 구르는 게 기본이다.

기초 드론 교육? 기존 교과과정에 과목 한두 개 개설하면 큰 비용 없이도 해결된다. 미국 웨스트포인트(육사)가 다영역작전 가르친다고 해서 해사·공사를 육사와 함께 합쳤다는 소리 들어봤는가?

사관학교 본질은 소부대 지휘관 양성으로 각군 전문성 강화에 있다. 3조원 혈세 들여 육·해·공 생도들을 한 기숙사에 억지로 수용하는 한다고 합동성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다. 오상봉 예비역 대령 AI 그림

멀쩡히 잘 돌아가는 군의 거대한 연구·작전 시스템은 싹 가려놓고, 마치 사관학교를 안 합치면 군이 미래전을 손 놓고 있는 양 호도하는 속내는 뻔하다. 정권의 주문에 코드 맞추려 최신 전쟁을 방패막이 삼아 단기적 치적을 챙기려는 전형적인 관료적 도덕적 해이다. 한 번 허물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비가역적) 군의 전통과 무형의 전투 역량, 우수 인재 육성 체계의 붕괴라는 막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와 국민의 몫으로 전가될 뿐이다.

미래전 대비는 합참과 연구소가 시스템으로 하는 일이다. 바다도 활주로도 없는 대전 분지에 생도들 몰아넣는다고 없던 AI가 솟아나고 드론이 날아오겠는가?

인과관계도, 경제적 타당성도 입증하지 못한 채 이미 일상화된 군의 전문 시스템을 지우고, 미래전을 핑계 삼아 80년 군의 영혼을 난도질하려는 3조 원짜리 대국민 쇼는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前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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