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 달간 MDL 20여회 침범… 작년 한 해보다 더 많이 넘어와
軍 감시장비 설치 확대 영향도

북한군이 지난달에만 군사분계선(MDL)을 20회 이상 월선해, 8월 한 달간의 침범 횟수가 지난해 전체 월선 횟수를 넘어선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지난해 17차례 MDL을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북한군이 지난달에만 그 이상 MDL을 침범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DL 월선은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 다만 북한군의 월선 여부는 유엔군사령부가 최종 판단하는 만큼, 한국군은 최근의 월선 정황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잠잠했던 북한군의 MDL 월선 정황은 지난달 중순부터 동·서부 전선 모두에서 다시 포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같은 북한군의 MDL 월선 정황 급증에 대해 합참은 이날 “미작업 구간에 대한 작업 활동이 진행되면서 침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자, 북한군은 2024년부터 MDL 일대에서 지뢰 매설, 철책 설치 등의 작업을 해왔다. 합참은 이런 작업이 재개됐으며, 북한군의 도발 의도는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에서는 우리 측 감시 태세 변화가 북한군의 MDL 월선 보고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군의 MDL 침범은 특히 동부 전선의 특정 지점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이 지점에는 적외선을 감지해 병력과 장비 이동을 파악하는 열상감시장비(TOD)가 없었는데, 최근 우리 군이 장비를 설치해 사각지대가 해소되자 북한군의 MDL 월선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TOD를 신규 설치한 지점에서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사복을 입은 인원 4~5명 정도가 총기를 들고 MDL을 침범하며 이동하는 모습이 통상 포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TOD 설치 이전에도 북한군이 이 경로로 이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실제로는 더 많은 지역에서 북한군의 MDL 월선이 수시로 발생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넘나들어도… “경고사격 자제령에 조치 안하는 경우 많아”

합참은 북한군의 MDL 일대 공사가 시작된 2024년부터 전방에 감시 장비를 추가 배치하는 안을 논의했고, 올해 예산을 확보해 일부 구간에 감시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감시 장비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내에 진입해야 하는데, 전방 부대가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작업 속도가 더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중순 북한군이 동부전선 MDL을 침범해서 올해 첫 경고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군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단 한 차례도 MDL을 침범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감시 장비 부족으로 이전에 우리 군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MDL 침범 사례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부 전선 최전방 경계를 맡는 육군 1군단이 핵심 공용화기 등에 실탄을 장전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8월 초부터 국방부가 ‘합동 특별 기강 점검 TF’를 통해 전방 경계 작전 점검에 나선 것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해 11월쯤 군 당국에 ‘북한군이 MDL을 넘었을 때 경고 사격을 자제하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일선에 “경고 사격을 하기에 앞서 사격 필요 상황 평가부터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적 있는데, 실은 이와 관련한 청와대의 지침이 있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예비역 장성은 “그런 분위기라면 이전까지 현장 부대에서 북한군의 MDL 월선으로 판단할 상황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군의 MDL 일대 작업이 8월에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전군의 사단·여단 지휘관을 소집해 “남부 국경을 지키고 있는 제1선 부대들을 강화하고 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올여름 북한군의 작업 증가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합참은 이날 “우리 군은 북한의 MDL 침범 등 활동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군은 작전 수행 절차에 따른 원칙적인 조치를 하고 있고 전력 보강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규덕 前본부장 “北에 처음부터 완전한 비핵화 요구하는 건 구시대적 패러다임”
- 사우디·후티, 홍해 일대서 사실상 전면전... 500명 사망, 2만명 피란
- 美전문가들, 中때린 필리핀 국방에 열광… “이게 중국을 다루는 법”
- “가을 무는 인삼보다 낫다?”… 셰프들이 말하는 제철 요리의 비밀
- 병원 갈 정도는 아닌데… ‘sick’ 대신 쓸 수 있는 표현?
- 홍명보는 되는데 이영민은 왜 안되나
- 골반부터 척추까지 부드럽게… 전신 기능 회복 운동
- [83화] 죽은 척한 조조, 패한 여포… 서주의 주인이 된 유비
- 투표용지 부족에서 통계 ‘돌려막기’까지… 선관위 특검이 풀어야 할 의혹들
- “수은으로 금을 만든다?” 100년 전 경성을 흔든 150억 연금술 사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