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열흘 앞두고서야 열린 ‘올공’
경찰 1800명 투입해 입구 등 확보
물품 반출 뒤 시위대 ‘다시 봉쇄’
현장 간 장동혁 “강한 유감 표명”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들이 8일 시위로 봉쇄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안에 들어가 사무실 물품을 들고나왔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개표소 봉쇄 시위가 시작된 지 95일 만이다. 이로써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약 열흘 앞두고 업무 정상화를 호소해온 대한체육회는 일단 숨통이 트였다. 다만 투표인명부 등 선거 관련 서류가 여전히 경기장 안에 남아 있고 시위대도 현장을 지키고 있어 봉쇄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핸드볼협회와 대한펜싱협회, 대한산악연맹 등 12개 단체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이날 오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진입했다. 개표소 현장 보존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 관계자 4명과 선관위 관계자 6명,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 5명도 참관인으로 동행했다. 경찰은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50명, 형사 100명 등 경력 1830여명을 투입해 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대한체육회와 경찰은 이날 오전 9시쯤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집결한 뒤 2-3번 출입구로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출입구를 막은 천막과 문에 붙은 ‘당일 투표 수개표’ 현수막 등을 치우고 주변을 통제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가 “선관위 직원을 먼저 들여보내겠다”고 말하자 시위대는 “범죄자 선관위를 왜 들여보내냐” “나올 때 지문 확인해라. 투표용지 빼갈지 어떻게 아느냐”고 항의했다.
오전 9시11분쯤 2-3번 출입구의 셔터가 위로 올라갔고, 5분 뒤 선관위 특검과 선관위가 먼저 들어갔다. 진입 과정에서 시위대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송파서 관계자는 “특검과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지 보관 장소로 이동해 안전조치를 마쳤으며, 대한체육회 물품 반출이 끝날 때까지 카메라로 채증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상자와 손수레를 끌고 9시22분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들어간 이들은 컴퓨터 모니터와 서류 뭉치를 상자에 담고 테이프를 붙이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사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이 현장에 도착했다. 시위대는 장 대표의 이름을 부르며 연호하고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장 대표는 경기장으로 들어가 약 20분간 내부를 둘러본 다음 밖으로 나와 “하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때를 골라 진입을 시도하고 물건을 반출한 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에 들어가 확인한 바로는 대한체육회 사무실과 투표함 및 투표용지 관련 물건 보관된 곳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며 “선거 관련 물품이 보관된 곳은 잠금장치가 돼 있고 경찰이 봉인한 것이 맞다”고 했다.
물품 반출은 약 70분 만에 끝났다. 오전 10시5분쯤 경기장 밖으로 나온 관계자들은 ‘댄스스포츠’ ‘우슈’ 등 종목명이 적힌 상자들을 승합차 6대에 차례로 싣고 현장을 떠났다. 상자가 반출될 때 시위대 일부가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누가 아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10시35분쯤 출입구의 셔터가 다시 내려가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김대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물품 반출이 끝난 뒤 “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둬 부득이하게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게 됐다”며 “우선 장비와 서류를 꺼냈으니 선수단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투표지 보관 장소가 특검의 수사 대상물로서 보존 필요성이 있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투표지 보관에 한 치의 오점도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주언 기자 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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