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민간협력 확대…일 ‘징병제’ 불씨 되나
강제노역 금지한 헌법과 ‘충돌’
일본의 한 싱크탱크가 방위성에 제언한 자위대의 민간협력 확대와 정치권에서 추진되는 자위대 명령 불응 시 민간사업자 처벌 규정 신설이 일본 군국주의 시기의 ‘국가총동원 체제’와 유사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8일 도쿄신문은 지난 2일 일본의 군사·안보 관련 싱크탱크 사사카와평화재단이 방위성에 전달한 제언 가운데 유사시 민간사업자의 자위대 협력을 규정한 자위대법 개정 요구와 이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보도했다. 현행 자위대법 103조는 전투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자위대 부대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민간사업자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업무 내용도 의료와 건축, 수송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재단은 “현대전에서는 탄도미사일·사이버 공격·무인기(드론)에 의한 인프라 파괴 등으로 전투지역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지역 제한을 폐지하고, 자위대 작전이 시행되는 모든 지역에서 민간사업자가 활동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재단은 ‘자위대와 민간 역량의 연계·일체화’를 내세우면서 민간이 담당하는 업무도 방위장비 제조와 정비·수리·보급, 사이버·통신·우주 등 자위대 작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와 자위대는 이미 군사 분야에서 민간 역량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일본 내에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라쿠텐 등 민간기업의 군사 분야 참여 확대를 둘러싼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도쿄신문은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협력’에서 ‘강제동원’으로 바뀔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현행 자위대법에는 유사시 민간사업자가 자위대의 업무종사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자민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일본유신회는 지난 6월 민간사업자가 자위대 명령에 불응 시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외교·안보 전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후세 유진은 도쿄신문에 “형사처벌을 통해 자위대 업무종사 명령을 강제할 경우 노예적 구속과 강제노역을 금지하면서 정부가 징병제를 도입할 수 없는 근거가 되어온 일본 헌법 제18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후세는 이 같은 강제가 현실화할 경우 과거 일본 군국주의 시기의 ‘국가총동원’과 유사한 상황이 될 수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징병제 도입을 둘러싼 법적 장벽도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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