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천여성노동자회 출신… ‘송파 똑순이’ 남인순 국회 부의장

김희연 2026. 9.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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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동일방직 집회…
사범대 학생, 노동자 인권에 눈 뜨다

인천 출신으로 헌정 역사상 세 번째 여성 국회부의장이 된 남인순 국회의원은 “임기 내 성평등한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국민에게 정치 효능감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6.9.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제22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68) 국회의원은 헌정 역사상 세 번째 여성 국회부의장이다. 그는 ‘소통과 경청의 여성 부의장’을 약속하는 한편, 차별 없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어 교사를 꿈꾸던 문학소녀가 사회의 불평등에 눈뜨며 시민사회 운동의 길로 접어들고, 정치에 입문해 여성 국회부의장이 되기까지 자신이 갈 길을 스스로 만들어 온 그다.

■ 성평등 국회, 일하는 국회

우리나라 국회 의장단에 여성이 포함되기 시작한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제21대 전반기 국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부의장이 탄생했고, 제21대 후반기 국회에서도 여성 부의장이 활약했다. 제22대 전반기 국회에선 여성이 의장단에 들지 못했지만, 후반기 남인순 부의장이 선출되면서 여성 의장단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남 부의장은 “이번 국회 전반기에는 아쉽게도 의장단에 여성 의원이 없어서 후반기에는 꼭 그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돼 다행이면서도 제대로 역할을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다”며 “아무래도 국회를 보다 ‘성평등한’ 국회로 만들라는 국민과 당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제가 ‘소통과 경청의 부의장’을 약속한 만큼,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소통하는 국회,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려는 첫걸음으로 남 부의장이 최근 마련한 자리는 지난 1일 진행된 ‘제22대 여성 국회의원 어울림 오찬회’다. 이 행사는 여야 가리지 않고 모든 여성 국회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여야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 등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남 부의장은 이 자리가 여성 부의장으로서 새로운 출발점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소통과 경청, 성평등 실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남 부의장이 생각하는 ‘소통하는 국회’의 연장선은 ‘일하는 국회’다. 최근 남 부의장은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여기에는 여야가 합의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안이 정쟁에 밀려 법제사법위원회나 본회의에서 장기간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여야가 공동으로 대표 발의한 민생법안마저 정치적 대립에 따른 의사일정 변동이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처리가 미뤄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남 부의장의 확고한 생각이다.

남 부의장은 “국회는 국민들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22대 국회에서는 본회의에서 법률안 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국민들께 너무 많이 보여드렸다”며 “여야가 합의한 법률안도 정치적 이유로 무제한 토론을 신청하는 등 제도를 남용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민생법안 만큼은 무제한 토론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국회 효능감을 높이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국회와 정치의 본분은 결국 국민과 민생을 챙기는 것으로, 이를 꼭 실현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2026.9.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인천의 문학소녀, 사회운동을 거쳐 정치의 길로 접어들다

남 부의장은 1958년 인천 동구(현 제물포구) 송림동에서 태어났다. 자유시장과 미림극장, 자유공원과 월미도 등 인천 구도심 곳곳의 풍경이 그의 기억에 남아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국어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수도여자사범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했는데, 갑자기 민주화 운동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인천의 영향이 컸다. 당시 남 부의장은 서울에 살 곳을 마련하지 않고 인천에서 통학했는데, 당시 통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던 모임을 통해 동일방직 등 노동자 인권에 대한 여러 현안을 접하게 됐다.

남 부의장은 “1978년 1월인가 2월쯤 겨울, 우연히 답동성당에서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직접 보게 됐다. 그 일을 계기로 노동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학교에서도 학생 인권에 대한 여러 운동에 관여하다가 강제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며 “부평에 있던 반도상사 노조원들이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1980년 그 여성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야학을 개설했다. 한자라든가 그들이 배우고 싶었던 것을 가르쳐 주고 함께 공부하는 자리였는데, 야학 활동을 통해 ‘직접 노동자가 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남 부의장은 주안5공단에 있는 봉제 회사 보조원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 후 다양한 사회운동이 수면 위로 떠오른 1988년 인천에 만들어진 ‘여성 나눔의 집’에서 활동했다. 당시 여성 운동가들의 고용 문제, 불안정한 보육 환경에 따른 경력 단절, 직업 훈련 등 다양한 어려움을 지원하는 단체였다. 이 활동이 하나의 토대가 돼 1989년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인천여성노동자회다. 인천여성노동자회 간사로 활동을 시작한 남 부의장은 이후 사무처장,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남 부의장이 정치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남 부의장은 “정치란 당을 떠나서 일단 지역구 주민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이다. 특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민생 문제를 푸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의 역할”이라며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미래 청년층들도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꼭 직접 정치를 하지 않더라도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응원, 정책에 대한 관심 등 사회가 변화하는 일에 함께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 조금이라도 사회가 나아지는 길을 향해

국회부의장실에 들어가면 곳곳에 그림과 장식품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것이 눈에 띈다. 단순히 실내 장식을 위한 것만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던 건 작품들이 일관된 느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인데, 역시나 모든 작품이 남 부의장에게는 각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남 부의장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가 그린 그림을 보며 자신이 대표 발의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개정을 완수하자는 의지를 다진다고 했다.

또 토끼 장식품은 영국 브랜드 ‘러쉬’가 동물실험 반대 등에 힘써온 남 부의장에게 영국에서 보내온 상으로, 자신이 발의한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제정 노력을 지속해야겠다고 느낀다는 게 남 부의장의 설명이다. 단순한 소장 작품이 아닌, 남 부의장이 임기 내 풀고자 하는 숙제들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병 지역구 국회의원이기도 한 남 부의장의 별명은 ‘송파 똑순이’다. 지역구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크고 작은 행사를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지역을 누비고, 이를 통해 파악한 애로사항은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계속해서 보였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넘어 정치인으로서 남 부의장이 계속 유지하려는 자세도 이러한 모습이다. 지금의 국회가 넘어서야 할 과제가 ‘성평등’과 ‘정치 개혁’이라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고자 한다.

남 부의장은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의 정치 구조에도 있다고 본다. 지역구 선출직 국회의원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계층을 대변하는 ‘비례대표’ 의원을 확대하고,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를 늘리는 등 정치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의장으로서는 직속기구인 ‘K-민주주의 정치 개혁 자문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중점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그 외에 외교 등 부의장으로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026.9.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남인순 부의장은?
▲ 1958년 인천 출생
▲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 제19대(비례) 국회의원, 제20·21·22대(서울 송파구병) 국회의원
▲ 前 인천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부회장
▲ 前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 現 국회부의장
▲ 現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 現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위원
▲ 現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CPE) 부회장


/김희연 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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