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처리’에 그친 무연고 장례...“친구·동료도 장례 주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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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무연고 장애인이 생전에 맺은 관계까지 지워지는 현행 장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례와 봉안, 추모까지 이어지는 공영장례 체계를 마련하고 친구·동료 등 '사회적 관계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적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와 이웃, 동료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 고인과 실제 삶을 나눈 사람도 사회적 관계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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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계인 인정해야
생전 장례계획 제도화
“공공, 비용·절차 책임져야”

법적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무연고 장애인이 생전에 맺은 관계까지 지워지는 현행 장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례와 봉안, 추모까지 이어지는 공영장례 체계를 마련하고 친구·동료 등 ‘사회적 관계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광주청사에서 열린 ‘무연고 장애인의 존엄한 장례 보장 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무연고 장애인의 장례를 행정적인 ‘시신 처리’가 아닌 애도와 기억의 과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와 이순화 전남광주통합시의원,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는 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 정희경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황현철 북구장애인다원주간보호시설 센터장,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장,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이재석 광주도시공사 공원사업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발제에 나선 정 교수는 무연고 장애인의 장례를 행정적인 시신 처리에서 애도와 기억, 사후복지의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적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와 이웃, 동료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 고인과 실제 삶을 나눈 사람도 사회적 관계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센터장은 “무연고는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법적으로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를 맡을 사람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행정적인 표현일 뿐”이라며 “법적인 무연고는 사회적인 무관계와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관계증명서에는 함께 기록되지 않았지만 서로의 삶에는 깊이 기록된 사람들이 있다. 최소한 사망 사실을 알고 장례에 참여하고 고인의 삶을 증언하며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례와 봉안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제시됐다.
김 소장은 미인가 시설에서 학대받다 탈출한 장애인이 2013년 숨진 뒤 11년 동안 묘지를 옮기지 못한 사례를 소개했다. 고인이 법적으로 가해자의 양녀로 남아 있어 생전에 관계를 맺었던 복지기관이 개장과 화장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사망한 2024년에야 묘를 개장해 화장한 뒤 자연장지에 안치할 수 있었다.
김 소장은 “가족이 없거나 법적인 연고자가 없다고 해서 관계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장례식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이후 고인의 유골을 찾아갈 수 없다면 과연 존엄한 장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배 상임활동가는 장애인단체와 활동가들이 비용을 모아 동료들의 장례를 치르는 현실을 지적했다. 배 상임활동가는 “언제까지 몇몇 장례식장의 배려나 활동가들이 주머니를 털어 버티는 장애인단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장례 비용과 행정 절차는 공공과 지자체가 책임지고 이웃과 동료들은 고인의 삶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광주 영락공원에는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325명의 유골이 안치됐으며 올해는 지난달 24일까지 114명이 안치됐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은 5년간 봉안된 뒤 유택동산에 뿌려진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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