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우먼넌센스 ③ 여성 초혼 31세·이혼 47세, 지금 난 몇 살?
재혼 부부 등 다양한 길 존재
평균 나이는 운명 기준 아냐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내 나이 30 중반인데 이미 늦었어"
8일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를 여성 중심으로 여성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여성 초혼 평균은 31.62세 이혼 평균은 47.71세 재혼 평균은 47.46세다. 즉 서른한 살쯤 결혼해서 16년쯤 다투다가 마흔일곱에 갈라선다. 그리고 이혼 도장 잉크가 마르기도 전 아니 오히려 이혼보다 석 달 먼저(47.46세)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새로운 사람과 재혼을 해치운다.
사람들은 평균값들을 억지로 붙여 하나의 정답 인생 서사를 만들어 낸다. 러시아 양자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주창한 <트랜서핑> 관점에서 보면 바로 이 지점에서 펜듈럼이 탄생한다.
펜듈럼은 사람들이 의미와 불안을 퍼다 나를수록 덩치가 커지는 생각의 괴물이다. 31.62세라는 숫자는 2025년 웨딩드레스를 처음 입은 여성들의 나이를 모두 더해 머릿수로 나눈 산술 결과일 뿐이다. 통계청이 이 나이에 시집가는 것이 사회적 규칙이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

30년 이상 참고 살다가 황혼에 갈라서는 부부가 전체의 17.7%로 가장 많지만 반대편에는 혼인 4년 이하에 이혼 도장을 찍는 부부도 16.3%나 존재한다. 5~9년 차(17.3%)도 비슷하다.
사회가 흔히 들이미는 표준 경로 즉 취업 결혼 출산 중년 은퇴라는 단일 차선의 고속도로는 환상이다. 현실은 이미 8차선 다중 교차로다. 초혼(82.6%)이 대다수이긴 하나 남녀 모두 재혼(9.0%), 남성만 재혼(3.1%), 여성만 재혼(4.5%) 등 여러 갈래의 길이 공존한다.
평균을 운명으로 착각하는 희극
펜듈럼은 묘하다. 한쪽에서는 결혼이 너무 늦다며 불안에 떨고 다른 쪽에서는 요즘 누가 결혼을 하냐며 코웃음을 친다. 방향은 반대지만 <트랜서핑> 관점에서는 둘 다 결혼이라는 주제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며 같은 펜듈럼에 에너지를 바치고 있을 뿐이다.
2025년 혼인이 24만3260건으로 8.1% 늘었다고 해서 결혼 제도의 화려한 부활이라며 샴페인을 터뜨릴 필요도, 이혼이 3.3% 줄었다고 안도할 필요도 없다. 통계는 감정이 없다. 사실은 그저 혼인이 늘었고 이혼이 줄었다는 것뿐이다.
평균을 개인의 운명으로 바꾸는 얄팍한 착각만 하지 않으면 된다.
모두가 같은 시계를 차고 똑같은 나이에 비슷한 인생 행사를 치러야 한다는 강박이다. 어쩌면 우리는 서머타임을 만들어 놓고 있지도 않은 시간에 스스로 쫓기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47세라는 나이를 통과하면서도 누군가는 서류에 마침표를 찍고 법원을 나서지만 동시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며 예식장에 들어선다. 그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나이라는 정거장에서 각기 다른 방향의 열차로 갈아타고 있을 뿐이다. 인생을 재는 시계는 사회의 평균율 속에 있지 않다. 시계는 애초에 손목에만 있었다.
☞ 펜듈럼: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독립적인 정보 구조체를 뜻한다. 사람들이 특정 문제에 집중하고 불안해할수록 에너지를 흡수해 커지며 개인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려 든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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