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연기할 것” 한껏 성숙한 류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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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은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그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변한다.
"인간은 대개 본인들만의 정당성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나. 각자의 기준에 따라 악역이 될 수도, 선역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목사를 연기한) '계시록' 때도 그랬다. 그 작품에서 목사는 본인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선한 일을 한다고 믿는데, 이번에도 본인이 살기 위해 하는 선택이라고 캐릭터를 이해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모두가 빌런일 수도 있다. 이 역시 보는 분들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드는 확신은, 배우 일을 하려면 연기가 우선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류준열이 먼저 있어야지 배우를 하든 뭐라도 하지 않나. 연기를 가장 우선순위에 올려놓으면 나머지 것들이 쉽게 무너질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겐 친구 만나고, 여행 다니고, 사진을 찍는 일상은 매우 중요하다. 그게 현장에서 연기를 대충 한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삶이 우선이 돼야 직업도 있고 예술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부분에서 밸런스를 잘 맞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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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 먹은 들쥐 설화’ 현대적 재해석
- 디지털 신분 도용 등 현실 공포 그려
- 1인2역 열연, 롤모델 설경구와 호흡
- 영화수입·제작 도전 새로운 꿈 키워
깎은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그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변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버려진 손톱을 주워 먹은 쥐가 진짜 주인을 쫓아낸다는 설화 ‘손톱 먹은 들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루드비코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 현대사회의 공포로 급부상한 ‘디지털 신분 도용’과 ‘정체성 강탈’이라는 주제를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야기는 극심한 대인기피증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 틀어박혀 살아가던 소설가 문재(류준열)가 자신의 이름과 얼굴, 집과 재산까지 모두 가로채 행세하는 의문의 존재 ‘들쥐’(류준열)의 실체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극 중 문재와 들쥐로 분한 류준열은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을 맡아 원본과 이를 잠식해 들어가는 복제본 사이의 간극을 촘촘하게 조율했다.
▮데뷔 후 첫 1인 2역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로 만난 류준열은 “작품 공개 후 지인들 연락을 유독 많이 받았다. 한결같은 반응이 ‘재밌다’였다. ‘출근해야 하는데 밤을 새웠다’고 하더라. 평소에 연락을 잘 안 하던 선후배들도 DM을 많이 보내줘서 작품의 인기를 체감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작품을) 끊지 못하고 봤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그래서 드리는 팁. 일찍 자야 되거나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들쥐’를 중간에 끊으시길 바란다. 이 작품은 엔딩 맛집이라서 엔딩에선 끊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1인 2역을 연기하며 류준열이 공을 들인 건, 원본인 문재와 그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은 들쥐 사이의 미묘한 차이다. 이를 위해 그는 헤어스타일, 의상, 눈빛, 귀의 모양을 분장팀과 함께 세밀하게 조정했다. “렌즈를 활용해 눈동자에 반점까지” 더했다. 목소리 차이에도 신경을 썼다. 당초 “기계의 힘을 빌려 다른 배우와 목소리를 섞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류준열은 “기계음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해 직접 목소리 톤을 바꿔서 연기”했다. 덕분에 하이톤의 들쥐 목소리와 중저음인 문재 목소리가 확연하게 대비를 이룬다.
두 인물을 만들어 나가면서 류준열은 “누구 하나를 빌런으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인간은 대개 본인들만의 정당성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나. 각자의 기준에 따라 악역이 될 수도, 선역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목사를 연기한) ‘계시록’ 때도 그랬다. 그 작품에서 목사는 본인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선한 일을 한다고 믿는데, 이번에도 본인이 살기 위해 하는 선택이라고 캐릭터를 이해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모두가 빌런일 수도 있다. 이 역시 보는 분들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들쥐’가 던지는 공포 중 하나는 ‘대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류준열은 이를 연기에 빗대며 “연기를 준비할 때 제가 늘 가지는 목표 중 하나는, 나 아닌 다른 배우가 해도 되는 역할은 하지 말자다. 너무 뻔하거나 쉬운 길은 가려고 하지 않는 건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연장선상에서 류준열은 촬영 후 김홍선 감독에게 들은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홍선 감독님이 ‘준열아, 너 같은 배우를 처음 만나봤다. 재미있었고, 나랑 같이 작업해 줘서 고마웠다’고 하셨는데, 살면서 어른에게 고맙다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그 말씀이 제 앞으로 남은 연기 인생에서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노자 역을 맡은 설경구와의 만남도 그에겐 좋은 경험이 됐다. “설경구 선배님과는 같이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잘 안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됐다. 작품을 찍으면서 지금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만났으면 내 경험이 부족해서 배우는 것이 더뎠을 텐데, 지금 만나서 그분의 연기가 더 잘 보이고 더 많은 걸 흡수할 수 있었다.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끼리는 암묵적 룰이 있다. 서로의 연기를 두고 왈가왈부하지 않기 룰. 하물며 후배가 선배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설경구 선배는 현장의 분위기를 풀어주셨고, 그게 가능하게 만들어주셨다”며 “거의 모든 장면에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건 설경구 선배가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도 꼭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배우와 개인, 균형 맞추는 과정

류준열의 관심사는 연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화 제작과 영화 수입에도 관심이 생겨 관련된 것들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중이다. 최근 소속사를 갤럭시 코퍼레이션으로 옮긴 배경에도 이러한 관심의 변화가 작용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수입도 하고 제작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지난해부터 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관련 미팅도 하고 영화 수입 관련해 전반적으로 배우고 있는데, 그 부분을 서포트 받을 수 있는 회사를 찾다가 갤럭시 코퍼레이션을 만나게 됐다. 영화를 제작하려면 사무실도 구해야 하고 직원도 구해야 하는데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지 않나. 그 부분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근 류준열이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갤럭시 코퍼레이션으로 이적했다는 ‘설’이 돌았던 만큼, 류준열은 이에 대해 간접적으로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사실, 류준열의 소속사 이전에는 그가 10년간 몸담고 있었던 씨제스 스튜디오가 지난해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정리한 것과 맞물린다. 만약, 씨제스가 배우 사업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씨제스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을까. 그는 “그렇지 않았을까. 제가 자의적으로 나온 건 아니라서”라는 말로 이에 수긍했다.
그렇다면 궁금했다. 배우 입장에선 소속한 회사가 폐업하는 상황이 여러모로 혼란스러웠을 터. 그 시간을 보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배우로서의 미래에 대해 어떤 수정안을 그렸을까. “한 회사에 10년이나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어찌 됐든 인간으로서의 신뢰를 좀 보여줬던 것 같다. 그런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아쉽긴 했지만, 반대로 익숙함을 벗어난 데서 오는 장점도 있다. 때마침 10주년이기도 했고, 마흔으로 접어들 시기여서 여러모로 (변화를 위한) 좋은 포인트였다고는 생각한다. 모든 게,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자신의 자리를 점검했다.
인간으로서도 그는 변화를 겪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드는 확신은, 배우 일을 하려면 연기가 우선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류준열이 먼저 있어야지 배우를 하든 뭐라도 하지 않나. 연기를 가장 우선순위에 올려놓으면 나머지 것들이 쉽게 무너질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겐 친구 만나고, 여행 다니고, 사진을 찍는 일상은 매우 중요하다. 그게 현장에서 연기를 대충 한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삶이 우선이 돼야 직업도 있고 예술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부분에서 밸런스를 잘 맞추려 한다.”
사진작가로서도 활동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진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과 배우로 세상과 소통하는 건 어떻게 같고 다른지. 그는 “목적지는 같은데, 수단이 다르다”며 “목적은 인간 본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다. 다만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사진작가는 카메라 뒤에서 연구한다는 것이 차이인데 본질은 같기에 두 가지가 시너지를 내 주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과 연기로 인간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나갈 류준열의 내일이 궁금하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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