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산업화…역사 속 이해관계 비판적 성찰”

오복 기자 2026. 9. 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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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눈여겨볼 파빌리온]<1>은암미술관
스위스 ‘스테이트 픽션. 꽃과 국경을 넘어’………오스트리아 ‘저녁과 아침, 그리고 밤’
데니스 베르치, DMZ 혼합설치·미디어·사진 등 아카이브 활용 냉전 이해관계 담아
관람객 반응 기록해 공동체 목소리 확장…비르케 고름, 이데올로기 저항 역사 부각
은암미술관은 오는 11월15일까지 스위스 파빌리온 ‘스테이트 픽션. 꽃과 국경을 넘어’와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저녁과 아침, 그리고 밤’을 개최한다. 사진은 스위스(사진 上)와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전시 전경.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무대가 전시관을 넘어 전남광주 곳곳으로 확장된다. 파빌리온을 통해서다.

파빌리온은 국내외 문화예술 교류의 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 지역 미술관과 문화공간을 내어주는 협업 전시 프로젝트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3개 기관의 참여로 시작해 올해는 15개 국가와 11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양림동의 이장우 가옥, 90년 역사의 광주극장, 2023년 복원된 희경루,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 평소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공간이자 역사적 공간인 27곳에서는 저마다 다른 주제와 작품으로 삶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본보는 세계 각국이 참여한 파빌리온 전시장을 찾아 눈여겨볼 작품과 전시 스토리를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1950년대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와 젠더·산업화 역사의 이데올로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하고 확장하는 전시가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의 시공간 속으로 관람객을 이끌며, 참여 주체로서 각각의 이해 관계와 저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은암미술관은 오는 11월15일까지 1층과 2층 전시실에서 스위스 파빌리온 ‘스테이트 픽션. 꽃과 국경을 넘어’(State Fictions. Beyond Blossoms and Borders)와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저녁과 아침, 그리고 밤’(the evening and the morning and the night)을 개최한다.
스위스 파빌리온 전경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설치 작품 일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이 주최하고 필레아스-오스트리아 현대미술사무국, 스위스 예술위원회 프로 헬베티아, 은암미술관이 공동주관하는 이번 파빌리온에는 스위스 데니스 베르치(Denise Bertschi), 오스트리아 비르케 고름(Birke Gorm) 작가가 참여해 혼합설치, 미디어, 사진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위로부터 박양우 전 비엔날레 대표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스위스 파빌리온 데니스 베르치(오른쪽) 작가,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아틸리아 파토리 프란키니 큐레이터와 브르케 고름(오른쪽) 작가.

스위스 작가이자 연구자인 데니스 베르치는 냉전 시기 국제적 이해관계가 응축된 장소이자, 한반도를 가르는 비무장지대를 다룬다.

작가는 예상치 못한 이미지들의 원천인 비무장지대 내 스위스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비무장지대는 1953년 한국전쟁의 군사지휘관들이 정전협정에 서명하면서 중립국감독위원회가 협정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설립된 이후 스위스는 비무장지대에 군사적 주둔을 유지해왔다. 스위스 캠프에 주둔하는 스위스 군인들은 휴대용 카메라를 통해 일상과 여가 활동, 남북한 다양한 공동체와의 만남, 현지의 동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기록했다.

데니스 베르치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남겨진 이 방대한 이미지와 기록물을 연구하며 ‘중립적’이라 여겨진 군인들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고도로 정치적인 영토를 바라보는 시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또한 스위스가 국제무대에 관여해 세계 질서 속에서 중립이라는 자국의 역할을 규정하려는 과정, 지정학적 존재감에 대한 열망의 서사 등을 성찰한다.

더불어 관람객을 살아있는 아카이브의 시공간 속으로 이끌며 교류의 장이자 증언이 모이는 장소로 만든다.

관람객은 자료를 탐색하면서 자신의 반응과 기억, 감정을 기록해 벽에 붙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시는 공동체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아카이브로 새롭게 확장된다.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작가 비르케 고름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의 생애 주기를 탐구하며, 역사 서술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적 틀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또 사회적 재현, 젠더, 산업화, 가치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주목한다.

작가는 전시장을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잠재된 에너지를 간직해 온 저장의 공간 ‘다락’으로 변모시킨다.

이곳에서 사물은 잠들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시선을 벗어나는 순간 오히려 고유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축적되고 억압된 기억, 처리되지 않은 감정, 그리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힘을 상징하는 전시를 통해 주변화 돼 온 여성들의 이야기와 같이 쉽게 간과된 서사들이 저항과 회복력의 원천으로서 전면에 부각 된다.

빈과 광주에서 수집한 폐기물과 재활용 재료를 주로 사용해 구성된 이 형상들은 지쳐 있거나 결연하고, 나른하며 완고하다. 이완된 상태인 동시에 보호적이고 방어적이며, 때로는 휴식 중이거나 파업 중인 듯한 모호한 모습을 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명 시스템과 환경음으로 이루어진 사운드스케이프는 공간을 안무하듯 낮과 밤 사이로 전환시키며, 경계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노동과 휴식, 생산성과 여가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는 하나의 미장센을 연출한다.

조민영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은 “스위스 파빌리온은 한반도의 당사자인 주체로서 관람을 넘어 새로운 아카이브로 확장시키는 역사적 경험,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은 명상 속 사물들의 내밀한 에너지를 느끼는 내면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며 “두 국가의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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