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70년대판 '내부자들'…계보 잇는 웰메이드 시대물 [시네마 프리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영부인 저격사건으로 시작해 1974년 10월 24일의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끝을 맺는 영화다.
허진호 감독은 이런 류 영화들이 보여줄 수 있는 지나친 감상주의를 피해 가는 담백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갈수록 사건의 실체를 조금씩 확장시켜가는 연출 방식을 통해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제대로 살려냈다.
영부인 저격 사건과 함께 자유언론실천을 엮어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주요 서사로 잡은 점은 영화의 신선한 포인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영부인 저격사건으로 시작해 1974년 10월 24일의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끝을 맺는 영화다. 영화는 두 가지 사건을 하나의 궤 위에 올려놓으며, 진실보다는 독재 정권의 체제 유지가 더 우선된 가치로 여겨지던 유신 시대의 어두운 기억을 스포트라이트 앞에 세운다.
영화는 두 사람을 축으로 돌아간다. 저격 사건의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중부서의 경감 박철구(유해진 분)와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려 하는 동성일보의 사회부 부장 김재환(박해일 분)이다. 박철구는 사건 당일, 비표를 달지 않은 외국인을 막아섰다. 하지만 경호 지침이 바뀌었다는 경호계장(엄태웅 분)의 강력한 저지로 인해 그를 안으로 들여보낸다. 그 외국인은 몇 분 뒤 저격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되는 문태광(박정민 분)이었다. 김재환은 패기 넘치는 신입 기자 한영일(이민호 분)을 홀로 광복절 경축식에 보내고, 한영일은 처음 맞이하는 충격적인 사건에 당황하면서도 모든 상황을 기록하며 취재를 이어나간다.

영부인이 피격을 당한 상황 때문에 중부서는 중앙정보부로부터 극심한 문책을 당한다. 현장에서 문태광이 쏜 총알은 오발탄을 포함해 다섯 발인데, 발견된 총알 자국은 총 6개다. 경축식 행사에서는 영부인과 함께 한 여고생이 총에 맞고 숨지는데, 여고생이 누구의 총을 맞고 숨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동료들과 함께 억울하게 문책을 당하고, 심지어 아끼는 후배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간다. 박철구는 이 같은 사실을 평소 친분이 있던 김재환에게 말하며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삼엄한 언론 통제로 시도 때도 없이 남산에 다녀오는 김재환과 동성일보의 입장에서는 쉽사리 기사를 보도할 수만은 없다.
정부에서는 문태광의 단독 범행으로 수사를 마치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존재하기에 박철구는 수사를, 김재환은 취재를 이어간다. 유명 재벌 회장의 막냇동생인 한영일은 복수 여권을 갖고 있는 덕에 일본에서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출국한다.

'암살자(들)'은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재조명하는 영화다. 허진호 감독은 이런 류 영화들이 보여줄 수 있는 지나친 감상주의를 피해 가는 담백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갈수록 사건의 실체를 조금씩 확장시켜가는 연출 방식을 통해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제대로 살려냈다.
영부인 저격 사건과 함께 자유언론실천을 엮어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주요 서사로 잡은 점은 영화의 신선한 포인트다. 사건의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의 시선으로 실체를 향해 나아가는 관점을 택해 관객들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영화는 시대적 사건을 다룬 '웰메이드' 작품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1987'이 6월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의 여러 모습을 담아냈었다면, '암살자(들)'은 진실을 밝히는 기자와 경찰, 당대 두 직업군의 각도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조명한다. 사건의 실체를 몇 명의 인물이 파헤쳐나가는 점에서는 '내부자들'도 떠올리게 되며, 시대적 사건의 실체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면에서는 '서울의 봄'도 연상케 한다.

배우들은 역시나 제 몫을 해냈다.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또 한 번 호소력 깊은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언제나 그 시대 서민의 얼굴을 보여주는 데 일가견이 있는 그는, 이번에는 무고하게 동료와 직업을 잃게 되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경찰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유해진과는 대비를 이루는 박해일의 연기도 탁월했다. 야만적인 폭력 앞에서도 꼿꼿하고 침착하게,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김재환은 자칫 비현실적인 인물처럼 그려질 수 있었으나, 박해일의 안정감 있는 연기 덕분에 설득력이 있었다. 이민호 역시 부유한 집안 출신의 여유만만한 신입 기자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냈다.
한 영화에서 쉽사리 보기 어려운 유명 배우들의 주조연, 카메오 및 특별 출연, 우정 출연이 줄을 이어 볼거리를 더했다. 편집국장 역의 배성우부터 엄지원, 박지환, 박훈, 장률, 최유리, 류경수, 김대명, 심은경, 박해준, 박성훈, 오정세, 신현빈, 정우성, 박정민까지. '서울의 봄'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 덕에 가능한 캐스팅 라인업이다. 실화 기반 유명 시대물들의 계보를 잇는 웰메이드 영화다. 상영 시간 131분. 오는 23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집 나간 '외도 아들' 양육비 소송 중인데"…홍서범, 박정희 기념음악회 복귀
- 고영욱 "빌어먹던 탁재훈…김준호·김지민, 신혼집 뭐가 좋다고 자랑질"
- "커튼 열었다가 깜짝"…대낮 주택 옥상서 '작업'한 알몸 남성[영상]
- "돈도 벌고 애도 직접 키워라…엄마 없어도 잘 큰다" 막말 시모에 울분
- 정선희, 故안재환과 사별 후 "남편 잡아먹었다고 해…평생 따라다니는 주홍글씨"
- 김인석 "나이 많은 후배에게 맞았다, 치욕적"…XXX 실명 공개 '깜짝'
- "OOO씨 얼굴 시술에 OOO원 결제"…'강남언니' 22만명 다 털렸다
- "한 세트는 기사님 드세요"…똑같은 메뉴 2개 주문해 건넨 '천사 고객'
- 강균성, 14세 연하 유하진에 무릎 꿇고 프러포즈…눈물 글썽 "내 사랑" [N샷]
- "제 생애 마지막 여정을 떠납니다"…'피터팬 아빠' 故 전경철 작별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