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속도보다 신뢰라던 임경호 공주대 총장, 왜 시민들은 믿지 못하나

김형중 2026. 9. 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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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시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왜 통합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설명보다 '통합하면 공주대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었다.

최원철 공주시장이 이날 "공주시에는 국립공주대의 존속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이범수 공주시의회 의장 역시 "시민에게 불리한 통합에는 반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지금 공주대에 필요한 것은 통합을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가 아니라, 통합 이후에도 공주대가 공주시민의 대학으로 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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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호 공주대 총장. /김형중 기자

[더팩트ㅣ공주=김형중 기자]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임경호 국립공주대 총장이 최근 언론 앞에서 한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학 통합처럼 구성원과 지역 사회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결정일수록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문제는 그 말을 한 시점과 그동안의 통합 추진 과정을 돌아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는 점이다.

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 논의가 구체화된 뒤 공주시민들이 처음 공식적으로 통합 내용을 설명받은 날은 8일이다. 하필이면 양 대학 구성원들의 찬반투표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더구나 통합추진위원회는 하루 전인 7일 통합신청서와 대학통합 이행합의서를 이미 심의·의결했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순서가 거꾸로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 통합안을 만든 것인지, 통합안을 다 만든 뒤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합은 대학 두 곳의 내부 행정 절차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공주대라는 이름과 역사를 공유해 온 공주시민들에게는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 시민들이 처음 설명회에 들어섰을 때 받아든 것은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된 통합안이었다.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정해졌다. 법적 대표주소도 대전시이다. 통합대학본부는 공주시와 대전시에 나누겠다고 한다.

시민들이 "그렇다면 공주대가 충남대에 흡수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학 측은 흡수통합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공주캠퍼스에도 연구처와 국제교류본부, 교육혁신본부, 입학관리본부, 통합산학협력단 등 주요 기능을 배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궁금한 것은 조직도에 적힌 부서 이름이 아니다.

실제로 중요한 결정을 누가 하고, 어디에서 하는가이다.

교명과 법적 소재지가 대전시에 있는 상황에서 공주캠퍼스가 실질적인 자치권과 의사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 시민들은 그것을 묻고 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쾌하지 않았다.

통합대학본부와 법적 소재지를 공주시로 옮길 수 있는지, 충남대 사범대학 6개 학과를 공주시에 배치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양 대학 총장은 구체적인 약속 대신 "구성원들과 상의하겠다", "앞으로 반영할 기회가 있다"고 답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시민들의 답답함이 커진다.

이미 통합안을 의결하고 찬반투표까지 시작했는데, 정작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핵심 내용은 아직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놓고 투표하는 것인가.

통합 이후 공주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도 없이 찬반을 묻는다면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판단 자료가 제공됐다고 할 수 있을까.

임 총장은 시민설명회가 늦어진 데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통합 논의 초기에는 아무런 계획도 설계도 없는 상황이어서 시민들에게 설명할 내용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 통합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문서 한 장으로 시작되는 사업이 아니다. 논의 초기부터 지역 사회와 정보를 공유하고 우려를 듣는 과정 자체가 통합의 일부가 돼야 한다.

특히 공주대처럼 지역과 대학의 관계가 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시민들은 통합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통합 이후 공주시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를 묻는 사람들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설명회의 목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서는 통합 연구용역 발표부터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시민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전에 자신들의 목소리부터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왜 통합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설명보다 '통합하면 공주대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었다.

공주대와 충남대 통합이 글로컬대학 사업의 이행과제이고, 통합신청서 제출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사업비 일부를 반납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사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일정이 시민과의 소통을 생략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면 더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이 결정됐고, 무엇이 결정되지 않았는지. 무엇은 바꿀 수 있고, 무엇은 바꿀 수 없는지, 통합 이후 공주캠퍼스의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공주대의 역사와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이것을 문서로 명확하게 공개하면 된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도 거창한 것이 아니다.

'충남대학교'라는 교명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지, 법적 소재지를 공주시로 할 수 있는지, 통합본부의 실질적인 기능을 공주시에 둘 수 있는지, 충남대 사범대학의 관련 학과를 공주시로 이전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확답이 없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과거 공주대와 천안공대 통합 이후 공대 기능이 천안으로 옮겨간 사례에 대해 김정겸 충남대 총장 스스로 "지금 생각해 보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 말은 이번 통합을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이 잘못이었다면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하려면 말이 아니라 제도와 문서로 증명해야 한다.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는 약속도 마찬가지다.

그 약속이 정말 지켜질 것이라면 캠퍼스별 기능과 학생들의 교육권, 학사 운영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면 된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말싸움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임 총장은 공주대가 충남대에 흡수될 만큼 작은 대학이 아니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공주대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시민과 동문들의 상실감을 단순히 '이름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대학의 정체성은 건물이나 조직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름과 역사, 지역 사회와의 관계,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함께 만들어낸다.

공주대의 이름을 지키자는 목소리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번 통합 논의에서 공주시민들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통합 이후 공주시는 무엇을 갖게 되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통합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

최원철 공주시장이 이날 "공주시에는 국립공주대의 존속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이범수 공주시의회 의장 역시 "시민에게 불리한 통합에는 반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대학은 지역을 떠나 존재할 수 있지만 지역과 대학의 관계까지 쉽게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통합은 대학 내부의 찬반투표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임경호 총장이 말한 '속도보다 신뢰'가 진짜 원칙이라면 이제부터라도 그 원칙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찬반투표가 끝난 뒤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이미 결정된 것은 무엇인지, 수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요구하는 내용 가운데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통합안에 명문화해야 한다.

통합을 반대하는 시민까지 설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했다'는 느낌은 줘야 한다.

그것이 신뢰다.

통합의 속도는 일정표가 결정하지만 통합의 성패는 결국 사람들의 신뢰가 결정한다.

지금 공주대에 필요한 것은 통합을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가 아니라, 통합 이후에도 공주대가 공주시민의 대학으로 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다.

임경호 총장이 말한 '신뢰'가 단순한 수사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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