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혔던 프랑스대사관, 예술로 열렸다

강은영 2026. 9. 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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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선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 옆으로 이배의 역동적인 '붓질'이 걸렸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특별 2인전 '이배-장-미셸 오토니엘: 교차된 시선'이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배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약 20점이 대사관 정원과 관저 곳곳을 채웠다.

야외 정원에서는 오토니엘의 금빛 연꽃 조각과 이배의 브론즈 '붓질' 조각이 기존 정원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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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오토니엘의 '교차된 시선'
韓·佛 작가 2인 대표작 전시
숯·유리로 양국의 전통 담아
일반 관람객에 이례적 개방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 내부에 이배 작가의 ‘흰 선(White Lines)’과 ‘붓질-J5(Brushstroke-J5)’가 전시돼 있다. 강은영 기자

나란히 선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 옆으로 이배의 역동적인 ‘붓질’이 걸렸다. 녹음이 우거진 정원에는 장-미셸 오토니엘의 금빛 조각이 연꽃처럼 피어났다. 외교와 보안의 공간이었던 주한프랑스대사관(작은 사진)이 미술관으로 변신한 순간이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특별 2인전 ‘이배-장-미셸 오토니엘: 교차된 시선’이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배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약 20점이 대사관 정원과 관저 곳곳을 채웠다.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안이 엄격한 외교 공간을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두 작가에게 한국과 프랑스는 활동 무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배는 1990년대 파리에 정착해 30년 넘게 프랑스를 기반으로 작업해왔다. 생폴드방스 매그재단과 파리 기메박물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현재 프랑스 남서부 보리외앙루에르그 수도원에서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오토니엘은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며 국내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고, 현재 부산 F1963에서도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로의 나라에서 받은 영감도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한다. 이배는 파리에서 구한 값싼 바비큐용 숯을 작업의 재료로 삼아 독창적인 검은 화면을 구축했다. 오토니엘은 한국에서 만난 연꽃에 매료돼 ‘블랙 로터스(Black Lotus)’ 연작을 탄생시켰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해온 두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지점은 ‘불’이다. 이배는 나무를 태운 숯을, 오토니엘은 모래의 주성분을 고온에서 녹여 만든 유리를 작업의 주요 재료로 삼는다.

전시 장소인 주한프랑스대사관은 그 자체로도 작품이다.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에게 사사한 한국 근대건축의 거장 김중업이 설계했다. 버선코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은 지붕과 정원, 건물의 구조적 특징을 작품 설치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이배의 작품 한 점은 건물 옥상 펜스 바깥쪽이라는 파격적인 위치에 자리 잡았다. 보안상 우려가 있었지만, 건축과 작품을 하나의 풍경으로 보아야 한다는 작가의 판단에 따라 설치됐다. 야외 정원에서는 오토니엘의 금빛 연꽃 조각과 이배의 브론즈 ‘붓질’ 조각이 기존 정원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또한 목걸이 형태의 ‘Gold Necklace’는 근무동 유리 벽면에 반사되는 효과를 고려해 작가가 직접 위치를 정했다.

요한 르 탈렉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교류협력 담당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한국과 프랑스 작가 한 명씩을 선정해 2인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문객은 대사관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지되는 일정에 맞춰 사전 신청해야 한다. 전시는 내년 1월 8일까지 열린다.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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