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쌓이는 지방서도 … 수도권 뺨치는 '전세 쟁탈전'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6. 9. 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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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신축 아파트 전세를 잡기 위한 밤샘 대기 행렬이 벌어졌다.

올해 들어 대구에서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이영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시회장은 "주거 선호도가 낮은 외곽 지역은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는데 반대로 수성구 등 핵심 입지는 전세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구에서 학군지 대단지로 유명한 수성구 캐슬골드파크는 전체 4256가구 중 30평형 전세 물건이 4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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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의 역설
대구 '전세 임대 분양' 오픈런
텐트·캠핑의자서 40시간 대기
지방도시 외곽은 미분양 심각
중심지역 전세는 부르는 게 값
다주택자 규제에 전세물량 뚝
올해 들어 대구서만 45% 급감
지난 7일 대구 달서구 '상인푸르지오 센터파크' 분양사무소 앞에서 선착순 전세 계약 접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우산, 텐트, 캠핑용 의자 등으로 자리를 맡은 채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뉴스1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신축 아파트 전세를 잡기 위한 밤샘 대기 행렬이 벌어졌다. 빈집은 쌓여 있는데 정작 들어갈 전셋집은 없는 현상이 지방에서 확산 중이다.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주거 선호도가 높은 핵심 입지에선 집주인들이 정책 불확실성에 임대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날 선착순 전세 계약에 들어간 대구 달서구 '상인푸르지오 센터파크' 분양사무소 앞에는 접수 이틀 전인 지난 6일 오후부터 대기 줄이 생겼다.

텐트와 파라솔, 캠핑 의자로 자리를 맡은 줄은 200m를 넘었고 선두 대기자가 기다린 시간은 최대 43시간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단지는 지난 6월 1차 전세 분양 때도 하루 전부터 '오픈런'이 벌어진 끝에 계약이 마감된 바 있다.

990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준공 후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CR)리츠가 사들인 물량이다. CR리츠는 투자자 자금을 모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뒤 임대로 운영하다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하는 부동산 금융 상품이다. 전용면적 84㎡ 전세금이 2억2200만~2억6000만원으로 주변 시세(3억원 안팎)보다 4000만~1억원가량 낮은 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까지 지원돼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 미분양 쌓이고, 전세 마르고

다만 업계에서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 들어 대구에서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전세 물건은 연초 3947건에서 지난 7일 기준 2165건으로 45.2% 급감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대구의 전세수급지수는 165.4로 1월 대비 24.7포인트 뛰었다.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전세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지만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4278가구로 지난해 말(5962가구) 대비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은 3010가구에서 3481가구로 늘어났다. 대구는 전국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중개업계에선 대구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악성 미분양이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임대인들의 공급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영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시회장은 "주거 선호도가 낮은 외곽 지역은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는데 반대로 수성구 등 핵심 입지는 전세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 정책 기조가 비거주 주택이나 다주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방향인데 그마저도 수정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며 "또 어떤 정책이 나올지 모르니 일단 지켜보자는 집주인들이 많아져 전세 공급이 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구에서 학군지 대단지로 유명한 수성구 캐슬골드파크는 전체 4256가구 중 30평형 전세 물건이 4건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일부는 내년에나 입주할 수 있다. 이 단지 물건을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이 워낙 없는 데다 대기자도 많아서 30평대는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추석 이후 신학기 수요가 붙기 시작하면 전세 찾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울산·전북에도 번진 전세 한파

다른 지역에서도 대구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말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9152가구로 이 중 85%(2만4708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그런데 아실 집계 기준 연초 대비 아파트 전세 물건은 대구(-45.2%)뿐 아니라 경북(-39.7%), 경남(-35.2%), 경기(-31.0%), 충북(-29.8%) 등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는 서울(-12.6%)보다도 감소 속도가 가파르다.

KB부동산의 전국 전세수급지수 역시 지난 1월 162.15에서 8월 174.51로 오름세다. 울산이 188.18로 서울(179.22)을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전북(177.74), 경남(176.52), 충북(175.74) 등 지방 곳곳이 전세대란 수준으로 평가되는 170선을 웃돌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후 지방에서도 입주 물량이 급감해 주요 광역시에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며 "당분간 매매가격보다 전셋값이 더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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