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다' 소리없는 SOS, 데이터엔 다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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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깊은 사람일수록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하면 오라'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사회가 먼저 찾아가야 합니다."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병원에서 최근 만난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 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자살을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자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을 개인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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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우 교수
우울증에 도움 요청 힘들어
단전·단수나 질병 기록통해
고위험군 사전에 포착 가능
추적·치료하는 제도 구축을
英 정신건강·경제지원 결합
빚독촉 최장 60일 중지하며
상담 병행하고 재기도 도와

"절망이 깊은 사람일수록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하면 오라'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사회가 먼저 찾아가야 합니다."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병원에서 최근 만난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 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자살을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살 예방 현장의 경험과 정책 제언을 담은 신간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을 펴냈다.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는 다시 악화한 국내 자살 통계였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자살 사망자는 1만4872명,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9.1명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백 회장은 "2011년 자살예방법 제정 이후 하락하던 자살률은 2017년 24.3명까지 낮아졌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2024년 수치는 단순한 사회문제를 넘어 공중보건 위기로 봐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2026년 상반기 자살 사망자(잠정치)는 63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9명, 11.8%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자살 사망자를 전년보다 1000명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백 회장은 "목표를 달성할 경우 '자살도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면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의 감소세를 일시적 현상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자살 예방에도 '3T 전략'
백 회장은 자살 예방에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3T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고(Test), 추적한 뒤(Trace), 치료로 연결했던(Treatment) 것처럼 자살 고위험군도 조기에 찾아 치료와 복지 지원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월세 체납, 실직, 갑작스러운 질병 등은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가 이미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데이터에 나타나는 만큼 당사자의 신청을 기다리기보다 위험 신호를 포착해 먼저 개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백 회장은 "현재 의료·복지 제도는 대부분 당사자가 직접 찾아와 신청해야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오는 사람만 보는 시스템으로는 가장 위험한 사람에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변 사람의 위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생명 지킴이 교육을 확대하고 전문 인력이 현장으로 찾아가 치료와 경제·복지 지원을 함께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빚 독촉 멈추고 '숨 돌릴 시간' 줘야
정신건강과 경제 지원을 결합한 사례로는 영국의 '브리딩 스페이스(Breathing Space)' 제도를 들었다. 영국은 채무 위기에 놓인 사람이 상담을 받고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최대 60일 동안 채권자의 연락과 추심, 이자 부과 등으로부터 보호한다. 특히 정신건강 위기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치료 기간과 치료 종료 후 30일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백 회장은 "빚 독촉이 계속되면 위기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정리할 여유조차 갖기 어렵다"며 "독촉을 멈추고 숨을 돌릴 시간을 주면 치료받고 다시 일해 빚을 갚을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 진료실 안 노력만으론 한계
그가 자살 예방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과거 환자를 잃은 경험이 있다. 백 회장은 "정신과 의사에게 환자의 자살은 가장 괴로운 일"이라며 "전공의 때부터 2년에 한 명꼴로 환자를 잃으면서 진료실 안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치료를 통해 상태가 좋아져도 직장과 사회로 돌아가 편견과 차별, 경제적 어려움에 다시 부딪히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 그는 자살 시도자에 대한 응급 정신건강 평가부터 지속적인 사례 관리, 직장 복귀 지원까지 하나의 체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자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을 개인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사진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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