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안전부 제작한 대만 관련 첩보드라마 방영…시청률 1위

중국 국가안전부가 제작한 중국과 대만을 배경으로 한 첩보 드라마가 중국중앙TV(CCTV)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8일 소후엔터테인먼트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CCTV에서 방영된 첩보드라마 <자오펑(交鋒)> 1화는 2.338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자오펑은 ‘맞붙다’, ‘충돌하다’는 의미다. 안보 당국 요원들이 군 기밀 유출을 수사하면서 20년 전 대만에서 파견된 스파이를 찾는다는 것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총 40부작이며 7일까지 4화가 방영됐다.
1화는 특히 1994년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의 방미 추진을 다루며 화제가 됐다. 국민당 소속인 리 전 총통은 대만의 민주화 이행을 추진했으며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이슈를 만든 인물이다. 드라마에서 리 전 총통은 방미를 추진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중국 본토의 미사일 프로그램” 등의 대사를 한다. 리 전 총통이 “민족 갈등과 분리주의 정서를 부추긴다”고 언급도 나온다.
리 전 총통은 1995년 6월 현직 대만 총통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클린턴 당시 미국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리 전 총통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으려 했으나, 의회 압력으로 방미가 성사됐다. 이는 군사 긴장을 불렀다. 중국은 1996년 3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대만해협 주변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 등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은 대만해협에 핵항공모함을 파견했다.
중국은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 앞에서 물러섰지만, 이른바 ‘3차 대만해협 위기’는 해군력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군사력 강화에 나선 계기로 평가된다. 리 전 총통은 재선에 성공했다.
베이징일보는 드라마가 류롄쿤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었다. 인민해방군 총군수부 병기국 국장이었던 류롄쿤은 1992년 대만 당국에 포섭돼 비밀 첩보 활동을 수행하다가 발각돼 1999년 사형당했다.
중국에서는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배신자라는 사실이 예고돼 시청자들에게 궁금증과 긴장감을 선사했다고 평가받는다. 드라마 메시지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반응도 대만과 중국 양쪽에서 나왔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중국 첩보물은 국공내전이나 항일전쟁 시기를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현대 양안 관계를 소재로 다룬 점이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연합조보는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드라마가 대만 시청자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중국 본토 대중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앞서 청나라의 대만 정벌을 다룬 대작 사극 영화 <펑후해전>이 제작됐으나 개봉이 연기됐다. 공산당을 청나라에 비유해 비판하는 풍조가 개봉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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