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美 리튬 싹쓸이…‘中 제재’ 빈틈 파고든다
‘중국 밀어내기’ 빈자리 선점…북미 대규모 선제 투자 ‘전화위복’
5대 생산거점에 소재 공급망도 확보…IRA 수혜·공급 안정성↑
![서울 여의도 소재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사진=LG에너지솔루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552795-r1dG8V7/20260908164516070eyzm.jpg)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의 반중국 제재가 강화된 틈을 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체제를 완성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온전히 받기 위해 소재 공급망까지 선제 확보하는 모습이다.
8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총 7개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2곳은 전기차 배터리 전용, 5곳은 전기차 배터리와 ESS를 동시에 생산하는 복합 제조 거점이다. 특히 지난달 18일 북미 지역 7번째 생산거점인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현지 ESS 시장 공략을 위한 '5대 생산 거점' 체제를 완성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확대, 재생에너지 보급 등으로 ESS 시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삼성SDI와 SK온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북미 지역에 투자했다. 하나를 설립하는 데 약 4~5조원을 들였지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으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지 못했고, 이는 막대한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전기차용 생산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리밸런싱 전략이 효과를 보이면서 전화위복이 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ESS 시장이 전기차 배터리의 빈자리를 메울 정도로 크게 성장하면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K-배터리, 위기인가 전환기인가: ESS를 중심으로 본 새로운 성장축의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55GWh에서 연평균 16% 성장해 2035년 320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생산시설 평균 가동률도 반등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외 평균 가동률은 52.8%로 전년 대비 5.2%p 증가했다. 2022년 73.6%, 2023년 69.3%, 2024년 57.8%, 2025년 47.6%로 4년 연속 이어진 가동률 하락세를 끊어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 예정된 설비투자를 마쳤다"며 "공장 초기 램프업을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가동률과 수율 상승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도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ESS용 LFP 배터리는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정부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을 도입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ESS 투자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을 포함한 '금지외국기관(PFE)'의 배터리 부품·소재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밀어내기'를 가속하면서 미국 현지에 대규모 LFP 양산 체제를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국가 전력망 보호를 위해 일부 외국산 전력 장비의 유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변압기나 인버터·ESS·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전력기기와 핵심부품, 소프트웨어나 유지보수 서비스 기능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특히 전력망에서 특정 외국산 제품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기존 설치 장비의 교체나 철거를 요구할 수도 있어 한층 엄격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밀어낸 자리를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먼저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5개 생산거점의 ESS용 LFP 생산능력을 50GWh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약점으로 꼽혔던 탈중국 공급망도 보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 미국 스맥오버 리튬과 탄산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9년부터 10년간 총 8만t 규모의 탄산리튬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500km 주행거리 전기차 약 18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에도 호주·칠레 리튬 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원재료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번 계약이 특별한 점은 스맥오버 리튬이 직접리튬추출(DLE) 기술로 리튬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생산하는 탄산리튬의 품질도 높다. 북미 ESS 시장 확대에 앞서 핵심 원료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 원료를 사용하며 IRA 요건을 충족하고 물류비와 공급망 리스크도 낮출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의 질적 측면뿐 아니라 현지에서 완결형 생산 구조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 생산과 원재료 조달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해 나갈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의 모빌리티 산업과 에너지 인프라의 미래를 뒷받침할 최첨단 배터리 제조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 배터리 생태계를 강화하고 생산 역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