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으로 새긴 민중의 삶과 신명…오윤 40주기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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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민중의 삶을 힘 있는 선과 형상으로 담아낸 오윤(1946∼1986)이 작고 40주기를 맞아 다시 관람객과 만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 평창동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오윤의 예술 세계를 돌아보는 소장자료 기획전 '오윤'을 열고 있다.
오윤은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가 앞으로 오윤의 예술 세계를 다양한 시각에서 연구하고 해석하는 기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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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서 완성작·원판·습작 등 300여점 선보여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yonhap/20260908154056790uros.jpg)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민중의 삶을 힘 있는 선과 형상으로 담아낸 오윤(1946∼1986)이 작고 40주기를 맞아 다시 관람객과 만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 평창동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오윤의 예술 세계를 돌아보는 소장자료 기획전 '오윤'을 열고 있다.
오윤의 완성 작품 31점과 판화 원판, 습작, 드로잉, 노트 등 자료 300여 점을 함께 전시해 작가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그 배경이 된 생각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작가 오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yonhap/20260908154056998dphe.jpg)
오윤은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로 부산 동래에서 태어나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69년 한국 사회 현실과 미술의 관계를 고민한 젊은 미술인들 모임인 '현실동인'에 참여했다.
1970년대에는 전통 벽돌인 전돌 작업과 목판화를 병행하면서 노동 현장과 도시 변두리 이웃의 삶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옮겼다.
1979년에는 뜻을 함께한 미술평론가·미술가들과 현실참여 성격의 예술 단체 '현실과 발언'에 참여해 미술이 현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작품과 글로 탐구했다.
오윤은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다만 그의 작업은 당대의 정치·사회 현실을 직접 고발하는 데만 머물지 않았다. 노동자와 민중의 삶,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를 응시하는 한편 굿·탈춤·민속 등 전통문화와 불교, 동학·증산 사상 등에서 생명력과 신명을 길어 올렸다.
1980년대 중반에는 민족의 한과 흥을 역동적인 판각과 인물 형상으로 풀어내며 작품 세계의 절정을 이뤘다. 1986년 그림마당 민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같은 해 마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윤 1985년 작 '도깨비' 원판(위)과 판화 작품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yonhap/20260908154057191evut.jpg)
이번 전시는 판화와 원판, 여러 단계의 습작과 드로잉을 나란히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판화 원판에 남은 칼의 흔적과 선·면의 구성, 판각의 방향 등을 직접 확인하며 판화라는 매체에 담긴 작가의 손길과 조형적 선택을 살펴본다.
1985년 작 '도깨비'는 봉산탈춤 팔목중춤의 사설(辭說) 일부를 화면에 새겨 넣고, 춤추고 북을 치며 씨름과 술판을 벌이는 도깨비들을 담은 작품이다. 몸과 머리 주변으로 뻗는 곡선은 춤과 놀이에서 솟는 기운을 화면 전체로 퍼뜨린다.
함께 선보이는 가로 220㎝ 규모의 '도깨비' 고무판화 원판에서는 작품을 찍어내기 전 새긴 대형 판각의 힘과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지하 담시집 '오적'과 박경리 '토지' 제6권 표지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yonhap/20260908154057351fobu.jpg)
문학과 결합한 오윤의 출판미술도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다.
김지하의 담시집(譚詩集) '오적'에는 표지화 '소리꾼'과 내지 판화 여덟 점이,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에는 오윤이 쓴 제목 글씨와 판화 '새벽', '노동의 새벽'이 실렸다. 박경리의 '토지' 제6권에도 1977년 작 '지리산'이 표지화로 사용됐다.
오윤의 판화는 문학과 출판을 통해 당대 현실과 민중의 삶을 독자에게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yonhap/20260908154057550xxcu.jpg)
전시 기간 다양한 관점에서 오윤을 살피는 여섯 차례 강연이 열린다. 신진 연구자 6명을 선정해 미공개 실물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연구도 지원한다.
어린이·가족 프로그램 '개도치 판화공방'을 운영하고, 전시장에선 디지털 열람으로 드로잉과 노트도 살펴볼 수 있다. 노트와 메모 전사 자료집도 발간할 예정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가 앞으로 오윤의 예술 세계를 다양한 시각에서 연구하고 해석하는 기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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