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장기전세 연장불가" 일축.. 만기 앞두고 갈등 고조
오세훈 “예외 없다”…신규 무주택자 기회 보장 강조
73.9%가 만기 퇴거 찬성…시민 여론도 서울시 힘 실어
주거 안정과 형평성 충돌…퇴거 이후 대책 마련이 관건

입주민 일부가 계약 만료 이후에도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연장이나 예외를 요구하고 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제도 원칙을 지키겠다며 퇴거 방침을 재확인했다. 장기간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한다는 취지와 더 많은 무주택 시민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시장은 8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등을 만나 20년 만기 도래를 앞둔 주택의 거주 연장 요구에 대해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로, 서울시는 내년부터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20년 만기를 맞는 입주자가 발생하는 만큼 퇴거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일부 입주민이 만기 이후에도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거주기간 연장 요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20년이라는 계약기간을 전제로 입주한 만큼 만기 이후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는 장기전세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무주택 서울 시민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입주자에게 추가 거주 기회를 제공하면 새로운 대기자들의 입주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최근 실시한 시민 인식조사도 서울시의 방침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9%가 20년 만기 거주자의 퇴거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전세주택을 특정 가구의 장기 거주 공간으로 보기보다는 주거 불안을 겪는 시민에게 순차적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자산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상당한 셈이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이 무주택 가구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자산 형성을 돕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정 기간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받은 뒤 주택을 마련하거나 민간 전세 등으로 이동하고, 비워진 물량을 새로운 무주택 가구가 공급받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계약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는 이달 기준 1만5529가구다.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입주자가 스스로 퇴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를 장기전세주택이 주거 안정을 거쳐 자립으로 이동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만기 퇴거를 둘러싼 갈등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장기간 한 주거지에 정착한 가구 입장에서는 20년이라는 시간이 가족의 생애주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장과 교육, 직장과 생활권 형성 등이 모두 거주지와 연결된 만큼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이주해야 하는 데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전월세 가격을 감안하면 퇴거 이후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특정 입주민의 거주기간을 연장하면 공공주택의 순환이라는 정책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기전세주택의 공급 물량은 한정돼 있고 신규 입주를 기다리는 무주택 가구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형평성을 고려하면 계약기간을 명확히 지키는 것이 오히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20년이라는 약속을 지키느냐, 장기 거주자의 현실적인 주거 사정을 얼마나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가 퇴거 원칙을 유지한다면 만기 가구가 시장에 갑작스럽게 내몰리지 않도록 대체 주택 정보와 금융 지원, 공공임대 연계 등을 촘촘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전세주택을 주거 사다리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사다리를 내려가는 마지막 단계까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