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다음 무대는 현실 세계”…‘10억 대 기계’에 지능 심는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최중혁의 월가를 흔드는 기업들-창업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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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화면 밖으로 나오고 있다.
피지컬 AI를 가장 간단히 설명하면 AI를 현실 세계의 물리적 기계에 넣는 것이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전형적인 피지컬 AI 회사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엔비디아의 쿠다처럼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공통 기반을 목표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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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 인튜이션 공동창업자 겸 CEO 카사르 유니스 인터뷰
인공지능(AI)이 화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년간 AI의 주인공은 챗봇이었다. 사람들은 AI가 글을 쓰고 코드를 짜며 질문에 답하는 모습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대부분은 여전히 물리적 세계에서 돌아간다.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트럭이 화물을 나르며, 굴착기가 땅을 파고, 트랙터가 밭을 간다. 이들 기계에 지능을 넣는 것, 업계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부르는 영역이 AI의 다음 격전지로 떠올랐다.
피지컬 AI라고 하면 흔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떠올린다. 그러나 가장 먼저 대규모로 지능이 탑재되는 기계는 바퀴 달린 것들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1억 대에 가까운 신차가 생산되고, 수천만 대의 트럭과 건설·광산 장비, 농기계가 현장에서 움직인다. 이들 기계의 상당수는 이미 한 실리콘밸리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경쟁의 규칙도 다르다. 챗봇이 틀린 답을 내놓으면 다시 물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나 수백 t짜리 광산 트럭이 잘못 판단하면 되돌릴 수 없다.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만큼이나 그 지능을 서로 다른 기계에 탑재하고 주변 시스템과 통합해, 수없이 검증하고 안전하게 작동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 인튜이션(Applied Intuition)은 바로 이 문제를 파고드는 회사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실제 도로에 내보내기 전 가상 환경에서 시험하는 시뮬레이션 도구로 출발했다. 지금은 개발 도구와 인프라, 차량 운영체제(Vehicle OS), 자율주행 소프트웨어(autonomy stack) 등 세 축을 아우르며 스스로를 ‘피지컬 AI 기업’으로 정의한다. 세계 20대 완성차 업체 가운데 18곳이 고객이며, 미군과 동맹국의 주요 프로그램에도 기술을 공급한다. 사업 영역은 승용차와 트럭을 넘어 방산과 건설, 광산, 농업까지 뻗어 있다. 회사는 목표를 ‘10억 대의 기계를 지능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엔지니어에서 YC 2인자, 그리고 창업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카사르 유니스(Qasar Younis)의 이력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보기 드물다. 1982년 파키스탄 펀자브의 농가에서 태어나 1988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부모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생산직 노동자였다. 그는 제너럴모터스(GM)가 세운 공과대학인 케터링대(옛 제너럴모터스인스티튜트·GMI)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GM 엔진 공장에서 일했다. 졸업 후에는 GM과 보쉬에서 자동차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보쉬 재직 당시에는 일본에서 근무하며 현대자동차 싼타페의 에어백 개발을 맡기도 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실리콘밸리로 옮긴 그는 2011년 소상공인용 메시징 스타트업 토크빈(TalkBin)을 창업했다.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에 들어간 지 몇 달 만에 회사를 구글에 매각했고, 이후 구글에서 지도 서비스와 연계된 기업용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 이후 YC로 돌아가 파트너를 거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샘 올트먼 당시 YC 사장 아래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2017년 YC를 떠나 구글 지도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개발을 이끌던 구글 엔지니어 피터 루드윅(Peter Ludwig)과 함께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을 세웠다. 디트로이트에서 나고 자란 루드윅은 3대째 자동차 엔지니어 집안 출신이다.

자율주행의 겨울에 오히려 뛴 몸값
자본시장의 평가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2024년 3월 시리즈E 투자에서 6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어 2025년 6월 블랙록과 클라이너퍼킨스가 공동 주도한 시리즈F 투자와 구주 매각(텐더 오퍼)을 통해 6억 달러를 조달하며 150억 달러(약 20조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1년 남짓한 사이 몸값이 배 이상 뛴 것이다. 시리즈E에는 포르셰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고, 시리즈F에는 카타르투자청(QIA)과 프랭클린템플턴 등이 새로 합류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12억 달러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회사의 2025년 매출이 전년의 두 배인 약 8억 달러, 매출총이익률은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회사 측은 창업 이래 줄곧 흑자를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초기 투자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마크 앤드리슨은 유니스를 ‘아무도 모르는 최고의 AI CEO’라고 불렀고, 포브스는 올해 그를 억만장자 명단에 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성장이 자율주행 산업의 ‘겨울’을 통과하며 이뤄졌다는 점이다. 2022∼2023년 자율주행 업계는 큰 조정을 겪었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투자한 아르고AI가 문을 닫았고, GM 크루즈는 사고 이후 로보택시 사업에서 손을 뗐다. 기업공개 당시 52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트럭 자율주행 기업 엠바크는 2023년 7100만 달러에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에 인수됐다. 경쟁자들이 쓰러지는 동안 이 회사는 고객과 사업 영역을 넓혔다.
최근 1년간의 행보는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5년 2월 방산 자율화 소프트웨어 기업 에피사이(EpiSci)를 인수했고, 6월에는 오픈AI와 차량 내 AI 경험을 개발하기 위한 협력을 발표했다. 8월에는 승용차용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개하며 테슬라, 웨이모, 화웨이와 경쟁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들어서는 확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3월 폭스바겐그룹 산하 상용차 기업 트라톤(스카니아·만·인터내셔널·폭스바겐트럭앤버스)과 함께 차량 운영체제 ‘트라톤 원 OS’를 발표했다. 같은 달 일본 이스즈와 함께 2세대 자율주행 트럭을 450km 길이의 상업 물류 노선에 투입했다.
한국과의 접점도 늘고 있다. 올해 1월 CES 2026에서 LG이노텍과 협력을 발표한 데 이어, 3월에는 LG이노텍의 카메라·라이다·레이더 센서를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결합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회사의 성장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무엇을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순서로 만들었느냐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처음부터 완전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각자 개발하기에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시뮬레이션과 개발 도구부터 파고들었다. 이를 통해 신뢰를 쌓은 뒤에야 차량 운영체제와 자율주행 AI로 영역을 넓혔다.
필자는 올해 6월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있는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본사에서 유니스 CEO를 만났다. 시뮬레이션 회사가 어떻게 피지컬 AI 회사로 거듭났는지, 자율주행 산업의 겨울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보수적인 완성차 업체의 신뢰를 어떻게 얻었는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들었다. 유니스는 자동차 엔지니어 출신답게 답변할 때마다 자동차 산업의 비유를 들었다. 반도체와 인터넷, 메신저까지 끌어들여 피지컬 AI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도 설명했다.

“10년이 걸린다면, 그동안 무엇을 만들까”
―자동차 엔지니어로 출발해 구글에 회사를 매각하고 YC의 COO를 지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평생의 일로 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
“자율주행만 놓고 한순간을 꼽기는 어렵다. 더 넓게 이야기하면 나는 16∼17세쯤 제너럴모터스인스티튜트에 진학하면서 이미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지금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이 산업과 함께한 셈이다. 자율주행을 현실적인 기술로 처음 접한 곳은 구글이었다. 당시 구글은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을 처음 접한 순간’과 ‘우리가 직접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순간’은 다르다.
회사를 시작할 무렵 우리는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넣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가’였다. 완성차 업체는 대체로 작은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구매 절차도 복잡하고 자동차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이다. 작은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실제 차량에 들어가기까지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다. ‘좋다. 10년이 걸린다고 하자. 그렇다면 고객의 신뢰를 쌓는 동안 어떤 다른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구글에서도 자율주행을 접했고, YC에서는 이 분야를 더욱 폭넓게 들여다봤다. 데이터 라벨링을 하던 스케일AI, 로보택시를 개발한 크루즈, 자율주행 셔틀을 개발한 메이모빌리티, 트럭 자율주행을 하던 엠바크 같은 회사들이 있었다. 우리가 직접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들기 훨씬 전부터 여러 각도에서 이 시장을 지켜봤던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을 자율주행차 시뮬레이션·테스트 회사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움직이는 기계를 위한 피지컬 AI 인프라’를 만든다고 말한다. 피지컬 AI란 무엇이며,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AI와 어떻게 다른가.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지금 어떤 회사인가.
“모든 회사는 계속 변한다. 1994년의 엔비디아와 오늘날의 엔비디아를 생각해 보라. 엔비디아는 더 이상 비디오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30년 전에 하던 일이 무의미해진 것도 아니다. 그 사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엔비디아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도 비슷하다. 시뮬레이션과 개발 도구(tooling)는 여전히 핵심 사업이다. 우리는 회사 초기부터 ‘지능’과 그것을 만드는 ‘도구’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모델이나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기능(function)에 집중하지만, 이를 만들고 검증하는 도구도 그만큼 중요하다.
피지컬 AI를 가장 간단히 설명하면 AI를 현실 세계의 물리적 기계에 넣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떠올리는 AI는 텍스트 기반 언어모델, 즉 챗봇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계 안의 지능(intelligence in machines)’이 훨씬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피지컬 AI라고 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제조용 로봇을 떠올린다. 그것들도 피지컬 AI에 속하지만, 피지컬 AI는 훨씬 넓은 개념이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전형적인 피지컬 AI 회사다.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 시스템을 학습시켜야 한다. 우리는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학습시킨다. 둘째, 시스템을 테스트해야 한다. 테스트는 시뮬레이션과 현실 세계 모두에서 이뤄진다. 셋째, 시스템을 현실 세계에 배포해야 한다. 우리는 학습과 테스트, 배포의 세 단계를 모두 수행한다.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를 도구 회사로 보는 것은 도구가 여전히 사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많은 피지컬 AI 회사가 실제로 우리 도구를 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현실 세계를 위한 지능 회사다. 20년 뒤를 상상해 보면 우리는 지금의 엔비디아처럼 ‘현실 세계의 지능 회사’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30년 전부터 이어온 도구 사업을 여전히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배포다”
―현재 AI의 병목은 모델의 지능 자체보다 이를 제한된 하드웨어에 배포하는 데 있다고 말해 왔다. 왜 그렇게 보나.
“나는 이것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먼저 대규모 언어모델 이야기부터 해보자. 오픈AI와 앤스로픽, 구글이 오늘 당장 모델 개선을 멈춘다고 해도 현재의 모델에서 여전히 엄청난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 오늘날 언어모델의 진짜 문제는 이런 것이다. 모델이 내 화면을 볼 수 있는가. 슬랙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 내 은행 계좌를 안전하게 다루면서 나를 대신해 거래할 수 있는가. 이는 모두 인프라와 안전장치(guardrail)의 문제다.
다행히 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테스트 회사였고, 안전이 생명인(safety critical) 피지컬 AI 시스템을 테스트해 왔다. 피지컬 AI의 병목도 언어모델과 비슷하다. 이들 모델을 어떻게 안전하게 수많은 기계에 배포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는 이미 AI와 운영체제를 50개가 넘는 플랫폼에 배포했다. 실제 기계에 이 기술을 탑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간단한 방법도 없다. 이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뚝딱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려운 일은 대개 기업의 진입장벽(moat)이 된다. 쉬운 것은 다른 사람이 쉽게 복제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통합(integration)과 배포(deployment)가 핵심 제약이 될 것으로 본다.”
● 바이브 코딩(vibe coding): AI에 말로 지시해 코드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개발 방식. 2025년 이후 유행한 표현이다. 유니스는 안전이 중요한 기계용 소프트웨어는 이런 방식으로 만들 수 없다는 뜻으로 썼다.
유니스가 배포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생성형 AI는 같은 모델을 데이터센터의 서버에서 구동하면 되지만, 피지컬 AI는 자동차와 트럭, 드론, 건설기계마다 프로세서와 센서, 통신 방식, 제어 시스템이 모두 다르다. 차량은 인터넷 연결이 끊겨도 스스로 작동해야 하며, 수십 밀리초의 지연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벤치마크 점수가 높은 모델이 곧바로 제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자율주행은 인터넷에 연결되기 전의 컴퓨터”
―피지컬 AI가 갑자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자율주행의 영향이 대부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왜 지금인가. 10년 뒤와 비교하면 자율주행은 지금 어디쯤 와 있나.
“미시간주 로체스터힐스 시내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미시간대가 있는 앤아버 사람들과 자율주행에 대한 이해가 다를 것이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의 머피 거리에 서 있는 사람들과도 다르다. 디트로이트가 그토록 자동차 중심의 문화를 지닌 곳인데도 자율주행에 대한 이해는 크게 다르다. 테네시나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마을로 가면 차이는 훨씬 더 커진다. 기술은 결국 모두에게 도달하지만 고르게 도달하지는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자율주행에 대한 이해가 퍼지는 과정도 바이러스나 감기가 옮는 것과 비슷하다. 한 사람에게서 다음 사람으로 전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이해의 진원지는 우리가 있는 바로 이곳, 사우스베이와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다. 두 가지 이유에서 가장 앞서 있다. 첫째, 주요 회사가 거의 모두 이곳에 있다. 테슬라와 웨이모가 여기서 10분 거리다. 둘째, 엔비디아나 데이터브릭스, 앤스로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율주행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이 기술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이미 현실이 됐다는 것을 알고 있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로스앤젤레스나 미시간의 로체스터힐스 같은 다른 도시로 가면 일반적인 시각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은 이미 존재하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와 있다. 서울과 도쿄, 싱가포르 사람들도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율주행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를 포함해 이미 답을 찾은 회사들이 이를 배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답을 찾았다’는 표현은 조심스럽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는 답을 찾았나. 대부분 잘 작동하지만 아이폰의 iOS는 여전히 업데이트된다. AI 시스템을 비롯해 모든 소프트웨어는 살아 있는 시스템이다. 의자를 하나 만들어 방에 두고 50년 뒤에 돌아와도 의자는 그대로 있고 여전히 쓸 수 있다. 삐걱거리고 먼지가 쌓였을지는 몰라도 제 기능을 한다.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않다. 50년 동안 방치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AI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계속 개선해야 한다.
10년 뒤에는 지구상의 모든 주요 도시에 로보택시 서비스가 생기고,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를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이야기는 자동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쟁터와 광산, 농장, 항만, 공항에도 자율주행이 들어갈 것이다. 예전에는 소프트웨어가 사무실 책상 위 컴퓨터에만 있었다. 전화기에는 소프트웨어가 없었고 인터넷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자율주행은 지금 그 단계다. 인터넷에 연결되기 전의 컴퓨터와 같다. 아직 초기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과 이스즈는 2025년부터 안전 요원이 탑승한 자율주행 트럭을 신토메이 고속도로를 비롯한 일본 공공도로에서 운행해 왔다. 올해 봄부터는 도치기현과 아이치현을 잇는 450km 길이의 상업 물류 노선에 2세대 자율주행 트럭을 매일 투입해 실제 화물을 나르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트럭 운전사가 3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2024년 문제’를 안고 있다. 이스즈는 2028회계연도까지 레벨4 자율주행 트럭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레벨4 자율주행: 정해진 조건(운행설계영역·ODD) 안에서는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 운전자가 상시 대기해야 하는 레벨2·3와 달리 운전석을 비울 수 있다.
겨울에는 ‘수평 기업’이 강하다
―자율주행 산업은 큰 조정을 겪었다. 유명한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다가 문을 닫거나 인수됐다. 그런데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그 기간에 오히려 기업가치가 높아졌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기술 공급자이며, 수직(vertical) 기업이 아니라 수평(horizontal) 기업이다. 자율주행 회사의 상당수는 수직 기업이다. 어떤 산업이든 가격 압박이 커지면 수평 기업이 강해진다. 비용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돈이 떨어지거나 투자받기 어려워지고, 연구하던 제품이 실제 양산 단계로 넘어가면 기업들은 가격을 따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모든 기술을 직접 만드는 대신 일부를 외부에서 사게 된다.
간단한 질문을 하나 해보자. 왜 모든 회사가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 않을까. 반도체를 만드는 방법이 비밀이어서가 아니다. 전 세계에는 칩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수백, 수천 개나 있다. 자율주행은 그렇지 않다. 자율주행 기술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만드는 회사가 적을 만큼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평 기업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의 난도가 아니라 결국 ‘달러와 센트’, 즉 경제성이다. 산업이 양산 단계로 넘어가 가격 압박을 받을수록 연구보다 응용 분야에 있는 수평 기업이 유리해진다. 우리의 성장은 그 흐름의 결과였다.
또 하나가 있다. 힘든 시기에는 어떤 회사가 규율(discipline)을 갖추고 있는지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규율 있는 회사는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쓴다. 우리는 규율 있는 회사이고, 자원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쉽게 말해 한 자동차 회사가 자율주행 개발 도구와 시뮬레이션 시스템, AI 모델을 모두 자체 개발하려면 막대한 고정비가 든다. 반면 같은 기반 기술을 여러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는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개발 비용을 여러 고객에게 분산할 수 있다. 자율주행 산업이 연구에서 양산으로 넘어갈수록 이러한 경제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는 이 산업의 이방인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의사결정이 느리기로 유명하다. 이 산업을 상대하면서 어떻게 스타트업의 속도를 유지했나.
“쉽지 않다. 공급업체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빠르게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를 하나 꼽으라면 결국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구매자가 시장에서 가장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명확히 확인하면 구매 의향도 커지고 의사결정도 빨라진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속한 분야, 즉 개발 도구와 운영체제, 차량 실내(캐빈) 지능을 포함한 자율주행 영역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소비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자율주행과 차량 내부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AI 차량 플랫폼도 중요하다. 바로 우리가 판매하는 것들이다. 이른바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이다. 우리는 시장과의 적합성이 매우 높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상당수가 이미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에 의존하고 있다. 기존 대형 부품사부터 새로운 AI 스타트업까지 모두와 경쟁하면서도 그렇다. 보수적인 고객의 신뢰를 어떻게 얻었으며, 궁극적으로 무엇이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을 다르게 만드나.
“역시 아주 좋은 제품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이 시장을 잘 이해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자동차 회사 임원들은 우리를 만나도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AI 스타트업을 만났는데 그들에게 ‘르노라는 회사를 아느냐’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내가 르노를 모른다면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자동차 회사들의 역사를 알고 이 산업에 관한 책도 읽는다. 우리가 신뢰를 얻은 것은 이 업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산업의 이방인(foreigner)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나온 사람들(native)이다. 이것이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경영진이 자동차 업계 출신인 것과 창업자가 자동차 업계 출신인 것은 다르다. 많은 회사가 경험 있는 사람을 채용하지만, 창업자 자신이 그 경험을 지닌 것과는 차이가 있다.”
현실에서 모든 상황을 테스트할 수는 없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실제 도로에 나가기 전 가상으로 검증하는 시뮬레이션에서 출발했다. 시뮬레이션은 왜 중요하며, 실제 주행 데이터와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나.
“나는 하드웨어와 안전 시스템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런 배경을 지니면 물리적 테스트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후 구글에서 소프트웨어를 경험하면서 소프트웨어로 얼마나 많은 테스트를 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우리가 자동차 산업에 보여준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프트웨어 테스트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시험하고 여러 시스템 간의 통합도 테스트할 수 있다. 사실 자동차 업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소프트웨어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분명히 말하면 자율주행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물론 하드웨어 부품도 들어가지만 그 자체가 하드웨어 시스템인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현실 세계에서의 테스트는 여전히 필요하다. 실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도 모두 필요하다. 우리는 합성 데이터도 제공한다. AI가 발전할수록 합성 데이터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언어모델도 이미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거의 다 학습했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합성 데이터가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고용해 정답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지능을 10억 대의 기계에 탑재하겠다는 비전을 이루려면 합성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계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실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가 모두 필요하다.”
시뮬레이션의 장점은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센서 하나가 고장 나고, 동시에 보행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상황을 실제 도로에서 수천 번 반복해 테스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상 공간에서는 다양한 기상 조건과 센서 오류, 교통 상황을 조합해 이런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반복해서 검증할 수 있다. 실제 주행거리만 늘려서는 자율주행의 안전을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다.

●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실제 주행에서 수집한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나 AI가 인공적으로 생성한 학습용 데이터. 실제로 겪기 어려운 위험 상황이나 드문 상황을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 자율주행 학습과 검증에 쓰인다.
쿠다(CUDA)와 닮은 점, 다른 점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엔비디아의 쿠다처럼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공통 기반을 목표로 하나.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쿠다는 상당히 다른 사례다. 쿠다의 역할은 개발자와 고객이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는 고객에게 특정 GPU를 쓰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하나의 플랫폼을 여러 산업에서 공통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자동차와 트럭, 방산, 건설, 광산, 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하나의 플랫폼을 쓴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에게는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하드웨어 구성 요소도 필요하다. LG이노텍과의 협력이 좋은 사례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핵심 파트너를 찾아갈 것이다. 좋은 센싱 파트너와 협력하면 전체 플랫폼의 가격을 낮춰 훨씬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과 협력하려 한다. LG이노텍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쿠다(CUDA): 엔비디아가 2006년 내놓은 GPU 프로그래밍 플랫폼. AI 개발자 대부분이 쿠다 위에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때문에 엔비디아 GPU를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잠금 효과’를 낸다.
중국 완성차의 기준은 오직 ‘속도’
―완성차 업체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기술과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같은 공급업체에서 사야 하는 기술의 경계는 어디인가.
“완성차 업체마다 다르다. 중국 생태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이 문제에 가장 영리하게 접근한다. 오직 한 가지 기준, 속도에 따라 모든 것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의 시스템을 쓰는 것이 더 빠르면 그것을 쓰고, 직접 만드는 것이 더 빠르면 자체 개발한다. 이 문제에 대해 교조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반면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잘못된 방식으로 교조적일 수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은 모두 내재화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시간과 돈이 무한하다면 맞는 말이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면 된다. 하지만 시간과 돈이 한정돼 있다면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그 경계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최종 소비자가 무엇을 자체 개발했고 무엇을 공급업체에서 가져왔는지 알지 못한다면 사실 별로 상관이 없다. 다만 완성차 업체 스스로는 그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난 30년간 완성차 업체들은 엄청난 구매자가 됐다. 가스 스프링과 유리창, 고무 등을 공급업체에서 사는 것이 말 그대로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공급업체가 대량 생산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은 그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을 만큼 하위 구성 요소를 잘 알지는 못하게 됐다. 완성차 업체가 기술을 이해하고 있다면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비자는 그것이 자체 기술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소비자는 속도와 가격에 관심을 두고, 공급업체는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만 해도 AI에 수억 달러를 쓴다. 어떤 완성차 업체도 자사 차량만을 위한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그만한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자동차에 특화되고 안전성이 검증된 모델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뛰는 시장이다.”
방산과 이중용도… “왓츠앱에는 200억 달러가 들지 않았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이 자동차와 함께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또 다른 시장은 국방이다. 방산 사업은 2025년 2월 에피사이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크게 확대됐다. 올해 4월에는 미국 최대 군함 제작사인 HII와 차세대 해군 플랫폼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핵심은 ‘워십 OS(Warship OS)’다. 선박 곳곳에 흩어진 데이터와 AI를 하나의 운영체제로 연결해 유인·무인 선박의 자율화를 지원하려는 구상이다.
―상용 자율주행 기술을 국방 분야로 확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사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국방 분야에서 일해 왔다. 최근에는 무인 수상정 등을 통합하는 해군 플랫폼용 AI 운영체제 ‘워십 OS’를 발표했다. 국방 사업을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는 이 임무(mission)를 믿는다. 기업이 국방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은 민간 기업의 기술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국방을 지원할 것인지를 상당 부분 선택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국방을 지원해야 하고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다른 나라의 시민들이 국방에 더 우호적이다.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 가면 시민들이 국방이 왜 중요한지 이해한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시민들에게 국방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기업이 국방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우리는 이중용도(민군 겸용) 회사다. 방산 전용 맞춤형 기술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업용 기술을 방산에 적용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국방 분야에서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방용 종단간 암호화 메시징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든다고 생각해 보라. 200억 달러를 썼을지도 모른다. 놀라운 것은 왓츠앱이 바로 그런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종단간 암호화가 적용돼 국방에서도 쓸 수 있는 채팅 제품이지만, 왓츠앱을 만드는 데 그만한 돈이 들지는 않았다. 여기에 큰 교훈이 있다. 상업 기업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운영 규율을 갖춰야 한다. 많은 사람이 실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다. 이중용도의 장점은 상업 사업의 강점, 즉 규율과 비용 효율성,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서 확보한 안정성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잘 작동한다.”
● 이중용도(dual-use) 기술: 민간과 군사 양쪽에 쓸 수 있는 기술. 트럭에 넣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군용 차량이나 무인 함정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버는 1달러는 고객이 먼저 벌어야 한다”
―이미 서울과 도쿄에 사무소가 있고, 일본에서는 레벨4 자율주행 트럭이 달리고 있다.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을 어떻게 보나.
“아시아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이며,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장일 수도 있다. 일본과 한국은 거대한 산업 국가다. 단지 경제 발전 수준이 높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활발하게 산업 활동을 하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 사무소를 계속 키울 것이다. 이는 사업 성장과 직접 연결돼 있다.
나도 일본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기 때문에 이 지역을 조금 더 잘 이해한다. 물론 한국은 조금 다르지만, 보쉬에 있을 때 나의 첫 고객이 현대자동차였다. 한국 자동차 생태계를 20년 넘게 알아 온 셈이다. 2008년쯤 현대 싼타페의 에어백 개발에 참여했다. 리콜은 한 번도 없었기를 바란다. 그때부터 이 생태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자동차는 정말 인상적인 회사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세계 시장에서 작은 위치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세계 최상위권 자동차 회사가 됐다. 내수시장이 작은 국가의 기업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완성차 생태계에서 현대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고객이 성공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우리가 버는 1달러는 고객이 먼저 벌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현대차 같은 고객이 열심히 노력해 시장에서 이겨야 우리도 성공한다. 그래서 고객이 시장에서 승리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많은 기업의 진짜 경쟁자는 중국 자동차 생태계다. 우리는 중국에서는 사업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경쟁 상대를 공유하는 셈이다. 우리가 잘하고 현대차가 잘하면 같은 생태계가 함께 발전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한국 사무소와 고객 기반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CES 2026에서 LG이노텍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들과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한국의 자동차와 배터리, 로봇, 방산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LG이노텍과의 관계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기계에 지능을 넣는 것이다. 우리는 모델과 개발 도구,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각 산업의 기업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다. 가장 좋은 파트너십은 각 기업이 가장 잘하는 것을 가져와 합침으로써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기업, 더 다양한 사용 사례로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
아직은 초기 단계다. 한국은 고도로 산업화된 경제이지만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의 산업용 기계에는 아직 지능이 충분히 들어가 있지 않다. 우리는 그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울에 사무소가 있고 엔지니어링 인력도 있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 조직을 더 키워 궁극적으로 고객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고객이 성공하면 우리도 성공한다.”
LG이노텍과의 협력은 유니스가 말한 ‘센싱 파트너’ 전략의 첫 사례다. LG이노텍의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센서를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이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운영하는 자율주행 시험 차량에 장착해 실제 도로에서 성능 데이터를 수집한다. 또 센서의 가상 모델을 시뮬레이션 환경에 적용해 완성차 업체가 개발 단계에서 센서와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미리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 LG이노텍은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에서 자체 자율주행 시험 차량도 운영할 계획이다. 부품사가 소프트웨어 회사와 손잡고 ‘통합 솔루션’으로 완성차 업체를 공략하는 구도다.
“인터넷이 그랬듯, AI도 모든 것을 바꾼다”
―모교인 케터링대의 2026년 졸업식 축사를 맡았다. 피지컬 AI와 자율 시스템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경제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그는 인터뷰 직후 모교 졸업식 연설을 앞두고 있었다.)
“졸업식 연설문에도 쓴 이야기다. 졸업생들이 이해했으면 하는 것은 이것이 인류가 처음 겪는 기술의 파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케터링대에 다닐 때 거대한 물결은 인터넷이었다. 당시 ‘앞으로 모든 회사가 인터넷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동네 식당조차 도어대시와 우버 때문에 인터넷의 영향을 받는다. 모든 것이 인터넷의 영향을 받는다. AI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이라면 이 기술을 스스로 배워야 할 책임과 함께, 사회가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이끌 책임도 져야 한다.
인터넷도 매우 나쁘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전 세계의 인터넷을 끈다면 불행해질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 누구에게나 0.5초 안에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무료로 말이다.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 가족이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을 때 파키스탄과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답을 받기까지 30일이 걸렸다. 기술의 나쁜 면을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좋은 면도 균형 있게 봐야 한다. AI가 얼마나 긍정적인 기술이 될지, 혹은 얼마나 부정적인 기술이 될지는 결국 젊은 세대에게 달려 있다. 기술이 저절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 직접 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케터링대는 올해 6월 20일(현지시간) 열린 졸업식에서 유니스에게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가 입학 원서를 낼 때만 해도 이 학교의 이름은 제너럴모터스인스티튜트였다. GM의 메리 배라 회장도 이 학교 출신이다. 미시간의 자동차 공장에서 출발해 실리콘밸리에서 피지컬 AI 회사를 세운 그의 이력은 이 학교가 내세우는 산학협력 모델의 압축판인 셈이다.

“10억 대의 기계, 그리고 구해 낸 생명”
―5∼10년 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기를 바라나.
“우리의 지능이 10억 대의 기계에서 작동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실제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부상과 고통을 줄였을 것이다. 모두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회사도 지금보다 훨씬 커져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실리콘밸리에서 사람들이 ‘좋은 AI 회사란 이런 회사다’라고 바라볼 수 있는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 큰 희망이자 큰 꿈이다.”
인터뷰 이후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행보는 유니스가 말한 방향 그대로였다. 7월에는 자연어로 자율 기계의 데이터 수집과 시뮬레이션, 검증을 지시할 수 있는 에이전트 플랫폼 ‘다나(Dana)’를 내놨다. 이스즈와 일본 건설기계 업체 고마쓰가 먼저 사용하고 있다. 유니스는 10억 대의 기계에 지능을 넣는 유일한 방법은 이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31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산하 AI 기업 휴메인(HUMAIN)과 손잡고 2030년까지 사우디에 무인 트럭을 투입하고 로보택시와 항만, 광산으로 확대하는 국가 단위의 자율주행 계획을 발표했다. 리야드에는 사무소도 연다. 그가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이 진출할 다음 무대로 꼽은 광산과 항만, 도로가 하나의 계약 안에 들어온 셈이다.
유니스가 말하는 ‘10억 대의 기계’가 현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 경쟁은 더 이상 컴퓨터 화면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AI가 자동차를 운전하고 트럭을 움직이며, 광산에서 작업하고 배와 드론을 제어하기 시작하면서 ‘모델을 만드는 능력’만큼이나 그 지능을 현실 세계로 옮기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유니스가 말했듯 어려운 문제일수록 이를 해결한 기업의 진입장벽도 높아진다. AI의 다음 거대한 전장은 어쩌면 모델 자체가 아니라 ‘배포’일 수 있다.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필자(최중혁)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섹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미 실리콘밸리 소재의 사모펀드 팔로알토캐피탈(Palo Alto Capital)을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AI 로봇 반도체 BIG 3 투자 트렌드’ ‘2025~2027 앞으로 3년 미국 주식 트렌드’ 등의 저자다.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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