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바뀌고 기업하기 어려워져”…40조 재벌家, 해외투자로 눈돌렸다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2026. 9. 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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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억달러(약 4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최대 부호 가문인 하르토노 가문이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해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르토노 가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다른 재계 거물들도 해외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집권 이후 현지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르토노 가문은 최근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소재 법인 약 9곳을 통해 해외에 최소 14억달러(약 1조8739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하르토노 가문뿐 아니라 다른 인도네시아 재벌들도 최근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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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하르노토 가문
내수 중심 사업구조 다변화
美·싱가포르 등 투자 확대
집권 프라보워 정부에 불만
“기업 대하는 태도 일관돼야”
인도네시아 최대 부호 가문인 하르토노 가문 등 인도네시아의 재벌들이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챗GPT]
약 300억달러(약 4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최대 부호 가문인 하르토노 가문이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해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르토노 가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다른 재계 거물들도 해외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집권 이후 현지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르토노 가문은 최근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소재 법인 약 9곳을 통해 해외에 최소 14억달러(약 1조8739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은행·담배·부동산 등 자산 대부분을 자국에 집중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하르토노 가문의 해외 투자는 2023년 말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싱가포르 법인 에버그린 힐 엔터프라이즈가 미국의 특수 제지 사업을 6억6900만달러에 사들였고, 이듬해에는 오스트리아 담배용 종이 제조업체를 3억6000만유로(약 5602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공식 공시와 보도자료에는 ‘에버그린 힐’이 인수 주체로 등장하는데,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기업 공시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단독 소유주는 PT 에라그라하 피란티메가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하르토노 가문이 100% 소유하고 있다.

해외로 눈돌리는 인니 최대 부호가문
지난 2018년 고(故) 마이클 밤방 하르토노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브리지를 하며 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고(故) 마이클 밤방 하르토노와 동생 로버트 부디 하르토노를 중심으로 성장한 하르토노 가문은 담배회사 자룸과 인도네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뱅크 센트럴 아시아(BCA)를 핵심 자산으로 두고 있다. 이 밖에도 전기차 유통, 낙농업, 외식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다른 인도네시아 재벌들과 달리 하르토노 가문은 오랫동안 자산 대부분을 자국에 두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수칸토 타노토, 프라조고 팡에스투, 로우 턱 퀑, 살림 등 인도네시아의 다른 억만장자들이 싱가포르와 홍콩 등으로 자산을 확대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싱가포르의 금융서비스 소프트웨어 업체 등에 투자하는 등 해외 자산을 계속 늘리고 있고,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환경이 불안정한 데다 사업이 자국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 익명의 소식통들은 “수익원을 다른 통화로 다변화하려는 가문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라보워 집권 후 경제 불확실성 커져
블룸버그는 하르토노 가문의 해외 투자 확대 배경에 대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집권 이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험정보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로라 슈워츠 아시아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경제 개입 확대가 인도네시아 주요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며 “기업인들을 대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 역시 투자자들의 불안을 완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프라보워 대통령이 2024년 10월 취임한 이후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본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루피아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순액 기준 약 40억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주식을 처분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매도 규모의 약 4배다. 주요 외국계 은행들도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6억4000만달러의 자본을 본국으로 송환했다.

정부의 경제 개입 확대와 주요 경제 당국 수장의 잇따른 교체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지난해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이 전격 경질된 데 이어 최근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도 사임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주도한 국부펀드 다난타라가 국영기업 대부분을 편입하면서 금융서비스·원자재 산업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애국채권’ 놓고 정부와 긴장국면도
하르토노 가문과 프라보워 정부 사이에 형성된 긴장 관계도 해외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프라보워 정부는 무상급식 등 주요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부유층을 대상으로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의 ‘애국채권’ 매입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다난타는 하르토노 가문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10대 부호 가문을 소집했지만, 로버트 부디 하르토노와 장남 빅터 하르토노는 다른 재벌들과는 달리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대리인을 보냈다. 당시 프라보워 대통령은 하르토노 부자의 불참을 자신에 대한 무례의 표시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하르토노 가문을 겨냥한 정치적 압박도 이어졌다. 집권 연정에 참여하는 국민각성당은 회의가 열린 지 며칠 뒤 하르토노 가문이 2002년 BCA 지배지분을 인수할 당시 정부에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지불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몇 달 뒤에는 빅터 하르토노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구금된 뒤 일시적인 출국금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비마 유디스티라 아디네가라 인도네시아 싱크탱크 경제법률연구센터 사무총장은 “하르토노 가문의 사례는 인도네시아 최대 부호의 기업집단조차 정부의 우선순위에 따르도록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하르토노 가문뿐 아니라 다른 인도네시아 재벌들도 최근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억만장자 알렉스 람리가 이끄는 기업은 지난 5월 호주의 석탄광산을 39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또다른 억만장자 프라조고 팡에스투가 지배하는 기업도 지난 7월 필리핀 지열발전 기업을 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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