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직원 자르는 도구 아니라 더 많은 가치 만드는 도구”

“인공지능(AI)은 이제 호기심이나 실험의 단계를 넘어 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도구가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직원을 자르는 도구가 아니라,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가치를 만드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닐 순다레산 IBM 오토메이션·AI 총괄 사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BM 사무실에서 본지를 만나 기업들이 견지해야 할 AI 도입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이베이 등을 거치며 25년 이상 머신러닝·AI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순다레산 사장은 “과거에는 AI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주변 기술로 봤지만, 대형 언어 모델(LLM)과 확장 가능한 클라우드, 그래픽 처리 장치(GPU)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됐다”며 “이제는 ‘AI 퍼스트’ 시대”라고 말했다.
최근 막대한 투자에도 기대만큼 투자 수익률(ROI)을 거두지 못했다는 기업들의 불만에는 “AI 자체보다 사용 방식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초기에는 구체적인 목적이나 평가 체계 없이 AI 사용량을 늘리는 ‘토큰 맥싱’ 현상이 나타났고, 비용은 늘어난 반면 검증과 보안·지배 구조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는 부엌칼처럼 요리를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을 찌를 수도 있다”며 “어떻게 쓰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통제하느냐가 중요하다. 생산성이 30% 높아졌으니 인력을 25% 줄일 수 있느냐는 식의 접근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AI의 목적은 감원이 아니라 기존 인력의 역량을 확대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
IBM도 이런 원칙에 따라 AI를 직원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내부에서 먼저 활용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도구 ‘밥(Bob)’이 대표적인 사례다. 순다레산 사장은 “‘밥은 밥으로 만들자’는 원칙에 따라 현재 코드의 약 40%를 밥 스스로 작성했다”며 “고객 제공 전 내부에서 먼저 사용·검증하는 ‘스텝 제로’ 방식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현재 IBM 전체 임직원 27만명 가운데 60%인 약 16만3000명이 밥을 사용 중이다. 엔지니어뿐 아니라 법무·재무·인사 직원도 계약서 분석과 재무 예측, 업무 자동화 등에 활용한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는 평균 45% 수준이다. 코드 작성량과 수정 파일 수가 늘었지만 코드 반려율과 버그 유입, 주간 완료 업무량 등을 추적한 결과 품질 저하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생성형 AI 기업과의 관계에 대해선 “경쟁자라기보다 파트너”라고 했다. IBM은 특정 모델을 고집하기보다 기업 업무에 맞춰 모델의 품질과 응답 속도, 비용을 따져 최적의 조합을 제공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AI가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우려에는 “비교 대상은 동료가 아니라 과거의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IBM에서는 주니어 엔지니어가 밥을 ‘수석 엔지니어’처럼 활용해 복잡한 규제 업무를 수행하고, 시니어 엔지니어는 밥을 반복 업무를 맡는 ‘주니어 엔지니어’처럼 활용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높게 평가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모두를 위한 AI’ 프로젝트에 대해 “세부 실행 계획은 구체화해야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AI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던진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한국의 뛰어난 반도체 기술력과 합쳐지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언급되는 범용 인공지능(AGI)에 대해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AI 논의가 AGI나 초인공지능(ASI) 같은 먼 미래에 치우쳐 있지만 실제 가치는 그 과정의 ‘중간 단계’에서 나온다”며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은 자동화하고, 복잡한 일은 AI로 인간의 역량을 증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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