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이 고요해” 중국 유명 코미디언, 항일 혁명가요 가사 바꿔 불렀다가 벌금 1억원
코미디 공연 무대도 옥죄는 ‘신고’

중국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공연 도중 공산당의 항일 활동을 기린 혁명가요 가사를 바꿔 불렀다가 1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었다.
8일 환구시보에 따르면 후베이성 우한시 문화관광국은 전날 코미디언 궈더강(53)이 지난 7월 24일 항일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유명 노래를 왜곡하고 변형하여 부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미쳤다며 공연 수익을 몰수하고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당국이 궈더강에게서 몰수한 수익은 4만8687.4위안(약 972만원)이며, 벌금은 수익의 10배인 48만6874위안(약 9718만원)이다.
궈더강은 공연 당시 부처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풍자극을 선보이다 혁명가요 ‘내가 사랑하는 비파를 연주하라’의 한 소절 “해는 서쪽으로 지고, 웨이산호는 고요하다”는 가사를 “해는 서쪽으로 지고, 자금성은 고요하다”라고 바꿔 불렀다. 이 노래는 중일전쟁 시기 중국 공산당 항일 유격대가 산둥성에서 벌인 활약을 다룬 1950년대 영화 <철도유격대> 삽입곡으로 유명하다.
공연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자 당국은 신고가 들어왔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궈더강이 사전 신고서에 없는 노래를 불렀다며 ‘공연 관리 규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주최 측과 공연장 관계자들에게도 공연 관리를 엄중히 하라는 경고와 함께 11만위안(약 2197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우한시 문화관광국은 “항일 가요에는 중국 민족의 항일 저항에 대한 역사적 기억과 강한 민족 감정이 담겨 있으므로, 개인이나 단체 누구도 이를 왜곡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며 법에 따라 감독을 강화하고 건전한 문화 시장 환경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궈더강은 2013년 중국중앙TV(CCTV) 춘절 전야제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유명 코미디언이다. 1995년 극단 ‘더윈서’를 결성해 중국 전통 만담 형식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였다. 당국이 저속한 콘텐츠 단속 캠페인을 벌이던 2010년 더윈서는 자숙 차원에서 일시 문을 닫기도 했다.
온라인 일각에서는 혁명가요 가사를 바꿔 부르는 것은 혁명과 열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며 수사를 지지했다. 반면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X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진다’는 구절 때문에 자금성의 몰락을 암시하는 가사로 비쳐져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스탠드업 코미디 극장은 비교적 자유롭게 풍자를 벌일 수 있는 무대였지만 당국이 신고를 독려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2023년 스탠드업 코미디언 리하오스 자신이 입양한 유기견이 다람쥐를 쫓는 모습을 보고 “훌륭한 품성과 전투력”이라고 표현했다가 인민해방군 모욕 혐의로 신고당해 활동이 무기한 정지됐으며 소속사는 1135만위안(약 22억원)의 벌금을 물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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