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개발한 세계 첫 '쌍돛 LNG선', 왜 韓서 만들었나

서혜진 2026. 9. 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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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해운사 상선미쓰이가 지난 7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세계 최초로 대형 돛 2기를 장착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공개했다.

일본이 차세대 친환경 운항 기술을 개발하고도 선박을 한국에서 건조한 것은 자국의 LNG선 생산 기반이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발주 물량 등을 포함하면 상선미쓰이가 129척, 일본우선이 127척, 가와사키기선이 68척의 LNG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선박 건조는 주로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 맡기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선박에 일본이 개발한 돛을 올린 이번 LNG선은 한일 조선업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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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친환경 운항 기술·韓 건조 역량 결합
일본, LNG선 최다 운용하면서 7년째 생산 '제로'
2035년 연 3~5척 국산화…한국과 기술 협력 추진
中 수주 급증에 공급망 주도권 회복 나서
상선미쓰이가 지난 7일 공개한 세계 최초의 '쌍돛 LNG선'. 출처=상선미쓰이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최대 해운사 상선미쓰이가 지난 7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세계 최초로 대형 돛 2기를 장착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공개했다. 풍력 보조추진 시스템은 일본이 개발했지만 선박 건조는 한국이 맡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LNG선단을 운용하는 일본이 정작 2019년 이후 자국에서는 LNG선을 한 척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는 이번 선박에서 드러난 한일 간 기술 분업을 자국 LNG선 생산 재개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한국이 축적한 멤브레인형 LNG선 건조 기술을 활용해 7년간 끊긴 생산 기반을 되살리고, 수주량을 빠르게 늘리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상선미쓰이가 발주하고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이 사용할 이 선박에는 풍력 보조추진 시스템 '윈드 챌린저'가 탑재됐다.

선박 앞부분 좌우에는 폭 약 15m의 돛이 설치됐다. 3단계로 펼치면 최대 49m까지 올라가며 센서가 풍향과 풍속을 감지해 높이와 방향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악천후나 입출항 때는 돛을 접어 시야와 안전을 확보한다.

상선미쓰이는 돛 2기를 이용하면 LNG 소비량을 최대 12%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돛 1기를 장착한 기존 석탄운반선에서는 항해당 평균 5~8%의 연료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회사는 올해 안에 쌍돛 LNG선 한 척을 추가로 완공하고 한국 대형 조선업체와 돛 4기를 장착한 선박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3척인 윈드 챌린저 탑재선을 2030년 25척, 2035년 80척으로 늘린다.

가와사키기선도 약 600㎡ 크기의 대형 연 '시윙'을 이르면 2027년 벌크선에 도입해 연료 사용량을 10% 이상 줄일 방침이다. 국제사회의 탄소 배출 규제와 연료비 상승에 대응해 바람을 보조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LNG선 가장 많이 굴리지만 7년째 건조 '제로'
일본이 차세대 친환경 운항 기술을 개발하고도 선박을 한국에서 건조한 것은 자국의 LNG선 생산 기반이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때 LNG선 건조 세계 1위였지만 2019년 이후 자국에서 한 척도 만들지 못했다. 발주 물량 등을 포함하면 상선미쓰이가 129척, 일본우선이 127척, 가와사키기선이 68척의 LNG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선박 건조는 주로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 맡기고 있다.

일본이 주도권을 잃은 결정적인 계기는 LNG 저장탱크 방식의 변화였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까지 구형 탱크를 선체 위에 얹는 '모스형' LNG선에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선체 내부에 탱크를 설치하는 '멤브레인형'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량 건조 경험을 축적한 한국 업체에 시장을 내줬다.

멤브레인형은 선체 형태에 맞춰 탱크를 설치하기 때문에 공간 효율이 높다. 같은 양의 LNG를 실어도 선박 크기와 운항비를 줄일 수 있다. 일본 해운사들까지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면서 일본 내 설비와 숙련 인력 등 생산 기반도 약화됐다.

최근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는 일본의 위기감을 더욱 키웠다. 중동산 LNG 운송에 차질이 생기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전량의 약 30%를 LNG에 의존하는 일본의 공급망 취약성이 부각됐다. 연료 소비를 줄이는 운항 기술뿐 아니라 비상시 필요한 LNG선을 자국에서 조달할 생산 능력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日 조선 3사 공동 건조…한국 기술로 생산 재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조선업을 국가 성장전략 17개 분야에 포함하고 2035년까지 민관 합계 1조엔(약 8조7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의 선박 건조 능력을 현재의 두 배인 연간 1800만GT로 확대하고 LNG선도 매년 3~5척씩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이마바리조선과 가와사키중공업, 나무라조선소는 지난달 21일 LNG선 공동 건조 계획을 공식화했다. 가와사키중공업의 가가와현 사카이데 공장이 유력한 생산 거점으로 꼽힌다. 나무라조선도 2035년까지 사가현 이마리만에 대형 도크를 신설할 계획이다.

가장 큰 과제는 7년간 이어진 생산 공백이다. 세계 표준인 멤브레인형 LNG선을 다시 만들려면 한국이 축적한 탱크 제작·조립 기술과 대량 건조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일본 업계의 판단이다.

오노 게이타로 자민당 경제안보추진본부장은 최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LNG선 점유율이 높은 한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자체 운반선을 건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자국 생산 기반을 복원한 뒤 중국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미다.

높은 가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일본산 LNG선은 한국·중국산보다 약 20%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첫 자국산 LNG선의 가격 차이를 보전하고 국가가 조선시설을 보유한 뒤 민간기업에 운영을 맡기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생산 재개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중국의 추격이 있다. 2022년 LNG선 수주량은 한국 120척, 중국 56척이었지만 올해 7월 말에는 각각 36척과 23척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선박에 일본이 개발한 돛을 올린 이번 LNG선은 한일 조선업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은 친환경 운항 기술을 앞세우는 동시에 한국의 건조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LNG선 생산 기반을 되살리고 중국의 시장 확대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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